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구심점 역할 했던 블로그 몰락
사생활·인권침해 정보들 무분별 게재
지적재산권 무단 침해도 빈번하게 발생
현행법상 피해자 신고해야 규제 가능
표현의 자유와 충돌, 사회적 논의 필요

ⓒ포털사이트 블로그 검색 캡쳐화면
ⓒ포털사이트 블로그 검색 캡쳐화면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인터넷 공간을 떠도는 정보의 양은 상상을 넘어선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IDC는 올해 전 세계 디지털 정보량이 99조 기가바이트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보량의 급증과 함께 블로그, 마이크로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Social Network Services)의 확산으로 정보제공의 주체도 크게 늘었다. 누구나 마음먹는다면 다양한 경로를 활용해 원천 정보는 물론 가공된 정보를 외부와 공유할 수 있다. 

하지만 정보의 절대량이 늘어나면서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선별하는 것 역시 어려워졌다. 시장정보기관 칸타 TNS가 지난 2017년 세계 56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응답자 중 17%만이 ‘소셜 미디어 상 정보 대부분은 믿을 만 하다’고 대답했다.

이와 함께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등의 유럽 국가도 각각 9%, 11%, 12%로 저조한 신뢰도를 보였으며 일본과 캐나다 응답자들도 소셜 미디어의 정보를 믿는 비율은 12%대에 그쳤다. 

이는 전체 미디어에 대한 수용자의 신뢰도가 하락하는 현상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성 언론은 물론, SNS, 개별채팅방 등을 중심으로 이른바 가짜뉴스가 횡행하면서 공적‧사적 콘텐츠에 대한 불신도 깊어진 셈이다. 

특히 파워블로거 등을 중심으로 정보전달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블로그에서는 불확실한 정보가 무분별하게 생산 및 소비 되는 양상을 보인다. 최근 블로그에는 후기를 가장한 광고들이 넘쳐나는 한편, 확인되지 않은 루머, 사생활 및 인권침해 요소가 다분한 정보 등이 판을 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행위들이 개인 블로거들의 수익 활동으로 이어짐에도 피해 당사자들의 신고 외에는 이를 규제하거나 제재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1인 미디어인 블로거들은 자체 콘텐츠 제작이나 기성보도를 재생산 하는 방식으로 유사언론 행위를 영위한다고 평가받지만, 이에 상응하는 윤리적 책임에서는 배제돼 선정주의적 저널리즘을 일컫는 황색언론의 악습을 반복하는 모습이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의 실명들이 무단으로 공개되는 인터넷 블로그들 ⓒ인터넷 블로그 캡쳐화면
확인되지 않은 정보의 실명들이 무단으로 공개되는 인터넷 블로그들 ⓒ인터넷 블로그 캡쳐화면

확인되지 않은 실명, 블로그에는 있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와 관련한 신천지의 행보가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 가운데 SNS를 중심으로 ‘신천지 소속 연예인 명단’이라는 불명확한 정보가 무작위로 유포됐다. 

당사자들은 즉각 공식적인 부인과 함께 해명에 나섰다. 이후 언론들의 대대적 보도가 이어지면서 한때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하기도 했다. 다만 대부분의 제도권 언론에서는 직접 설명에 나선 연예인들 외의 명단에 대해 구체적 언급을 피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하지만 이들 명단의 확인은 어렵지 않았다. 언론에서는 공개되지 않은 선정적 정보들이 블로그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유통되고 있는 탓이다. 상당수의 블로거들은 진위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정보임에도 수십명의 실명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름을 거론하지 않는 경우에는 사진을 올리는 방식으로 정보를 노출시키기도 했다. 

거명된 연예인들은 대대적인 명예훼손에 따른 고소 움직임 보였고 이에 블로거들은 게시글을 내리거나 모자이크 처리하는 방식으로 후속 조치에 나섰다. 그러나 여전히 온라인 검색을 통해 명단을 찾아보는 건 여전히 어렵지 않은 일이다. 

또 블로거 중 일부는 고소에 나선 연예인들이 누구인지를 나열하는 방식으로 사건을 재생산 하고 있어 원치 않는 2차 피해 역시 우려되는 상황이다. 

추측성 루머 소비되는 대표적 공간

연예인을 비롯한 유명인들은 이처럼 황색언론화 된 블로그의 최대 피해자다. 몇몇 블로거들은 결혼, 이혼, 소송, 채팅방 대화 등 유명인들의 개인 사생활이 유출됐을 때 사실 관계에 대한 검증 없이 실명을 명기하거나 당사자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흘린다.

