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추경’ 6.2조 뛰어넘는 ‘코로나 추경안’ 확정
속도전 외치는 與 vs. 선심성 예산 거르겠다는 野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코로나19 극복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코로나19 극복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했다. 총 11조7000억원 규모로, 지난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편성된 11조6000억원을 뛰어넘는 규모다.

4일 임시국무회의를 통과한 추경안은 오는 5일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정부는 2월 임시국회 내로 추경안이 통과되길 바라고 있다.

공은 국회로 넘어왔다. 앞서 여야는 이번 추경에 대해 초당적 협력에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여당은 속도전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야권은 선심성 예산을 막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이번 추경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조속히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몰린다.

11조7000억 규모 코로나19 추경안

정부는 4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하에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총 11조7000억원 규모의 코로나19 대응 추경안을 확정했다. 추경안은 오는 5일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이번 추경안에는 ▲감염병 검역・진단・치료 등 방역체계 보강・고도화(2조3000억원)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 회복 지원(2조4000억원) ▲민생・고용안정 지원(3조원) ▲침체된 지역경제 회복 지원(8000억원) ▲세입경정(3조2000억원) 등이 포함됐다.

세부적으로는 감염병 검역・진단・치료 등 방역체계 보강・고도화를 위해 확진자 치료를 담당하는 감염병 전문병원과 선별진료소, 방역조치로 폐쇄된 의료기관의 손실보전으로 1조7000억원을 지원한다. 입원·격리치료자 생활지원비와 자가격리자에 대한 유급휴가지원, 의료기관 융자지원 등으로 5000억원을 투입한다. 감염병 대응 인프라 확충을 위해 800억원을 들여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을 영남권과 중부권 2곳에 추가 건립하고, 음압병실 120개와 음압구급차 146대를 확충한다.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 회복 지원과 관련해서는 긴급경영자금 융자를 2조원으로 확대하고, 소상공인 대상 1%대 초저리금리대출을 늘린다. 초저리 대출시 대출자가 부담하던 신용·기술보증기금, 지역신용보증 보증료도 1년간 인하한다.

소상공인 경영부담 경감을 위해 저임금 근로자 230만명을 계속 고용하는 영세사업장 에는 4개월간 1인당 월 7만원의 임금보조를 실시한다. 피해점포 및 전통시장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일시 폐쇄 영업장에 위생·방역 지원, 재개점 홍보 등을 지원하고, 전통시장 소비진작을 유도하기 위해 온누리 상품권을 5000억원 추가 발행하고, 1인당 구매한도도 기존 7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늘렸다.

민생안정과 고용안정을 위해서는 저소득층 137만7000여 가구에 월 22만원(2인 가구 최대)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고, 아동수당 대상자 263만명에도 10만원의 지역사랑상품권을 4개월간 지급한다.

고용시장 피해 최소화를 위해 청년추가고용장려금을 확충하고, 취업성공패키지 참여인원을 5만명 확대하고, 저소득층 구직촉진수당을 재도입할 방침이다.

지역경제와 상권 살리기를 위해 피해지역별 여건에 맞춰 고용유지, 사업장 환경 개선 등 특별고용안전대책을 지원한다. 또 지역사랑상품권 발행규모를 3조원 확대하고, 정부지원율도 4개월간 한시적으로 8%로 올린다. 지방재정 보강과 교육시설 방역 등을 위해 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 2897억원도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이번 각 추경사업 중에서 대구·경북지역에 대한 지원예산 6200여억원을 별도로 배정해 특별지원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추경 관련 사전 브리핑에서 “(이번 추경안은) 타이밍과 속도가 중요하고 그 어느 때보다 더 절실한 상황”이라며 “정부는 2월 임시국회에서 추경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한산한 서울 명동거리 모습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한산한 서울 명동거리 모습 ⓒ뉴시스

여야, 추경 처리까지 속도 높일까

정부가 거듭 강조하듯 문제는 추경안이 얼마나 속도감 있게 국회를 통과하느냐다. 지난해 미세먼지 관련 추경안은 국회 제출부터 통과까지 100일이 걸렸다. 이로 인해 추경 집행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코로나19 추경에 대해 여야는 앞서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에서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이번 추경과 관련해 거듭 속도전을 강조하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제 국회가 속도를 내야한다. 현재 상황의 엄중함을 감안하면 다음 주에는 통과되도록 해야 한다”며 “약속한대로 야당의 초당적 협력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야권 역시 이번 추경에 대해 초당적 협조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선심성 예산은 막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미래통합당 간사를 맡고 있는 이종배 의원은 지난 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통합당은 추경안 처리에 초당적으로 협조할 것을 다시 한번 명백히 밝힌다”면서도 “추경이라는 급행열차에 은근슬쩍 총선 선심성 예산 등 이번 총선을 겨냥한 정략적 사업 등을 절대 끼워 넣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생당 박주현 공동대표도 “추경이 국회 심의를 제대로 받지 않는 것을 이용해 짬짜미 예산을 짠다고 의구심을 갖고 바라보고 있다”며 “민생당은 이번 추경 예결위 과정에서 소상공인들과 실직자 등 가장 어려운 분들에게 지원이 집중되도록 민생이 최우선인 추경이 되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 역시 지난달 28일 회담에서 “이번 추경은 총선용 선심성 예산이 끼어들어서는 안 되고 철저히 코로나19 확산방지와 민생피해 지원 예산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추경 심사가 지연돼 발목잡기라는 여론이 형성될 경우, 거센 역풍에 직면할 수 있는 상황에서 야권 역시 추경에 대한 초당적 협력으로 속도전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가장 처리기간이 짧았던 추경은 2002년 태풍 루사로 인한 피해복구 지원을 위한 추경으로, 국회 제출 3일 만에 통과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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