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수순 밟는 정계개편, 총선 참여하는 각 당의 상황
정권심판론 vs. 보수심판론…이번 총선 가를 구도·프레임은
처음 도입되는 준연동형 비례제, 누구를 향해 미소 보낼까?
미래한국당의 파급력…비례제 따라 뛰어든 원외정당도 변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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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21대 총선이 어느덧 5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총선을 대비해 한동안 정계개편으로 분주했던 정치권은 슬슬 그 결실을 내놓으면서 총선에 나서는 정당들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등 거대양당을 중심으로 지지층이 결집한 가운데, 보수야권의 ‘정권심판론’과 여당의 ‘보수심판론’이 초반 구도를 이루는 형국이다.

첫 도입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인해 미래통합당의 비례전담 위성정당 미래한국당과 원내 군소정당들, 또 원내 진입을 노리는 수십곳의 원외정당들의 1표 싸움이 전망되는 가운데, 선거법 개정으로 인해 어느 정당이 울고 웃을지 역시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출범식에서 주먹을 쥐고 있다. ⓒ뉴시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출범식에서 주먹을 쥐고 있다. ⓒ뉴시스

마무리되는 정계개편

총선 국면을 맞은 정치권은 그간 통합과 창당 등 정계개편 움직임으로 숨가빴다.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미래를향한전진4.0(전진당) 등 중도 보수는 ‘미래통합당’으로 뭉쳤고, 바른미래당과 대안신당, 민주평화당 등 호남 3당은 호남통합신당의 깃발을 올렸다. 또 안철수 전 대표는 잠시 잊혀졌던 ‘국민의당’을 다시 꺼내들고 네 번째 도전에 나섰다.

이에 따라 이번 21대 총선에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중도 보수 통합의 산물인 미래통합당, 호남계가 뭉친 호남통합신당, 다시 도전에 나선 안 전 대표의 국민의당, 진보의 정의당이 나선다. 여기에 민중당, 우리공화당과 함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한 원내 입성을 노리는 여러 원외정당들도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우선 지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3년여 만에 하나로 뭉친 보수가 눈에 띈다. 미래통합당 창당을 통해 보수는 분열된 표심을 하나로 묶을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아직 불안요소도 남아있다. 문재인 정부 심판을 대의로 내세우며 보수가 다시 뭉쳤지만, 통합 직전까지 각 세력 간의 의견차가 표출됐다. 또 통합을 마친 후에도 의원총회 등에서 흡수통합한 모양새가 나타나면서 새보수당 출신 의원들의 불만이 포착되기도 했다. 특히 앞으로 진행될 공천에서도 모든 세력을 만족시킬 공천이 이뤄지긴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와 함께 우리공화당과 자유통일당 등 미래통합당의 깃발 아래 모이지 못한 이른바 태극기 세력의 움직임도 보수 표심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우리공화당과 자유통일당은 탄핵5적(권성동, 김무성, 김성태, 유승민, 홍준표)을 정리할 경우, 선거연대에 나설 수 있다며 미래통합당을 압박하고 있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조용한 공천 전략’을 기조로 내세우며 공천 잡음을 최소화하려 애쓰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서울 강서구갑 지역구를 두고 현역 금태섭 의원과 김남국 변호사 간의 설전이 오가면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이름이 다시 오르내리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조 전 법무부 장관의 임명에서 사퇴까지 검찰과 언론의 행태를 기록하는 ‘조국 백서’에 필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금 의원은 조국 사태 당시 민주당 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조 전 장관에 대한 비판에 나서며 열성 민주당 지지층에게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내부에서도 조 전 장관이 총선과 연계되는 것을 경계하고 나서며 확전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이와 함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인해 지역구 득표의 중요성도 올라가면서 정의당 등 범여권과의 전략적 선거연대도 어려워졌다. 때문에 개혁의 선명성과 관련해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권과의 경쟁도 치열하게 펼쳐야 하는 상황이다.

민주당으로부터 호남 수성을 목표로 하는 민주통합당은 바른미래당, 대안신당, 민주평화당으로 분열된 이후 기록했던 저조한 지지율이 발목을 잡는다. 물론 주요 의원들이 정치권과 지역구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지만, 민주당의 거센 공격을 얼마나 막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안 전 대표의 국민의당은 기존 정당과의 다름을 강조하며 중도층을 공략하고 있다. 연일 정치개혁, 사회개혁 등을 외치며 개혁에 대한 선명성을 드러내려 애쓰고 있다. 최근에는 바른미래당 소속이었던 친안계 비례대표 의원들이 셀프제명을 통해 합류하면서 원내 4당으로 출발하게 돼 기호 순서에서 큰 손해는 피한 모양새다. 그러나 지역구에 나설 중량감 있는 인물들이 부족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선거제 개정으로 가장 득을 볼 것으로 전망되던 정의당은 미래한국당의 존재가 악재다. 이와 관련해서는 미래한국당이 오히려 민주당 지지자들을 자극해 정의당으로 전략적 투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정권심판론이냐 보수심판론이냐’…총선 관통할 바람은?

