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 지음 / 384쪽 / 130mm*210mm / 1만7000원 / 봄알람

ⓒ봄알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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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아무리 힘센 권력자라도 자신이 가진 위력으로 인간이 인간을 착취하는 일 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막대한 관계와 권력으로 진실을 숨기는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법의 지엄함을 보여주십시오. 그래서 다시는 미투를 고민해야 하는 사람이 이 땅 위에 나오지 않도록 하여주십시오. 간절히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 혐의 항소심 결심공판 김지은 최후진술서 중)

김지은씨의 미투(#Metoo) 증언으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이 세상에 알려진 지 554일째 되던 2019년 9월 9일, 대법원에서 안 전 지사의 유죄가 확정됐다.

안 전 지사의 유죄가 확정됐지만, 김씨는 미투 이후 고통스러운 날을 보냈다. 사람들은 미투를 미투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김씨를 비난했다. 김씨의 미투 의도를 의심하며 음해를 하기도 했다. 심지어 재판부에 의해 2차 가해가 이뤄지기도 했다.

미투 이후 자해, 자살시도가 이어질 만큼 힘겨운 시간을 보냈으나 김씨는 자신이 겪은 미투 이후의 과정을 기록해 <김지은입니다>를 펴냈다. 위력에 짓눌렸던 피해생존자의 증언이 널리 기억되는 것이 다음 피해자를 막고 지금도 무수히 존재하는 위력 속 가해와 피해를 멈추는 길이며 곧 정의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미투로 인해 직장을 잃게 된 노동자였다. 임면권자인 안 전 지사가 지사직에서 사임하면서 계약이 해지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미투를 함으로써 생존권을 잃는 흑백의 운명이 우려한 대로 바로 현실이 됐다”고 말한다.

김씨의 미투 이후 세상은 그에게 ‘피해자다움’을 요구했다. 이 같은 요구는 김씨를 세상과 단절시키기에 이르렀다. 2019년 3~4월 일기 형식으로 기록된 글에서 김씨는 피해자답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기 위해 스스로 피해자다움에 갇힌 것 같다는 걱정을 하기도 했다.

김씨는 수많은 여성들에 대한 가해를 멈추기 위해 미투를 결심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잘려나간 것은 피해자의 일상이었다. 이 책은 일상을 찾기 위한 김씨의 몸부림이며, ‘보통의 김지은들’을 위한 기록이기도 하다.

이 책은 김씨가 미투로 안 전 지사의 성폭력을 고발한 ‘첫 번째 말하기’에 이은 ‘두 번째 말하기’다. <김지은입니다>는 여전히 가해자의 편에 서서 2차 가해를 일삼는 이들에게는 성찰과 각성의 계기가, 이 땅의 수많은 ‘보통의 김지은들’에게는 강력한 연대와 응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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