수개월 전에도 한 연예인의 이혼 소식과 함께 동료와의 열애설이 터진 이후 블로그에서는 실명을 내건 게시글들이 쏟아져 나왔다. 당사자들이 극구부인하며 강력한 법적 대응을 시사하자 사안은 진정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유사한 사례가 반복되는 가운데 블로그는 다양한 추측성 루머가 소비되는 대표적 공간으로 활용됐다.

현재 블로그는 1인 미디어로서 유사언론의 역할을 수행한다. 특정 이슈에 대한 외부의 정보를 모으고 가공해 수용자에게 전달한다는 관점에서 보도의 기능을 갖는다. 이에 따라 블로그 역시 공중의 ‘알권리’를 위해 기여한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하지만 공중의 알권리가 추측성 루머를 양산해도 무관하다는 근거가 되진 않는다. 불확실한 정보를 게시한 후, 아니면 말고 식으로 대응하는 무책임한 행태는 기성 언론들 역시 비판 받는 부분이다. 

언론중재위원회와 법원 또한 정보전달의 역할이 개인의 사생활 보호라는 가치와 상충될 때는 제한적으로 이뤄져 함을 지적한다. 블로그 역시 진정한 1인 미디어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기성 언론에 상응하는 수준의 규범을 적용 받거나 이를 준수하기 위한 자정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언론중재위원회는 “극히 내밀한 사적 영역에 관한 사항이나 일반에 노출돼서는 안 될 개인적인 비밀까지 공중의 정당한 관심사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명시한 바 있으며 서울중앙지법 역시 지난 2001년 판결을 통해 공중의 관심사에 대한 보도라 하더라도 “그 보도내용은 진실해야 하고, 적어도 언론기관이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라야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연예인의 사생활 문제를 반복적으로 언급한 후 암호화폐 거래소 홍보로 이어지는 블로그 게시글 ⓒ인터넷 블로그 캡쳐화면
연예인의 사생활 문제를 반복적으로 언급한 후 암호화폐 거래소 홍보로 이어지는 블로그 게시글 ⓒ인터넷 블로그 캡쳐화면

수익활동으로 연계되는 유명인의 사생활

확인되지 않은 루머나 가십성 정보들이 개인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면서도 횡행하는 이유는 게시글에 따른 수용자들의 유입이 말 그대로 수익활동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블로그 역시 이러한 내용의 콘텐츠로 사람들을 끌어모아 광고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몇몇 게시글들의 의미심장한 제목을 보고 페이지에 들어가면 실상은 특별한 내용이 없는 경우가 다반사인 이유다. 

현재 플랫폼 사업자들은 광고노출 및 수익공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용자들이 자신의 블로그에 광고배너를 달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에 따른 수익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애드포스트, 애드핏이라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블로거들은 이밖에도 구글 애드센스, 오픈마켓 광고 등을 추가하기도 하며 업계에서는 상위 블로거의 수익이 수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업자들 역시 방문자 증대에 따른 수혜를 누린다. 

온라인 조회수를 늘리기 위해 제목이나 내용을 바꿔가며 같은 내용을 반복 송고하는 어뷰징 콘텐츠의 양산 역시 광고수익을 기반으로 한다 . 자극적인 제목과 사건으로 이용자들의 유입을 유도하는 가운데 선정성 짙은 콘텐츠가 양산되며 이 가운데 사생활 침해가 발생한다. 

이밖에 일부 블로그 콘텐츠들에서는 게시글 말미에 암호화폐 투자나 판매 중인 상품을 홍보하는 경우도 다수 포착된다. 가령 한 블로거는 모 연예인의 휴대폰 해킹 이슈를 정리한 후, 비트코인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방법을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 졌다. 이는 유명인들의 사생활을 미끼삼아 암호화폐 거래소를 홍보하는 어뷰징 게시글의 전형이다.  

또 어뷰징 게시글은 지적재산권 침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블로거들은 가십의 대상이 되는 당사자의 사진 등을 게재하기 위해 영화·방송 및 뉴스의 화면을 허락 없이 캡쳐해 사용하고 언론보도의 일부 또는 전부를 출처 없이 무단으로 전재한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이 지난해 발표한 ‘2019 저작권 보호 8대 이슈’에 따르면 저작권 분야의 산업계, 학계, 유관기관을 중심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SNS 상 저작물 공유로 인한 저작권 침해(16.3%)’가 관계자들의 가장 높은 관심을 끌 이슈로 선정되기도 했다.  

