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당 총선 승리’ 2마리 토끼 쫓는 이낙연-황교안
불출마 택한 안철수-유승민, 차기 대권 위한 발판 구축
지역 맹주 노리는 김부겸-홍준표, 당 넘어설 수 있을까

왼쪽부터 민주당 이낙연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 ⓒ뉴시스
왼쪽부터 민주당 이낙연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 ⓒ뉴시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40여일 남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차기 대권을 노리는 잠룡들의 행보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차기 대권주자 1, 2위를 이어가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과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차기 대권가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피할 수 없는 대결을 앞두고 있다. 과거 바른미래당의 양대 창업주였던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통합당 유승민 의원은 과거의 위상을 되찾기 위한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민주당 김부겸 의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각각 대구·경북(TK), 부산·울산·경남(PK)의 각 당 맹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달리고 있다.

이들 잠룡들이 이번 총선을 발판으로 삼아 2년 뒤 대권을 노릴 수 있는 디딤돌을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몰리고 있다.

이낙연-황교안, 2마리 토끼 잡을까?

윤보선,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 등 3명의 대통령과 정치거물들을 배출한 정치 1번지 종로에서는 차기 대권주자 1~2위 간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일찌감치 종로 출마를 선언한 이낙연 위원장은 통합당 황교안 대표를 상대로 맞았다. 일각에서는 황 대표가 총선 출마지를 두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른바 ‘겁쟁이 프레임’에 말려들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황 대표가 종로 출마를 택하면서 두 잠룡은 외나무다리에서 마주쳤다.

황교안 대표는 ‘이낙연 대 황교안’이 아닌 ‘문재인 대 황교안’ 프레임을 통해 정권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반면 이낙연 위원장은 ‘야당심판론’ 대신 ‘미래’를 강조하며 차별성을 띄우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차기 유력 대권주자 간의 맞대결인 종로 대전은 일단 위기관리 리더십에 초점이 맞춰지는 형국이다.

이번 대결에서 승리한 쪽은 이후 차기 대권가도까지 고속도로가 열리는 셈이다. 패한 측은 차기 대권가도를 밟아가더라도 상대방에서 한차례 패배했다는 한계론에 갇힐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들의 승부는 종로 한 지역구의 승패로만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두 후보 모두 민주당과 통합당의 총선 승리를 이끌어야 하는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번 종로대전은 지역구 민심 다지기와 함께 각 지역 지원 유세까지 병행해야 하는 힘든 싸움이 될 전망이다.

결국 종로 대전의 승패도 중요하지만, 총선 전체 판에서 자신들의 당이 얼마나 성과를 거두느냐도 이들의 차기 대권행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즉,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승리와 총선 전체 판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느냐가 두 잠룡의 대권가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왼쪽부터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미래통합당 유승민 의원 ⓒ뉴시스
왼쪽부터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미래통합당 유승민 의원 ⓒ뉴시스

한발 물러선 안철수-유승민

과거 바른미래당 창당을 이끌었던 양대 창업주는 나란히 이번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중도주의를 표방하던 바른미래당은 창당 2년여 만에 호남통합신당인 민생당의 일부가 됐다.

두 창업주의 입장도 많이 달라졌다. 안철수 대표는 20대 총선에서의 돌풍을 잇지 못한 채 19대 대선, 7회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셨다. 특히 지난 2018년 지선에서는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해 자유한국당 김문수 후보에 밀린 3위를 차지하며 체면을 구겼다. 유승민 의원 역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부터 보수혁신을 외치며 죽음의 계곡을 건너왔지만, 새로운보수당 창당 41일 만에 결국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을 택했다.

두 잠룡은 이번 총선에서 차기 대권도전을 위한 자신의 세력을 재구축해야 한다. 안 대표는 국민의당 시즌2를 원내에 안착시켜 자신의 건재함을 알려야 한다. 유 의원도 통합당 내 개혁 보수세력의 규합을 이뤄내야 하지만, 현재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아 보인다.

자신들을 따르던 원내외 인사들은 계속해서 떠나고 있다. 친안계에서는 김중로, 이동섭 의원이 통합당행을 택했다. 현역의원인 김삼화, 김수민, 신용현 의원과 김철근 공보단장 등도 이적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이탈이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안 대표는 통합당과의 선거연대에 대해서는 여전히 선을 긋고 있다.

친유계에서는 정운천 의원이 통합에 앞서 비례전담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또 새보수당 출신 이혜훈 의원이 컷오프 되는 등 친유계 의원들이 통합당 공천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불만도 쌓이고 있는 상황이다.

왼쪽부터 민주당 김부겸 의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뉴시스
왼쪽부터 민주당 김부겸 의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뉴시스

당을 넘어서야 하는 김부겸-홍준표

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보수의 심장인 대구에서 당선되면서 단숨에 대권주자로 뛰어올랐다. 차기 대권행보를 위해 김 의원은 먼저 TK지역의 굳건한 민주당 맹주로 자리매김해야한다. 이를 위해선 대구에서 다시 한번 깃발을 꽂아야 한다. 그러나 최근 대구의 민심은 정부·여당에 우호적인 상황이 아니다.

21일 한국갤럽에 따르면 2월 3주차 여론조사 결과, 대구·경북(TK) 지역의 민주당 지지율은 19%에 불과하다.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율 역시 28%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에서 전국적으로 민주당의 지지율은 36%,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율은 45%를 기록했다. (전국 19세 이상 성인 7673명에게 통화 시도, 최종 1002명이 응답, 응답률 1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 홈페이지 참조)

최근 코로나19 확산사태와 관련해 정부에서 ‘대구 코로나’라는 명칭을 언급하면서 논란이 일었고, 전날 당정청 협의회 브리핑 과정에서 나온 ‘TK 봉쇄’ 논란에 대해서도 민심이 들끓고 있다. 민주당 간판이 선거운동에 악재라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다. 결국 김 의원의 대구 재선가도는 민주당 간판보다 자신의 브랜드가 얼마나 효과적일지에 달려있는 상황이다.

통합당 소속으로 경남 양산을 지역구 출마를 준비 중인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김무성 의원이 떠난 PK의 맹주 자리를 정조준하고 있다. 현재 경남 양산을에는 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전략공천된 상태다. 두 후보 간의 맞대결이 성사될 경우, 전직 경남지사들 간의 매치가 이뤄진다. 홍 전 대표의 경우, 이런 상징적인 매치업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통합당 PK지역 맹주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문제는 통합당 공관위가 홍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줄 것 인가다. 당 공관위는 홍 전 대표에게 서울 강북 지역 등 수도권 험지 출마를 거듭 요구하고 있다. 황교안 대표 역시 “혼자 판단하는 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견제에 나섰다. 그러나 무소속 출마를 언급하며 경남 양산을 출마 의지를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통합당 공관위는 고심을 거듭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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