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들이 지난해 8월 8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택시승강장에서 승객을 태우기 위해 줄지어 있다. ⓒ뉴시스
택시들이 지난해 8월 8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택시승강장에서 승객을 태우기 위해 줄지어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개인택시 부제를 두고 택시기사들이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

택시 부제는 개인택시를 그룹으로 나눠 휴무일을 지정하는 제도다. 개인택시 3부제를 시행한다면 세 그룹으로 구분돼 기사들은 3일에 한 번씩 운행을 쉬어야 한다. 2부제가 시행될 경우 2일에 한 번씩 운행을 쉬어야 한다.

1980년대 초 시행된 택시 부제는 국토교통부 훈령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국토부 훈령 제2018-1078호 ‘택시제도 운영기준에 관한 업무처리요령’ 제9조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택시기사의 과로방지, 차량정비 등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택시에 부제를 둘 수 있다.

다만 경형, 소형, 고급형(모범택시 등) 택시 등에 대해서는 부제를 적용할 수 없다. 또 교통수요의 증가 등이 예상되는 경우 일시적으로 이를 해제할 수 있다.

부제의 형태는 법률로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지자체별로 3부제, 4부제 등 다르게 운영된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2019년 9월 30일 기준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고는 개인택시와 법인택시 간 부제 운영에 차이를 두고 있다. 가장 큰 차이를 보인 곳은 인천시로, 법인택시에 대해 12부제를, 개인택시에 대해 3부제를 시행하고 있다. 경북 의성군은 법인택시에 대해 20부제, 개인택시에 대해 10부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경기 수원·성남·안양·과천·군포·의왕시는 법인택시 10부제, 개인택시 3부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수원 지역의 개인택시 기사들은 개인-법인택시 간 부제 차이 외에도 부제를 적용하는 시간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부제 적용 시간을 오전 4시로 정하고 있다. 그런데 수원의 경우 부제 적용 시간을 자정으로 정하고 있다.

수원에서 10년째 개인택시 기사로 일하고 있는 박현태씨는 “자정에 부제가 시작돼 승객들이 택시를 잡기 위해 줄을 서고 있어도 태울 수 없는 상황”이라며 “택시를 기다리는 승객들은 빈 택시가 손님을 태우지 않고 지나간다며 욕하지만 몇 천원, 몇 만원 더 벌기위해 부제를 위반하면 과징금 60~120만원을 내야 하기 때문에 손님을 태울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택시 부제라는 강제휴무 제도가 시민들에게 안전한 택시운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택시운전자의 과로 방지, 차량 정비 등을 위해 시행하는 제도라고 하는데, 지자체별로 다르게 시행하거나 아예 시행하지 않는 곳도 있다”며 “평등의 원칙에 따라 부제일 수를 똑같이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원개인택시조합 조용범 총무지부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다른 도시들은 대부분 오전 4시에 부제가 적용되는데, 수원시는 자정에 적용된다”며 “택시 손님이 가장 많은 시간은 밤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인데, 이 시간에 택시 부제 때문에 손님을 받을 수가 없으니 승객들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택시 부제에 대해 모르는 승객들이 귀가를 위해 택시를 타려다가 부제를 지키려는 택시기사에게 승차를 거부한다며 욕하는 경우도 있어 다툼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수원시청 관계자는 “법인택시의 경우 운행 차량이 많아 10부제를 적용하고 있다”며 “과징금의 경우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등 법령해 근거해 부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제 적용 시간에 대해서는 “지난 2017년 개인-법인택시 간 협의를 통해 부제 시행 시간을 정했다”고 했다.

그러나 조 지부장은 “당시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못하고 결정된 사항”이라고 반박했다.

현재 수원시와 개인택시조합, 법인택시 등은 부제 시간 변경을 두고 협의를 진행 중인 상황이다.

수원시청 관계자는 “개인-법인택시 양 측의 의견을 수렴하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 코로나19 확산으로 논의가 중단된 상황이지만 충분한 논의를 통해 개선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지부장은 “늦은 밤 시간에 승객들이 택시를 잡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을 보면 택시기사들도 안타깝다”며 “시민들이 불편을 겪지 않는 방향으로 논의를 이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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