임시조치에 의해 블라인드 처리된 게시글 ⓒ인터넷 블로그 캡쳐화면
임시조치에 의해 블라인드 처리된 게시글 ⓒ인터넷 블로그 캡쳐화면

현행법상 규제 범위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현재 각 포털 사이트 등 블로그 서비스 제공자들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피해 당사자의 신고가 접수되면 30일간 ‘임시조치’ 처리를 진행한다. 임시조치란 권리의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이해당사자 간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을 임시적으로 차단하는 조치를 말한다. 

피해자는 이를 통해 정보차단 기간을 거쳐 최종 삭제를 요구할 수 있으며 개인적인 법적대응에 나서는 것도 가능하다. 콘텐츠 게시자 역시 이 기간동안 정보 차단의 부당함에 대해 소명할 수 있다. 

하지만 사생활 침해에 따른 명예훼손과 저작권 침해 등의 경우 당사자의 신고가 없으면 직접적인 제재가 어려운 만큼 현재로서는 규제의 범위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수백개나 되는 관련 게시물에 대해 일일이 대응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더욱이 해외에 기반을 두고 있는 블로그 서비스의 경우에는 국내법 적용에 한계가 있어 임시조치의 규제도 적용이 어렵다. 한국어로 운영되는 해외 블로그에는 인터넷도박, 불법성인물은 물론 국내 유명인들에 대한 근거 없는 소문 등이 무분별하게 공유 되지만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셈이다.

실제 구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블로거’는 성인콘텐츠에 대한 제한을 느슨하게 운영하고 있는 탓에 과거 모 유명인의 사생활 동영상이 유포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가치 충돌의 영역, 사회적 인식 변화 고민해야

다만 업계에서는 촘촘한 법을 제정해 규제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의견도 제시된다. 사생활 침해 문제는 필연적으로 표현의 자유와 맞닿아 있어 과도한 제재가 이뤄질 경우 억압의 도구로 악용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네이버 관계자는 “넓게 보면 인터넷 전반에 적용되는 이야기다. 관련 글이 올라왔을 때 사실인지 아닌지 진위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고 선제적으로 삭제조치에 나서는 건 표현의 자유와 상충하는 부분이 있다”라며 “다만 신고센터와 게시중단요청 서비스를 통해 플랫폼 사업자로서 1차,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업계 최고 수준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관계자도 “콘텐츠에 대한 제재는 인격침해 정도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욕설이 들어가거나 한다면 당연히 제재 대상이다. 이 외에도 관련 정책이나 기준에 부합하는 사안들은 블라인드 등 제재 조치를 취하고 문제가 반복되면 블로그가 폐쇄되는 경우도 있다”라며 “하지만 가치판단이 필요한 부분은 사전제재를 할 수가 없다. 표현의 자유 억압이 될 수 있다. 소문의 진위 판단이 필요한 부분은 신고를 통해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인권상담사례집 답변을 통해 인터넷이 한국 사회의 새로운 민주주의 의사형성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국가의 규제나 형사처벌 등 직접 개입을 최소화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결국 블로그로부터 양산되는 사생활 및 인권침해 문제해결은 미디어에 대한 인식변화에서 출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표현의 자유 역시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지목되는 만큼 법률적인 해결 보다는 미디어 교육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사실관계 검증을 위한 공공의 노력도 블로그의 황색언론화를 정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나현수 정책팀장은 “허위정보 자체만으로 불법성을 판단하긴 어렵다. 일상생활에서 거짓말을 한다고 불법이라고 하진 않는다”라며 “상업적인 용도의 허위나 정치적 목적을 가진 허위는 이른바 가짜뉴스와 연계돼 있지만 표현 자체를 막거나 삭제하는 게 완벽한 방법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런 부분은 팩트체크를 통해 올바른 정보를 더 많이 제공하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나사렛대학교 방송영상콘텐츠학과 김철현 교수는 “유튜브가 TV의 기준을 좇아야 한다면 블로그는 신문기사로서의 수준을 좇아야 한다”라며 “하지만 블로그를 서비스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기사 내용에 관계없이 클릭수가 돈으로 연결되는 만큼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스스로 제재에 나설리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따라서 법률적인 해결보다는 핀란드나 노르웨이, 캐나다처럼 미디어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기본적으로 소비하는 사람이 있으니 생산이 이뤄진다. 미디어 수용자들이 선정적인 콘텐츠를 소비하지 않도록 교육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교육이 잘 이뤄지고 있는 나라에서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미디어 읽기를 시키고 미디어의 방향을 교육한다. 국내에서도 언론진흥재단 등에서 미디어 교육을 진행하지만 레거시미디어(기성 미디어)에 집중돼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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