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동한 인턴기자】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의 영예를 안은 영화 <기생충> 제작진이 수상 이후 국내에서 첫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생충> 제작진은 19일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 1층 그랜드볼룸에서 수상 기념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지난 9일(현지 시간) 아카데미 수상 이후 국내에서 진행된 첫 공식 행사로, 세간의 큰 주목을 받으며 TV로 동시 생중계됐다.

기자회견에는 봉준호 감독을 포함한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 등 연출진과 배우 송강호·이선균·조여정·박소담·이정은·장혜진·박명훈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봉 감독은 “1년 전 이곳에서 제작발표회를 했다. 이후 전 세계를 다니다 돌아오게 돼 기쁘고, 기분이 묘하다”며 감사 인사를 했다.

곽 대표도 “한 개인이 아닌 작품에 참여한 모든 분들에게 영광과 기쁨, 경력이 주어지는 작품상을 받게 돼 기쁘다”며 소감을 말했다.

이날 봉 감독에게는 오스카 캠페인 활동·영화산업 불균형 문제 등에 대한 질문이 쇄도했다.

봉 감독은 오스카 캠페인 활동과 관련해 “중소 배급사인 네온과 함께했는데, 마치 ‘게릴라전’과 같았다. 넷플릭스 등 거대 스튜디오의 물량 공세에 비하면 훨씬 못 미치지만 열정을 갖고 매일 아이디어를 내며 홍보 활동을 이어나갔다. 저와 송강호씨는 코피 흘릴 일도 많았다”고 실감 나는 후기를 전했다.

영화산업 불균형 문제에 대해서는 “제 데뷔 때 보다 요즘 젊은 감독들은 모험적 시도를 하기 어려운 경향이다. 재능 있는 친구들이 산업으로 흡수되기보다 독립영화로 빠지는 상황이다. 독립영화와 메인스트림이 서로 상호 침투 또는 다이내믹한 충돌이 있어야 한다”며 영화계의 현 상황을 알렸다.

이어 “홍콩 영화 산업이 어떻게 쇠퇴했는지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이에 한국 영화 산업도 모험을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적인 영화들을 껴안아야 한다”고 짚었다.

다음 주 개봉 예정된 <기생충> 흑백판과 미국 HBO 방송사에서 추진 중인 <기생충> 드라마 시리즈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이에 대해 봉 감독은 “흑백판은 배우들의 디테일한 연기와 뉘앙스를 훨씬 더 느낄 수 있다. 제가 그 느낌을 나열하는 것보다 직접 본다면 재미있는 체험이 될 것이다”고 알렸다.

또 “드라마 시리즈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시즌제가 아닌 에피소드 형식으로 만들어질 것이다. 틸다 스윈튼이나 마크 러팔로의 출연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며 “방영까진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기생충 열풍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시나리오를 맡은 한진원 작가가 “이 질문을 많이 받았지만 매번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다만 우리 영화는 선과 악의 이분법적인 대립이 아닌 10명의 캐릭터들이 각자만의 드라마와 욕망을 갖고 있다. 이러한 점이 이야기를 따라갈 때 느낄 수 있는 색다른 즐거움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고 답했다.

<기생충> 주역인 배우진도 오스카 캠페인 경험과 수상 당시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배우 송강호씨는 “캠페인 6개월 동안 우리 작품을 위대한 예술가들과 소통하고 호흡하면서 보냈다. 그들을 통해 많은 걸 배우고 느꼈다”고 말했다.

배우 이선균씨는 “수상 당시 너무 벅찼다. 저희가 선을 넘는 거라고 생각했다. 4개 부문 상을 받고 보니까 아카데미가 큰 선을 넘은 것 같더라. 편견 없이 좋아해 주신 아카데미 회원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한편 <기생충>은 한국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에 후보로 선정돼 수상까지 했다. 특히 최우수 작품상 수상은 비영어권 영화로서는 아카데미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외에도 <기생충>은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 종려상,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제73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외국어영화상 등 19일 기준 해외 영화제에서 19개, 해외 시상식에서 155개의 상을 수상해 대기록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