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 쏟아진 콜센터, 마스크 없이 감염병 취약 환경
원청인 에이스손해보험, 도급업체와 함께 사태 해결 나서야

집단감염에 대한 안내문 없이 홍보문구만 보이는 에이스손해보험 홈페이지 ⓒ홈페이지캡처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에 위치한 에이스손해보험 콜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했다. 이와 관련 콜센터 직원들이 마스크도 쓰지 않고 일했던 것이 드러나면서 에이스손해보험이 감염병 확산에 취약한 환경을 방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0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영상회의에서 에이스손해보험 콜센터 관련 확진자가 총 64명으로 판정됐다고 밝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손영래 홍보관리반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해당 콜센터 직원들이 업무상 마스크를 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해당 콜센터에서는 좁은 공간에서 다수의 인원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근무한 것으로 드러나며 에이스손해보험의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대규모 감염 위험을 인지하고도 영업실적을 위해 근무를 무리하게 강요하지는 않았는지 의혹이 나오는 것이다.

해당 콜센터는 에이스손해보험이 도급계약을 맺고 있기에 직접 고용은 아니지만 콜센터 근무환경 및 방역 관리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에이스손해보험은 자사 위탁 콜센터의 집단 감염사태가 발생했음에도 관련 공식 사과문 등을 내놓지 않고 홍보에만 열중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실제로 홈페이지에는 어떠한 안내문도 보이지 않고 홍보문구만 노출된 상태다.

이와 관련 노조들도 콜센터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사무금융노조는 10일 성명을 내고 “콜센터의 업무환경 특성상 노동자 사이의 간격이 매우 비좁고 통화가 일상 업무인 점을 볼 때 집단 감염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라며 “정부와 금융회사는 노동자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사전에 대책을 세워 예방을 해야 할 회사가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점이 집단 감염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국가적 재난 상태에서 콜수, 통화성공수 등 성과측정으로 콜센터 노동자들을 내몰았던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라며 “사전에 철저한 방역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지 못한 사업주의 책임은 절대 가볍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노조는 원청인 에이스손해보험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노조는 “도급업체도 잘못이지만 원청인 에이스손해보험이 편의를 위해 도급 형태로 위험을 외주화하고, 어떤 위험도 부담하지 않고 있다”라며 “에이스손해보험은 도급업체와 함께 공동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일반노조 콜센터지부도 10일 성명을 통해 “콜센터 노동자들은 장비 설치의 어려움으로 재택근무가 여의치 않고 대화 업무로 인해 마스크를 쓰고 일할 수도 없다”라며 “업무 특성상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100명 이상 밀폐된 공간에서 쉼 없이 말해야 한다”라고 콜센터 노동자들의 어려움에 대해 설명했다.

이와 관련 에이스손해보험 측은 코로나19 발생 전에도 개인 행동수칙과 관련된 업무매뉴얼은 있어 왔다는 입장을 내놨다.

에이스손해보험 관계자는 “코로나19 발생 이전부터 위생과 관련한 행동수칙 가이드라인이 있었다”라며 “이런 생활습관 관련한 매뉴얼은 본사 직원 뿐 아니라 콜센터 직원에게도 안내된 바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구로구는 지난 9일 콜센터가 있는 코리아빌딩을 폐쇄하고 방역 소독을 시행했다. 코리아빌딩은 지하 6층, 지상 19층 규모의 건물이며 확진자가 발생한 콜센터는 11층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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