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HDC 회장이 지난해 11월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HDC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이 지난해 11월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세기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4월 인수를 목표로 인수작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연초부터 불거진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운영자금 약 3207억원의 조달을 위해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이번 공모의 신주 발행가는 1만4600원으로 확정됐다. 유상증자는 5∼6일 구주주 청약, 10∼11일 일반공모 청약이 이뤄질 예정이다.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도 진행 중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달 28일 1700억원 규모의 10년물 사모채를 발행했다. 회사채 발행으로 3000억~5000억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자금 조달 계획에 모자란 부분은 금융권 차입 등을 통해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회사가 밝힌 자금 조달 계획에 따르면 기타 차입금 규모는 약 8000억원 규모였다. 하지만 유상증자·회사채 발행 등에서 부족한 부분이 추가되면 차입금 규모는 이보다 더 늘어나 1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난해 11월 이후 코로나19가 확산되고 부동산 규제 등으로 HDC현대산업개발의 주가가 40% 이상 폭락하면서 신주 발행가도 낮아졌기 때문이다. 

앞서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1월30일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기업결합 신고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하고 본격적인 인수 절차에 들어갔다. 이는 합병 대상 2개사 중 한쪽의 자산 총액이나 매출이 3000억원 이상이고, 나머지 한쪽의 자산이나 매출이 300억원 이상이면 반드시 공정위의 기업결합심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심사 기간은 신고일로부터 30일, 필요한 경우 90일 범위에서 추가 연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자료 보정에 드는 기간이 제외된 순수한 심사 기간이라 자료 보정 기간을 포함하면 실제 심사 기간은 120일을 초과할 수도 있어 목표했던 4월 인수 시일을 초과할 수도 있다. 

현재 HDC현대산업개발은 미국, 중국, 러시아, 터키, 카자흐스탄 등 외국에도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해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HDC현대산업개발은 인수 결정 당시보다 어려워진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황 때문에 인수를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안팎의 우려를 낳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물론 통매각한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등의 재무 상황이 더 악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연초부터 불거진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그 영향은 더 크게 미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지난해 영업손실 3683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 폭이 확대됐다. 또 지난해 매출액은 5조9538억원으로 전년 대비 4.0% 감소했다. 특히 올해 예상 적자가 7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에어부산도 작년 영업손실 505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아시아나항공 측은 지난달 18일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지난 2일 모든 직원에게 이달 중 무급 휴직 10일을 실시하도록 했다. 또 3월 급여에서 전 직원의 급여 33%를 일괄 차감하는 자구책 강화안도 내놨다.

아울러 이달부터 사장은 급여 100%, 임원은 50%, 조직장은 30%를 각각 반납하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연이은 자구책은 코로나19의 국내 확진자 수가 급증하며 한국발 여행객의 입국 금지 국가가 늘어나는 등 경영 상황이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의 인수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끝이 보이지 않고 있어 올해 적자 규모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코로나19 등의 사태가 해결돼 수요가 회복되면 아시아나항공은 업계 2위의 경쟁력으로 수익을 내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업계의 전망도 있다. 

이같은 우려 속에서도 HDC현대산업개발은 자금조달 방안을 마련하는가 하면 각종 인허가 절차를 밟으며 4월 인수를 목표로 달리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유상증자를 통해 2조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해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개선 등에 쏟아 부으면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비율도 300%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에 이어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절차까지 마무리되면 항공업계 재편도 한층 가속도를 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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