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연동형 비례제 무력화 위한 미래한국당에 맞서는 정의당
진보진영 비례연합정당 창당에도 부정적…향후 당의 선택은?

정의당 소속 의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미래한국당의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을 규탄하고 있다. ⓒ뉴시스
정의당 소속 의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미래한국당의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을 규탄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정의당이 연일 미래한국당에 대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미래통합당의 비례전담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으로 인해 지난 연말 도입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무력화될 우려가 커지는 것에 대한 반발이다.

정의당은 당내 특위까지 조직하며 미래한국당의 정당등록 무효를 위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어 3일로 예정된 미래한국당의 비교섭단체 대표연설도 보이콧했다. 위헌적인 위성정당의 국회 연설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정의당은 미래한국당에 공세를 거듭하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사수에 전념하고 있지만, 최근 범여권, 진보진영에서도 미래한국당에 대응하기 위한 비례연합정당 논의가 나오는 등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거듭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

미래한국당 저격 나선 정의당

더불어민주당 등과 4+1 공조를 통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정의당은 이번 선거법 개정으로 인한 최대 수혜자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당시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의 전신)이 비례전담 위성정당 미래한국당 창당 카드를 꺼내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하에서 의석 확보를 극대화하기 위해 통합당은 지역구에만 후보자를 내고 미래한국당은 비례후보만 내는 전략이 나오면서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비례정당 창당 움직임도 일어나면서 다당제를 이끌 것으로 전망됐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 취지가 무력화돼 다시금 거대양당 중심의 선거제로 회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재 정의당은 미래한국당에 대해 적극 대응 의지를 밝히고 있다. 지난달 24일 김종대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미래한국당 저지 특별위원회를 당내 구성했다. 김종대 위원장은 “미래한국당이라는 기상천외한 불법조직을 해산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바로 세우기 위한 세부 실천계획을 발표하고 즉각 시행에 옮겨 불법적 유사정당조직 미래한국당을 저지하겠다”며 민주당도 미래한국당 저지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날 정의당은 미래한국당의 정당등록 무효를 위한 헌법소원 심판도 청구했다. 또 25일에는 일부 여론조사기관에서 단순정당지지도에서는 통합당만을, 비례정당 투표의향에서는 미래한국만을 선택지로 제시하는 등 미래한국당을 통합당의 비례정당으로 인정해 편향된 조사를 벌이고 있다면서 이는 선거법 및 선거여론조사기준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하는 등 미래한국당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계속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의당은 3일 오후로 예정된 미래한국당의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대해서도 보이콧을 선언했다. 윤소하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정의당은 위헌적인 위성정당이 헌법 기관인 국회에서 연설하는 것을 결코 인정할 수 없다”며 “의원총회를 통해 위성정당의 국회 연설을 막기 위한 모든 방도를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원내대표는 의총을 마친 뒤 문희상 국회의장을 찾아 미래한국당의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중지시켜줄 것을 요구했으나, 문 의장 측은 이미 정해진 대표연설을 취소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날 미래한국당 한선교 대표의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은 예정대로 진행됐고, 정의당과 4+1 공조에 나섰던 바른미래당, 대안신당, 민주평화당이 통합한 민생당도 본회의를 보이콧하며 대립을 이어갔다.

자유한국당(당시) 황교안 대표가 지난달 5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미래한국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축사를 전하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당시) 황교안 대표가 지난달 5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미래한국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축사를 전하고 있다. ⓒ뉴시스

비례연합정당 창당에도 선 긋는 정의당

정의당이 미래한국당에 대해 맹공을 퍼붓고 있는 것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 취지 훼손이 이유다. 미래한국당에 대응하기 위해 민주당에서 비례정당 창당 논의가 나오자, 정의당은 역시 거세게 반발했다. 민주당마저 비례정당을 창당하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완전히 무력화돼 거대양당 중심의 선거제가 재현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비례연합정당 창당 추진이 속도를 내고 있다. 비례연합정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정치개혁연합 측은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창당준비위원회 결성을 신고했다. 비례정당 창당에는 부담을 느끼는 민주당도 진보세력과의 비례연합정당 창당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의당을 제외하고 민주당과 이외 세력이 비례연합정당을 창당하는 것은 정의당에게 최악의 총선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정의당은 비례연합정당 창당에 대해서도 선을 긋고 있다. 심상정 대표는 3일 의총에서 “무엇보다도 정의당은 연동형 비례제의 취지를 훼손하는 위헌적인 위성정당의 배에는 몸을 실을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어렵게 만든 연동형 비례제도가 미래한국당에 의해 도둑질 당하는 것에 대해 왜 고통스럽지 않겠느냐”라면서도 “그렇다고 위헌적인 비례 위성정당으로 맞수를 두는 것은 잘못됐고 효과적이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정치개혁연합은 불참을 선언한 정의당에 대해서는 계속 소통하고 설득하려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승수 집행위원장은 이날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현재 선거연합정당을 통해 정의당을 포함한 진보적인 소수 정당의 파이가 커질 수 있다. 그 파이는 미래한국당 파이를 가져오는 것”이라며 “(미래한국당) 견제에 있어서는 숙고를 요청드리고 싶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오는 16일까지 각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 공천룰을 선관위에 제출해야 된다. 그러려면 연합정당이니까 사전에 협의나 논의가 필요하다”며 “현실적으로는 이번 주를 넘기면 좀 일정이 너무 촉박해진다고 본다”면서 민주당의 조속한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하 위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도 “민주당이 입장을 정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논의를 진전시키는 데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민주당이 최대한 빨리 결단하고 그에 따라 다른 정당들도 최종적으로 판단할 수 있고, 그러면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현재 정의당은 비례전담정당 미래한국당에 맹공을 가하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 사수에 몰두하고 있다. 그러나 미래한국당에 대응하기 위해 민주당 등 진보진영에서 비례연합정당 창당을 꺼내든 상황에서 향후 정의당의 선택에 관심이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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