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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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중국 우한시에서 급속도로 번진 바이러스 ‘코로나19’ 감염이 국내에서도 확산 국면에 접어들며 교육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어린이집, 유치원 등 교육계 종사자 가운데서도 코로나19 확진환자가 여럿 발생하고 있고, 외부인이나 집단생활로 인한 감염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점점 높아지자 정부는 학생들의 안전을 지키고자 선제적 조치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유은혜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는 지난 24일 코로나19와 관련해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개학을 일주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초 3월 2일로 예정된 개학일은 9일로 연기됐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도 26일 영유아의 코로나19 감염 최소화를 이유로 2월 27일부터 3월 8일 일요일까지 전국 어린이집을 휴원한다고 밝혔다.

교육부와 중대본 모두 상황에 따른 추가 연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교, 학원까지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당장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는 맞벌이 부부들은 속이 타는 상황이다. 월차나 연차를 계속해서 쓸 수도 없는 노릇이고, 당장에 휴직하는 것도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 사태에 부모들의 근심은 점점 커져만 간다.

실제 모 임신·출산·육아 커뮤니티에는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워킹맘들은 눈물을 머금는다”, “며칠 휴가 내서 아이랑 있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럴 때 워킹맘인 게 속상하고 아이한테도 미안하다”는 등의 하소연이 이어졌다.

정부는 육아 공백을 우려해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긴급돌봄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뿐만 아니라 여성가족부의 아이돌봄 서비스 연계를 강화하는 한편 범정부적으로 맞벌이 가정, 저소득층 가정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고용노동부와 협의해 직장인들이 가족돌봄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오후 휴원에 들어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별관 한빛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데리고 나오는 학부모 ⓒ뉴시스<br>
지난 20일 오후 휴원에 들어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별관 한빛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데리고 나오는 학부모 ⓒ뉴시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대책에 부모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세 살배기 딸아이를 둔 30대 남성 A씨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 휴원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게 문제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에 아이를 맡겨온 부모들은 자신들이 직접 돌볼 수 없어서 도움을 받아왔을 텐데 지금과 같이 상황이 급박하다고 해서 쉽게 쉴 수 있는 상황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정부는 돌봄 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하지만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주변에서도 아이돌봄 서비스를 이용하겠다는 사람을 많이 보지 못했다. 아동 학대 논란도 있었고 감염 우려 상항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다는 게 썩 내키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부모들이 불안해하는 서비스를 강화하기보다는 다른 방안을 마련해주길 바란다”며 “돌봄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는데 강제성이 없다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부연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도 A씨와 비슷한 청원글이 이어졌다.

한 청원자는 “전국 초·중·고등학교 개학이 일주일 연기됐는데 맞벌이 가정 부모들은 여전히 출근해야 한다. 큰 아이들은 집에 홀로 있어야 하고 어린아이들은 누군가에게 돌봄을 부탁해야 하는데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맞벌이 부부에겐 꽤 긴 시간이다. 아이들 개학을 연기했으면 부모 중 한 명이라도 회사를 쉴 수 있게끔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원자는 “정부 차원에서 개학연기 및 어린이집 유치원 폐쇄조치는 응당 필요하다 사료되지만 당장 아이들을 맡길 곳 없는 맞벌이 부부들은 임시 돌봄처를 알아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라며 “어렵게 단기간의 돌봄도우미를 구하더라도 상주하지 않는 이상 오히려 바이러스 확산에 보탬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정부 차원에서 영유아 및 초등학생을 둔 맞벌이 직장인은 한시적으로 유급휴가를 강제 시행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 13일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은 감염병이 유행해 자녀의 유치원이나 학교가 휴교할 경우 맞벌이 가정도 자녀를 돌볼 수 있도록 학부모 노동자의 유급휴가를 보장하는 내용의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미성년자인 자녀가 감염병에 감염됐을 경우 △자녀가 재학 중인 유치원, 학교 등이 문을 닫거나 개학을 연기할 경우 △휴원은 아니지만 출석인정특례가 인정될 경우 △맞벌이 가정의 노동자가 사업주에게 ‘감염병 돌봄휴가’를 신청할 경우 사업주가 격리·휴교 등 기간 내에서 유급휴가를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더불어 노동부 장관이 예산 범위 안에서 필요에 따라 사업주에게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노동자가 이미 연차휴가를 모두 소진했더라도 ‘감염병 돌봄휴가’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있다.

현행법상 가족의 질병·사고·노령 또는 자녀의 양육을 이유로 연간 최대 10일 가족돌봄휴가를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적극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강제성 없는 개정안이 얼마나 실효성 있을지 의문이다.

맞벌이 가정이 안심하고 자녀를 돌볼 수 있는 보다 현실적이고 강제성 있는 정부 차원의 정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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