휴장 공지하며 ‘천황’ 표기, 문제일자 서둘러 수정
서경덕 교수 “일왕으로 표기해도 의미전달 문제없어”

ⓒ한국투자증권 홈페이지 공지사항
ⓒ한국투자증권 홈페이지 공지사항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한국투자증권이 거래소 휴장 공지를 올리며 천황탄신일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담당 직원의 실수였다며 곧바로 수정조치에 들어갔지만 일본 불매운동 기조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만큼 국내 정서를 무시한 행동이라는 비판이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은 18일 ‘해외선물 휴일 거래시간 안내’ 공지를 올리며 천황탄신일이라는 표기를 사용했다. 오는 2월 24일이 일본 천황탄신일 휴일로 오사카증권거래소(OSE)의 거래가 휴장되니 이를 참고해달라는 내용이었다. 

해외선물 휴장 공지는 각 나라에 위치한 거래소들이 자국 내 국경일 등으로 거래가 중지될 때 고지된다. 지난 6일, 13일에는 각각 ‘일본 건국절’과 ‘미국 대통령의 날’에 따른 해외선물 거래소 휴장 및 조기종료를 알리기도 했다. 

일왕탄생일 휴장 공지가 이뤄진 이유는 일본이 일왕의 생일을 국경일로 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임 일왕이던 아키히토의 경우는 생일이 크리스마스 시즌과 겹쳐 따로 휴장 공지를 할 필요가 없었지만 새로운 일왕 나루히토의 탄생기념일은 2월 24일로 지정돼 고지의 필요성이 생겼다. 

한국투자증권은 이 과정에서 일왕 대신 천황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논란이 됐다. 천황이라는 단어는 주변 국가를 제후국으로 둔다는 황제라는 뜻을 갖고 있어 한국에서 이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이어져 왔다. 

실제 지난 2016년에는 경상남도가 다문화 가족 달력을 제작하며 12월 23일에 일장기와 함께 ‘천황탄생일’을 표기해 국민 정서에 반한다는 비판과 함께 전량 회수조치가 이뤄지기도 했다. 

더욱이 한국투자증권은 일본의 공식표기인 천황탄생일(天皇誕生日) 대신 천황탄신일이(天皇誕辰日)라는 표현을 사용해 더욱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탄생일이 단순히 생일을 높여 부르는 의미라면 탄신일은 주로 성인이나 자국의 위인들의 생일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공지의 경우 국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올린 게시물인 만큼, 일왕으로 표현했어도 충분히 휴장에 대한 의미전달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성신여대 서경덕 교수는 “정부차원에서는 해당 국가에서 사용하는 명칭을 그대로 쓰는 게 외교적 결례가 아니라고 판단하지만, 그 외의 경우 국내에서 소통할 때는 국민들과 누리꾼들의 정서를 고려해 일왕으로 표기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라며 “일본이 여전히 역사를 왜곡 하고 반성과 사과를 하지 않는 시점에서 역사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왕으로 표기를 해도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라며 “일본에서는 천황이라고 부르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일본의 왕이니 일왕이라고 불러도 일본을 적대시하거나 폄훼하는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천황탄신일 표기는 새로운 공지를 하게 된 가운데 발생한 단순 번역 실수라며 인지 후 바로 수정 조치에 나섰다고 해명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전임 일왕의 생일은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휴장 안내를 따로 해오지 않았는데 이번에 바뀌면서 공지를 하게 됐다”라며 “단순번역을 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던 것으로 파악됐고 표기 내용을 확인한 후 일왕탄생일로 수정 조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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