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 tvN 드라마 ‘하이바이, 마마!’ 공식홈페이지
<사진출처 = tvN 드라마 ‘하이바이, 마마!’ 공식홈페이지>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최근 tvN 드라마 <하이바이, 마마!>의 아역배우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극중 조서우는 차유리(김태희 扮)의 딸입니다. 그런데 조서우 역을 맡은 아역배우 서우진의 실제 성별은 남성입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상에서 제작진을 향한 비난이 일고 있는 것이죠.

일부 커뮤니티 등에서는 남성인 서우진이 여성을 연기하게 돼 성장하면서 정체성에 혼란이 올수 있다며 제작진을 질타하는 댓글을 볼 수 있습니다.

누리꾼들은 “예쁜 여자 아역배우들도 많은데 왜 굳이 남자를 캐스팅했느냐”거나 “감독이 이해 안 된다”는 등 제작진의 캐스팅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또 “아역배우 정체성 걱정은 안 하는지”, “크면 트라우마 생길텐데”라는 등 서우진의 성장과정에서 정체성 혼란이 올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하이바이, 마마!> 제작진은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조서우의 어머니 역할인 김태희의 어린시절과 닮은 아역배우를 캐스팅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서우진은 사진으로 공개된 김태희의 어린시절 모습과 닮은꼴로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제작진은 남자 아역배우가 여자아이 역할을 맡게 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우려 지점을 예상해 서우진은 물론 그의 어머니와 충분한 소통을 거친 뒤 캐스팅을 결정했으며, 서우진에게 상황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한 뒤 촬영에 들어간다고 설명했습니다.

성별이 다른 아역배우를 캐스팅한 사례는 처음이 아닙니다. <하이바이, 마마!>의 권혜주 작가는 전작 <고백부부>에서도 아역배우의 성별을 바꿔 캐스팅한 바 있습니다.

사진출처 = tvN 드라마 ‘하이바이, 마마!’ 공식홈페이지
<사진출처 = tvN 드라마 ‘하이바이, 마마!’ 공식홈페이지>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소장은 “저도 16개월 된 지정성별 여성인 자녀가 있는데, 어려서부터 성역할 고정관념이 심어질까봐 옷을 고를 때 사회에서 ‘여성스럽다’고 여기는 분홍색, 치마, 레이스 장식 등을 고르지 않고 있다”며 “이 같은 육아방식을 보고 성별정체성에 혼란을 주는 것이 아니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은데, <하이바이, 마마!>의 아역 배우 캐스팅을 두고 벌어지는 설전에서도 이 같은 비판이 발생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여성스럽다거나 남성스럽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것일 뿐 원래부터 그런 것은 없다”면서 “성별정체성의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마찬가지다. 모든 사람이 시스젠더(지정성별과 성별정체성이 일치하는 사람)일 것이라는 가정이 있는 발언이다. 모든 사람이 시스젠더는 아니며 그럴 필요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소장은 “다만 아역배우가 연기를 할 때 본인에게 주어진 역할과 촬영하는 장면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하고 동의를 얻어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이바이, 마마!>와 결은 다르지만, 작중 인물과 실제 배우의 성별을 바꿔 캐스팅하는 ‘젠더 프리’, ‘젠더 크로스’ 캐스팅은 최근 공연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이분법적인 성별구도에서 벗어나 성별과 무관하게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이죠.

젠더프리 캐스팅은 성별에 얽매이지 않고 배우로서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시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합니다.

<하이바이, 마마!> 제작진이 젠더프리 캐스팅을 염두에 두고 서우진을 캐스팅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아역배우 스스로 캐스팅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갖고 부모의 동의하에 결정한 배역이라면 문제될 것은 없어 보입니다.

또 서우진에게는 폭넓은 배역을 소화할 수 있는 기초이자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이번 캐스팅을 계기로 많은 작품에서 성역할 고정관념을 넘어 성별에 갇히지 않은, 연기자들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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