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되는 미래한국당 파급력에 긴장하는 與
비례 위성정당 창당 주장 나오지만 부담 커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회의. 왼쪽부터 이낙연, 이해찬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이인영 공동선대위원장 ⓒ뉴시스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회의. 왼쪽부터 이낙연, 이해찬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이인영 공동선대위원장 ⓒ뉴시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선거법 개정으로 이번 21대 총선부터 적용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는 가운데, 중도 보수 통합을 마무리한 미래통합당의 비례전담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되는 의석을 휩쓸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를 견제하기 위해 여권 내에서도 비례전담 위성정당 창당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지만, 선거법 개정안 통과를 주도한 민주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무력화시키는 비례전담 위성정당을 창당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에 지도부는 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군소정당들은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 창당 주장이 흘러나오는 것에 대해 곱지 않은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우려 나오는 미래한국당의 파급력

최근 나온 여론조사에서도 미래한국당에 대한 보수층의 표심이 결집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은 지난 18~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에게 오는 총선 비례대표 정당 투표에서 어느 정당을 선택할지를 물은 결과, 민주당 33%, 미래한국당 25%, 정의당 12%, 바른미래당 3%, 국민의당 2%, 민주평화당 1% 순으로 나타났다고 21일 밝혔다.

이번주 정당 지지도와 총선 투표 의향 비례대표 정당을 비교하면, 민주당은 당 지지도 36%에서 3%p 감소했고, 미래한국당은 미래통합당의 지지율 23%에서 2%p 상승했다.(전국 19세 이상 성인 7673명에게 통화 시도, 최종 1002명이 응답, 응답률 1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 내에서도 이번 총선에서 미래한국당의 파급력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박주민 의원은 1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연동형 부분에서는 가져갈 의석이 없다고 저희들은 보고 있고, 반면에 미래한국당은 적으면 10석, 많으면 14~15석 가져갈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지역구에서 초과의석이 발생하는 민주당은 연동형 의석 30석 중 1석도 얻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미래한국당이 15석가량은 석권할 것이라는 전망이 민주당 내부에서도 나오는 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미래한국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축사를 전하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미래한국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축사를 전하고 있다. ⓒ뉴시스

‘위성정당 창당’ 주장 나오는 여권

이처럼 미래한국당이 비례대표 의석을 휩쓸 것이라는 위기의식에 여권 내에서도 비례전담 위성정당 창당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미래한국당이 연동형 의석을 휩쓸도록 내버려둬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 민주당 후보로 공천된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은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장기적으로 보면 원칙의 정치가 꼼수 정치를 이긴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민심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는 걱정이 있다”며 “만약 그런 비상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판단해야 된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이라고 비례 위성장당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민주당 출신인 무소속 손혜원 의원도 같은날 자신의 유튜브 방송 <손혜원TV>에서 “민주당이 나서서 선거법을 개정했는데 위험한 부분에 대해 일체 검토가 없었던 게 아닌가 한다”며 “지금 저 무리들(미래통합당)이 비례대표당을 만들었지 않느냐. (진보 진영도) 만들지 않고 그냥 있을 수 없겠다 싶었다”라고 비례 위성정당에 대해 언급했다.

아울러 “민주당의 위성정당이 아닌 민주시민들을 위한, 그야말로 시민이 뽑는 비례대표 정당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내가 직접 만들 수는 없는 일이니, 한번 여기 관련된 분들과 함께 의견을 모아 전혀 부정적으로 생각지 않던 부분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려한다”고 부연했다.

지도부는 선 긋지만…경계하는 군소정당

그러나 이 같은 위성정당 창당 주장에 민주당 지도부는 여전히 선을 긋고 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23일 비례 위성정당 창당 가능성과 관련해 “전혀 검토한 바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정통성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의병이라고 여기저기서 나오는 것을 우리가 어쩔 수 있겠냐. 근데 그건 우리 입장이 아니다”라며 “누차 얘기하지만 지난해부터 선거법 취지를 훼손하는 행동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 원내대표는 앞서 18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미래한국당에 대해 “이런 정치기획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정당정치의 근간을 뒤흔드는 ‘참 나쁜 정치’이며 한국 정치사에 두고두고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며 “미래통합당의 가짜정당 창당이 움직일 수 없는 현실이 되면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민주주의를 위한 민주당의 희생과 결단은 왜곡될 위기에 처했다”고 질타한 바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비례 위성정당을 창당할 경우, 자신들이 통과시킨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스스로의 손으로 무력화시키는 모양새가 된다. 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미래한국당을 창당하면서 내세운 명분도 자신들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반대해 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거부했으나, 범여권이 4+1 공조를 통해 이를 통과시켰다는 것이다.

지난 연말 4+1 공조로 민주당과 함께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군소정당들도 이 같은 논리를 내세우며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 창당 주장에 반발하고 있다.

대안신당 김정현 대변인은 21일 논평을 통해 “여권 인사들이 앞 다퉈 민주당 위성정당을 만들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나서는 것은 집권여당이 스스로 정치개혁의 대의를 포기하는 꼴”이라며 “처지가 아무리 급해도 샛길로 돌아가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큰 길로 가야하는 것이 집권여당의 자세”라면서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위성정당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힐 것을 촉구했다.

정의당 강민진 대변인도 “비례 위성정당을 이용해 선거법 개정의 취지를 무력화하는 것은 민주주의 파괴행위일 뿐”이라며 “무도한 제1야당의 정치적 꼼수에 집권 여당이 휩쓸려 농락당해서는 안 된다. 그들과 똑같은 수준으로 전락하지 말라. 대의와 원칙, 정치개혁을 추구했던 초심을 따라 현명하게 행동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는 이번 총선이 다가오면서 미래한국당에 대한 우려가 여당 내에서 늘고 있다. 당 지도부는 선거제 개정안 통과를 이끈 민주당 스스로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무력화시키는 비례전담 위성정당 창당에 선을 긋고 있지만, 실리를 외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의 선택에 관심이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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