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따라 서울시가 광화문광장 등에 대한 집회·시위 금지 조치를 밝힌 가운데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가 지난 22일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집회를 강행하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따라 서울시가 광화문광장 등에 대한 집회·시위 금지 조치를 밝힌 가운데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가 지난 22일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집회를 강행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전국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가운데 집회 및 종교행사를 자제해달라는 서울시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이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강행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1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시민 운집이 많은 서울광장, 청계광장, 광화문광장에서의 집회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10월부터 매주 주말마다 광화문일대에서 대규모 집회를 이어온 범투본은 지난 22~23일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강행했다.

범투본을 이끌고 있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전광훈 대표회장은 집회에서 “임상적으로 확인된 바에 의하면 야외에서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사실이 전혀 없다”며 지속적인 집회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심지어 그는 “바이러스 걸린 사람이 있으면 예배(광화문 집회)에 다 오라. 주님이 고쳐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박 시장은 22일 집회현장을 찾아 “집회를 금지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해산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집회 참가자들은 박 시장에게 욕설을 하는 등 비난하며 박 시장이 집회를 금지해 기독교를 탄압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전 회장은 “박 시장은 실제적 감염 본질인 실내 모임은 통제하지 않고 야외 집회만을 금지하고 있다”며 “평화로운 집회를 방해하려고 바이러스를 핑계로 집회를 금지한다”고 말했다.

지자체의 이 같은 조치는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일까. 헌법 제20조는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고 정하고 있다. 또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정하고 있다. 범투본 측의 주장대로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하지만 현행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제49조 제1항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자방자치단체의 장은 감염병 예방을 위해 집회, 종교행사 등 다수의 시민이 모이는 것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다.

백운석 서울시 재생정책과장이 지난 24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관계자들의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 혐의 수사를 촉구하는 고발장 접수하고 있다. ⓒ뉴시스
백운석 서울시 재생정책과장이 지난 24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관계자들의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 혐의 수사를 촉구하는 고발장 접수하고 있다. ⓒ뉴시스

기본권 침해 vs. 공익적 목적

이 같은 서울시의 조치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집회금지 조치에 위헌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공중보건을 이유로 기본권을 제한할 수는 있으나 위험이 임박한 정도와 예방이 필요한 정도를 고려해 집회의 자유와 집회 금지로 달성하려는 공익적 목적 중 어느 쪽이 더 우위에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24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국가의 초비상상황에서 기본권인 집회 시위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감염병 예방이라는 공익적 목적 달성을 위해 법률에 근거해 기본권을 제한한 조치라는 것이다.

시민들은 코로나19의 확산세를 감안할 때 무리한 조치는 아니라는 의견과 기본권 침해라는 의견을 다양하게 내놨다.

30대 직장인 이민수씨는 “공익적 목적이라는 점을 이해하나 기본권 침해라고 생각한다”며 “공익적 목적이라는 이유로 집회나 시위를 탄압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어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인천에 거주 중인 20대 이성진씨는 “코로나19 확산과 같은 국가재난사태에는 분명 집회 제한과 금지가 필요하다. 제한조치가 적절히 이뤄지지 않아 코로나19가 확산됐다고 본다”며 “다만 기본권 제한이 남용되지 않도록 기준을 정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서울에 거주 중인 김종혁씨는 “국가재난 상황에서 법률에 근거해 집회를 금지하는 것은 합리적인 결정”이라면서도 “(범투본 측의 집회 강행에 대해) 옳다 그르다 판단하기 이전에 집회금지는 시민사회 차원에서는 반대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해당 집회를 비판한다면 그것은 범투본 지도부로 향해야 한다”며 “전 회장의 ‘야외에서는 감염되지 않는다’거나 ‘집회에 참여하면 건강해진다’고 하는 발언이야말로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경찰과 서울시는 집회금지 조치를 어길 경우 강경대응을 예고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지난 23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가의 방역활동을 방해하는 행위, 위생용품 매점매석 등 불법행위, 무리한 대중집회 등을 통해 국민불안을 가중시키는 행위 등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며 협조를 당부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당부에도 범투본이 집회를 강행하자 서울시는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범투본 관계자들을 종로경찰서에 고발조치했다. 이에 서울지방경찰청은 현장 채증영상 등 자료를 분석해 관련자들을 엄정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범투본 측은 오는 29일에도 집회를 강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날로 증가하는 가운데 정부와 지자체, 범투본 측의 향후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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