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훈 은행장 등 계열사 대표·임원 7명 사임
계열사 독립성 훼손, 친정체제 관행 되풀이
노조 “선거 도운 인사 복귀”...보은인사 우려

이성희 신임 농협중앙회장ⓒ뉴시스
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뉴시스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농협중앙회가 새 회장을 맞이 한 이후 범농협계열 임원이 대거 사임하면서 인사태풍이 불고 있다. 두달 전 취임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친정 체제로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보은인사 등 되풀이 되는 인사 관행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농협중앙회와 농협경제·금융지주 계열사에서 현재까지 총 7명의 계열사 대표와 임원들이 사임하기로 했다.

앞서 허식 농협중앙회 전무이사, 소성모 상호금융대표이사, 박규희 조합감사위원장, 김원석 농협경제지주 농업경제대표이사 등도 사퇴를 결정했다. 자체적으로 선출안 김위상 농협대 총장, 이상욱 농민신문사 사장 등도 사임했다. 여기에 홍재은 농협생명 대표와 최창수 농협손해보험 대표도 같은 날 사의를 밝혔지만 수리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농협금융지주 출범 이후 처음으로 3연임에 성공한 이대훈 농협은행장도 지난 3일 자리에서 물러나기로했다. 농협은행이 지난해 1조5000억원대의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터라 이 은행장의 사임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은행장의 사임은 지난달 취임한 신임 회장의 인사권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전해졌다. 농협중앙회 측은 이 은행장을 비롯해 이번에 퇴임하는 임원들은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자발적 결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은행장 등 대규모 사임행렬이 이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교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전임 회장과 함께 손발을 맞췄던 이들 대신 신임 회장 체제로의 전환 작업에 본격화 됐다는 것이다.

농협은 중앙회장이 바뀔 때 마다 경영진 또한 대폭 물갈이 돼왔다. 앞서 2013년에도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취임한 직후 4명의 경영진이 교체됐다. 이른바 인사 물갈이를 통한 친정체제 구축이 중앙회에서 자연스러운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인사가 마무리된다면 전임 시절보다 인사 교체폭은 더 커지는 셈이다.

이번 인사태풍이 중앙회장의 입김이 실제로 영향을 미친 것이라면 농협금융지주 등 계열사의 ‘독립성 훼손’이라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농협은행 등 금융지주는 신경분리 후 여전히 중앙회의 인사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협은행장은 농협금융 지주의 임원추천위원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선임되고 있어 절차상으론 인사에 중앙회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중앙회가 금융지주 100% 지분을 보유하고 금융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구조다. 중앙회 이사회 의장이기도한 중앙회장의 영향력은 사실상 막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신임 회장의 보은 인사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뒤따른다. 농협노조는 이번 인사를 통해 중앙회장이 자신의 선거를 도운 이른바 ‘올드보이’를 복귀시키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금융노조 농협중앙회지부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납득할만한 인사를 실시하지 않을 경우 가만히 두고보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농협중앙회 측은 계열사 인사를 이달 중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농협 측은 충분한 의견수렴을 통해 절차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중앙회장이 공식적으로 인사와 관련해 의견을 낸적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회장과의 관계를 떠나 농협의 경영방침이나 비전을 실현하기에 적합한 인물이라면 규정내에서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며 “그 과정에 반대의견이 있다면 노조 입장 등도 전체적으로 의견이 수렴돼 임추위 과정을 거쳐 절차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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