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스펙 경쟁 속 올바른 체험 필요 목소리
취준생 “인턴 위해 인턴하는 현구조 개선 필요”
실무 경험 접근 높이기 위해 직무 관련 교육必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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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동한, 김진수 인턴기자】 대학생들에게 인턴은 아무나 할 수 없는 귀한 기회다 보니 ‘금(金)턴’이라고도 불린다.

이력서의 빈칸은 이름, 주소, 전화번호, 이메일 등의 개인정보 칸을 제외한 자신의 스펙을 나타내는 수상 이력, 자격증, 외국어 능력뿐만 아니라 직무경력 칸이 존재한다.

이 직무경력 칸을 채우기 위해 대학생들은 인턴에 지원한다. 그들은 직무탐색과 역량 강화라는 명목 아래 ‘체험형 인턴’을 희망한다.

‘15대 1, 24대 1’는 한 공기업과 금융업의 체험형 인턴 경쟁률이다. 이런 높은 경쟁률 탓으로 ‘취업난’처럼 ‘인턴난’이란 용어를 붙여도 어색하지 않다.

그들은 높은 경쟁률을 뚫고 들어왔으나 인턴 생활에 있어 기대한 만큼 체험할 수 없어 아쉬움이 뒤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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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형 인턴은 무엇인가

인턴은 2가지 종류로 ‘체험형’과 ‘채용연계형’이 있는데 채용연계형은 근무기간 종료 후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업들의 어려움이 많아 정규직 전환 대신 일정기간 하는 체험형 인턴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비록 계약 기간이 모집 전부터 명시돼 있어 정규직 전환은 불가하지만 대학생들은 체험형 인턴을 하나의 스펙처럼 얻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들이 치열한 인턴난을 뚫고 들어오더라도 실무적인 배움은 얻지 못하고 있다. 

어차피 경험만 쌓고 떠날 인턴들이다보니 회사에서는 책임이 따른 업무를 그들에게 맡길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인턴은 기본적인 업무의 걸음마도 못 뗐기 때문에 단순 업무 밖에 받을 수 없고 제대로 된 교육도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그들은 인턴이란 직책 하에 정직원과 동일한 대우를 받을 수도 없다.  

이는 많은 커뮤니티 사이트에 체험형 인턴 후기 글을 통해 알 수 있다. ‘사무보조 알바 같다’, ‘시켜주는 일이 없어 공부한다’, ‘정말 무료하다’ 등 일을 체험하러 온 학생들이 그렇지 못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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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형 인턴’ 후기 직접 들어보니

실제 체험형 인턴을 직접 경험한 이들은 높은 경쟁률을 뚫고 회사에 일하게 됐지만, 기대 이상 업무를 배우지 못했다며 아쉬운 부분을 드러냈다.

A씨는 “타 취업준비생들에 비해 경험 부족 때문에 불이익이 있을 거 같아 하게 됐다”며 “최저시급을 못 받고 일을 했지만, 업무의 경험을 하고 싶다면 추천한다”고 언급했다.

B씨는 “기업에서 보통 인턴 경험을 많이 요구하기 때문에 실무경험을 하고 싶었다”며  “무조건 체험형 인턴이라는 소리에 혹해서 추천하지는 않는다. 인턴을 통해 무언가를 배웠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고 말했다.

C씨는 “체험형 인턴은 채용이 보장되지 않아 메리트가 떨어지지만 공채 지원 시 가점 혹은 혜택을 주는 기업들이 많아 할 수 밖에 없다”며 “회사들 입장에서는 어차피 떠날 인턴들에게 자신들의 부담이 따르는 프로젝트나 업무는 시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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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형 인턴 왜 하는가

취업 관련 커뮤니티와 카페들을 살펴보면 대학생들은 일반적으로 취업 준비를 위해 3, 4학년에 인턴 경험을 하고 빠르면 2학년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대학교 졸업생도 공채 지원은 물론 인턴도 지원한다.

이는 인턴이 대학생들에게 취업에 필수 스펙의 하나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기업들 입장에서도 직무 경험이 없는 지원자보다는 경험이 있는 지원자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회사에서 업무 경험을 대학생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은 인턴이 대표적이다.

특히 공공기관의 체험형 인턴은 공기업을 희망하는 대학생들에게 중요 스펙으로 통한다. 희망 기업의 업무에 체험 목적뿐만 아니라 나중에 인턴 경험을 했던 회사에 지원 시 5~10%의 가산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기업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기업에서 체험형 인턴을 했던 지원자는 서류전형을 면제해주는 등 채용과정에 이점이 있었다.

또한 다른 이유로는 대학생들이 체험형 인턴의 경험을 살려 다른 인턴을 지원하려 한다. 즉 인턴을 위해 또 다른 인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기업 혹은 공기업 등 경쟁률이 높은 곳에 인턴을 위해서는 경쟁자들보다 이왕이면 직무 경험이 있는 ‘인턴경력자’가 비교적 유리하다. 따라서 대학생들은 인턴 채용과정에서 자신이 우위에 있기 위해 체험형 인턴을 통해 자신의 스펙을 쌓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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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실무 경험의 필요

‘체험하지 못하는 체험형 인턴’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실무적인 교육 프로그램 마련과 기업의 매뉴얼 명시가 필요하다. 이에 ‘일학습병행제’가 극복 방안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일학습병행제란 독일 및 스위스식 도제 제도 등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일터 기반 학습을 한국 현실에 맞도록 설계한 제도이다. 노동자가 회사와 학교 등을 오가며 현장훈련과 이론교육을 함께 이수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이를 통해 기업은 인턴과 현장 실습생을 교육할 제도와 인프라를 갖출 수 있고, 인턴과 현장 실습생 또한 실무 경험을 더 쌓을 수 있다.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이우영 교수는 “일학습병행제로 교육 인프라와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중소·중견 기업들이 도움받을 수 있다”며 “전문계, 실업계 뿐만 아니라 인문계 기업도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기업들이 일학습병행제 안으로 들어오면 좀 더 기업 내 교육 인프라가 개선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와 비슷한 움직임이 대학에서도 있다. 학생들이 현장 실습에 나가기 전 몇 개월간 직무 관련 교육을 이수하게끔 하는 것이다.

경기도 주관 취업브리지에서 우수대학 선정을 받은 한신대학교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교육과정을 반영해 학사과정을 개편했다. 이를 통해 ‘비교과(직업기초능력)+전공교과’ 형식의 교육과정을 실시했고 사업 참가 기업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한신대 이헌준 취업브리지팀장은 “첫 시행이라 우리도 민원이 있지만, 학생들이 회사에 들어가기 전 5개월간 직무 교육을 이수하고 학생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준 덕에 성과를 인정받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학생들이 다가가기 쉬운 학과 교수가 직접 기업과 학생 사이를 중재한다. 메신저 대화와 기업 방문 등으로 학생들의 얘기를 자주 듣고 피드백을 반영한다”면서 “만약 학생이 적응을 하지 못하거나 부득이하게 기업 사정이 곤란해지면 학생이 학교로 돌아올 수 있도록 제도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정부나 대학, 기업 모두 직무 관련 교육 마련이 먼저임을 방증한다. 최근 지자체에서는 청년 정책을 구상할 시 청년들과 대화를 통해 마련하기도 하는데, 이와 비슷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 취업 준비생은 “인턴을 위해 인턴을 하는 시대에서 청년들이 자괴감에 빠지지 않을 수 있도록 변화가 필요하다”며 “인턴다운 인턴 ‘체험’을 할 수 있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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