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간 반으로 줄어드는 직영 우체국
우본 재정 개선 및 경영 효율화 때문
노조,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에  반발
우체국 이용 주민 불편 초래 우려도 

우정사업본부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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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우정사업본부(이하 우본)가 대대적인 직영 우체국 폐국을 예고했다.

우본은 올해부터 4년 동안 직영 우체국 680곳을 우편취급국으로 전환해 민간기업에 위탁 운영할 방침을 논의 중이다.

노동자들의 반발은 매우 거세다. 폐국 시 총 2000여명의 정원 감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민영화는 비정규직 노동자 증가와 이에 따른 노동조건 악화를 야기할 거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우본은 우편 부분 적자 해결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이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고자 노사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기도 했지만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우정사업본부 공무원노동조합(이하 우본공무원노조)은 지난달 29일 국회 앞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까지 나선 상황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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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사라지는 직영 우체국

우본공무원노조 등에 따르면 우본은 올해부터 2023년까지 4년에 걸쳐 전국 총 680곳의 직영 우체국을 폐국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역별로는 △서울 24곳 △경인 28곳 △충청 25곳 △부산 29곳 △전남 19곳△경북 22곳 △전북 11곳 △강원 10곳 △제주 3곳 등이다.

당장 올해 상반기에만 171곳이 문 닫을 위기에 놓였다.

다만 완전 폐국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직영 우체국을 없애고 우편취급국으로 개편하겠다는 게 우본의 계획이다. 우편취급국은 국가로부터 우편 업무를 위탁받아 우체국을 대신해 지역 주민에게 우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쉽게 말해 민영화인 셈이다.  우편취급국으로 전환될 경우 금융서비스는 불가하고 간단한 우편업무만 가능하다. 

우본의 이 같은 결정은 우편 수지 적자가 크다는 데 있다.

우본은 매년 적자가 누적되는 추세를 보였다. 우본에 따르면 적자가 2017년도 539억원, 2018년도 1450억원에 달한다.

국내 우편 물량의 감소는 우본 재정에 악영향을 미쳤다. 실제 2015년 38억통에 달하던 우편 물량이 지난해 31억통까지 줄어들 것으로 관측되기도 했다.

인건비 급증도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우본은 계약 집배원 등 2000여명을 정규직 공무원으로 전환하면서 인건비가 1300억 원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해 3월 우본은 우편 적자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며 시간제 공무원 배치, 정규 집배원 증원 억제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우본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직영 우체국을 취급국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 중인 것은 사실”이라며 “전환 시 예산 절감은 900억원 이상이 예상된다. 우편물은 줄고 기관 운영비나 인건비는 계속 늘어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우본의 우체국 감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4년부터 2014년 8월까지 10년간 286국의 문을 닫았다. 2014년에만 대학우체국 100곳 폐국 후 76개의 민간위탁 우편취급국으로의 전환을 계획했다. 당시도 적자개선과 인건비 절감 등 경영합리화가 목적이었다.

<사진 제공 = 우본공무원노조 이철수 위원장>

인력 감축·주민 불편 초래 등 우려

이에 대한 우체국 노동자들의 반발은 거세다. 엄연히 정부 공공기관인 우체국이 실적에 좌지우지돼서는 안 되며, 무엇보다 우체국 감축에 따른 인력 감소, 비정규직 증가, 업무 환경 저하 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이하 총연맹) 등에 따르면 우체국은 우편업무를 비롯해 예·적금, 보험 등 금융상품과 공과금 수납 등을 취급하는 정부 공공기관으로서 역할을 한다. 지난 21년간 공공서비스 고객만족도 부동의 1위 평가를 받아온 우체국의 공익적 가치는 금전적 환산이 불가하다.

때문에 실적보다는 공공성이 최우선 돼야 하는 데 우본의 이 같은 계획은 우체국의 설립목적과 그 정체성을 간과하는 계획이라는 게 총연맹 등의 입장이다.

무엇보다 이번 계획이 인력 구조조정까지 염두에 둔 점을 우려한다.

2014년 대학우체국 100곳 감축 당시에도 우본은 우체국 구조조정을 통해 700명을 줄이고 인건비 350억원 절감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정원감축 후에도 초과 현원은 정년퇴직 등 자연감소로 해소할 방침이었다.

총연맹 등은 이번 직영 우체국 폐국 계획이 노동자 2000여명 일자리를 빼앗을 것으로 예상한다. 정원 감축에 따라 자동적으로 신규 채용도 줄고, 민영화에 따라 비정규직 노동자가 증가하고 노동 여건이 열악해질 거라고 보고 있다.

총연맹은 “인력 구조조정까지 염두에 둔 이번 계획이 결정되기까지 우본은 노조와 어떤 협의도 거치지 않았다”며 “내용뿐만 아니라 절차적으로도 큰 하자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우편 수지 적자 해소가 목적이라면 현재도 업무 과부하가 일어날 정도로 수요가 많은 도심지 과밀 우체국을 폐국할 것이 아니라 증설해야 이치가 맞다”며 “공공의 가치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이 계획은 국가의 보편적 서비스 후퇴를 불러오고 시골 지역 경제에 악영향, 고령자 불편 등을 가중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우본은 출장 직원을 통한 차질 없는 서비스 제공, ATM 기기 확대 등을 통해 우체국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편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인력 구조조정과 민간기업 위탁에 따른 비정규직 증가 등의 우려에 대해서는 기존에 근무하던 직원들은 재배치할 것이며, 이전 사례를 볼 때 최소한의 기본운영비를 받으면서 수탁자인 우편취급국장이 직접 운용해 수익을 추가로 내는 구조는 업무 만족도가 높고, 민간 고용 창출에도 기여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우체국 폐국·전환은 결코 안 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우본공무원노조는 지난달 29일부터 직영 우체국 폐국·전환에 반대하는 천막 농성을 시작했다. 

우본공무원노조 이철수 위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올해 폐국·전환 우체국 명단이 지난 17일에 나오기로 돼 있었는데 노동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보니 우본이 노조와 협의를 거쳐 3월말까지 결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그러나 우체국 폐국·전환에 대한 우본의 큰 흐름은 아직 달라진 게 없다”며 “노조는 여전히 이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폐국·전환 최소화와, 구조조정 반대, 우체국의 적자 최소화와 국가 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 정립 등 촉구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조만간 우본 노사는 다시금 대화의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우체국 노동자들이 피해 보지 않고 우본의 적자도 개선할 수 있는 합의안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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