선거에서는 늘 전체를 관통하는 프레임이 있었다. 지난 2014년 20대 총선에서는 정권심판론이,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직후 치러진 2017년 19대 대선은 촛불민심이, 2018년 7회 지방선거에서는 야권심판론이 강하게 불었다. 이를 바탕으로 민주당은 20대 총선부터 장미대선, 지방선거까지 3연승을 거뒀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도 정권심판론과 보수심판론이 거론되고 있다. 먼저 야권은 이번 총선이 문재인 정부 임기 중반에 실시되는 만큼 정권심판론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가격 폭등, 경제 상황 악화, 조국 사태 등에서 여론의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또 최근에는 보수야권은 청와대의 지난 지선 당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을 정조준하는 등 정권심판론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모양새다.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19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번 총선의 본질은 국정에 실패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는 것”이라며 “경제를 망치고 나라의 근본조차 흔들어 놓은 문재인 정권이 국민에게 표를 달라는 것은 염치도, 양심도 없는 작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래통합당은 반드시 21대 총선에서 압승해 문재인 정권의 3대 재앙을 종식시키겠다”며 “4.15 총선은 거대한 민심의 분홍 물결이 문재인 정권 3대 재앙을 심판하는 ‘핑크 혁명’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여권은 보수심판론을 꺼내들고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진 선거제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검경수사권 조정 등 개혁 입법에서 나타난 여당을 중심으로 한 4+1 공조와 보수야권의 대립은 극심한 갈등을 표출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지지층과 당시 자유한국당 지지층은 각각 광장을 메우고 정반대의 시위를 벌이며 응집했다. 민주당도 개혁과 반개혁 세력의 구도로 틀을 만들어가고 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18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민심과 정반대로 미래통합당이 국회 제1당이 된다면 21대 국회는 개원 첫 날부터 극단적 대결과 혼란만이 난무하게 될 것”이라며 “지난해 12월 아스팔트 극우세력에 의해 국회의사당이 난폭하게 유린됐을 때, 황교안 대표가 ‘우리가 승리했다’고 외치던 장면은 일상이 되고 말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미래통합당의 역주행의 정치를 멈출 수 있는 분들은 오직, 국민 여러분밖에 없다”며 “국민 여러분이 정치 백신이 돼 미래통합당의 정치파괴를 막아달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등 거대양당 중심의 지지층 결집은 계속 되는 가운데, 여권의 보수심판론과 보수야권의 정권심판론이 총선에서 정면충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처럼 치열하게 전개될 야당심판론 대 정권심판론의 한판승부는 이번 총선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촛불민심은 개혁의 지속이라는 의미도 있기 때문에 촛불민심 대 문재인 정권 심판으로 초기 프레임은 돼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현재 민주당도 공천이 초입단계라 여러 가지 불협화음이 예상되고 있고, 미래통합당도 아직 공천 디테일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며 “2월말~3월초에 양당 공천이 마무리된 이후 어떻게 흐름이 잡혀갈지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정권심판론이 전면에 나오더라도 경제 관련 문제는 과거처럼 큰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엄 소장은 “(경제 문제는) 너무 구조화돼 있고, 그에 따른 내성이 있다. 최근에 미중무역분쟁이나 코로나19 등 외부적인 요인이 많다”며 “정권심판론의 내용은 문재인 정부의 일방 독주, 검찰개혁의 불협화음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지난달 30일 광주시선거관리위원회가 비례대표투표용지(39.7㎝) 수개표 상황에 대비한 모의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30일 광주시선거관리위원회가 비례대표투표용지(39.7㎝) 수개표 상황에 대비한 모의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첫 도입되는 준연동형 비례제의 여파는?

이처럼 총선 전체를 아우를 전반적인 구도와 함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인한 변화 역시 주의 깊게 살펴볼 대목이다. 비례전담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얼마나 파급력을 가질지는 이번 총선의 승패를 가르는 중요 포인트다. 통합당 측에서는 20석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도 미래한국당이 최소 10석에서 최대 15석까지 가져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비례전담 정당을 꾸리지 않은 민주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의석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때문에 이러한 미래한국당에 대한 여권 지지층의 위기감이 정의당에 반사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미래한국당을 견제하기 위해 비례대표 투표에서는 연동형 비례제하에서는 효용이 떨어지는 민주당 대신 정의당에 전략적 교차투표를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아직 미지수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해 원내 진입을 노리는 원외정당들이 총선에 미칠 영향력도 이번 총선의 주요 쟁점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9일 현재까지 등록된 정당은 39개다. 또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당도 29개에 달한다. 이처럼 총선에 나서는 정당들이 많아지면서 선거는 과열 양상을 띠게 될 가능성이 높다. 허경영 총재가 이끄는 국가혁명배당금당은 18일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총 926명의 예비후보가 등록하는 등 이미 과열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원내 진입을 위한 득표율 3%를 넘기 위해 자극적인 공약과 선거운동이 난무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또 미래한국당, 미래민주당 등 기존 정당을 연상시키는 당명을 내세운 정당들로 인한 유권자들의 혼란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20대 젊은층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도 21대 총선의 주요한 변수다. 엄 소장은 “민주당이 이겼던 지난 3번의 선거에서 젊은층의 투표율이 상당히 높았다”면서 “최근 20대는 유난히 탈진영 성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민주당에 호재가 아니지만, 그게 미래통합당에게 플러스가 될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대선,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보수가 통합을 발판삼아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을지, 또 안철수 전 대표의 국민의당이 다시 20대 총선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여부와 함께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 열풍으로 호남을 석권했던 현 민주통합당과 고토 수복을 노리는 민주당이 벌일 피할 수 없는 한판도 빠질 수 없는 이번 총선의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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