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진보 택한 광진을…5선 추미애 떠난 이번엔 과연
민주당세 강한 지역 특성 vs. 대권주자급 인물론 맞붙어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서울 광진을 후보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 미래통합당 광진을 후보 오세훈 전 서울시장 ⓒ뉴시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서울 광진을 후보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 미래통합당 광진을 후보 오세훈 전 서울시장 ⓒ뉴시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각 당의 공천이 서서히 마무리되면서 21대 총선 대진표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총선 격전지들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서울 광진을은 앞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5선을 한 지역이다. 보수는 지난 24년간 단 한 번도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그런 광진을은 이번에 추 의원이 출마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인물을 맞이하게 됐다.

이곳 서울 광진을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줄곧 ‘대통령의 입’ 역할을 했던 정치신인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과 대권잠룡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맞붙게 됐다. 당세가 강한 지역적 특성을 등에 업은 정치신인과 재선 서울시장을 거친 거물 정치인 간의 맞대결이 펼쳐질 광진을이다.

5선 추미애 떠난 광진을

서울 광진을 지역구는 성동구에서 분구된 이후 치러진 지난 1996년 15대 총선부터 20대 총선까지 한번도 보수정당 후보가 당선된 적 없는 곳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치러진 17대 총선을 제외하고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이 지역에서 5선을 했다. 추 의원이 탄핵 역풍을 맞은 17대 총선에서도 광진을의 선택은 열린우리당 김형주 의원이었다.

앞선 19대 총선에서 추 의원은 55.19%를 득표해 당선됐다. 3자 구도로 치러진 20대 총선에서도 추 의원은 48.53%의 지지를 받아 5선 고지를 밟았다. 그만큼 진보성향이 강한 지역이라 볼 수 있다.

해당 지역에서 5선을 달성한 추 의원이 지난 연말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되고 총선에 불출마하면서 광진을은 새로운 인물들을 맞이하게 됐다.

민주당은 지난 20여년동안 지역을 일군 추미애 의원이 떠난 자리에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을 낙점했다. KBS 아나운서 출신인 고 후보는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경선 캠프 대변인을 시작으로, 문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청와대 부대변인, 대변인을 거쳤다. 첫 출마하는 정치 신인이지만, 문 대통령의 입으로서 인지도를 높였다.

고 후보 측은 이번 선거를 올드보이와 차세대 정치인 간의 구도로 끌고 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4일 MBC라디오 <이승원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 출연해 “광진을에 대한 관심은 굉장히 높은 것 같다”며 “아마도 올드보이의 복귀, 거기에 대항해 차세대 정치인, 그 대결구도가 있기 때문에 이목이 집중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언급했다. 이어 “과연 지금 시대가 원하는 정치인상은 무엇일까, 결국 결과를 받아봐야 되겠지만, 저는 젊고 참신한 차세대 정치인으로서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아직까지 한 번도 광진을을 탈환하지 못한 통합당도 이번에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대선주자급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후보로 내세우며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변호사 출신인 오 후보는 지난 2000년 16대 국회에 입성해 당시 한나라당 내 소장파 의원으로서 주목받았다. 이후 2006년 4회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당선됐고, 2010년 5회 지선에서 재선 고지에 올랐다. 그러나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 논란으로 자진사퇴했다. 이후 20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 출마했지만, 정세균 후보에게 밀려 낙선했다. 이후 2019년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 출마해 2위에 머물렀지만, 국민여론조사에서는 50.2%로 기록하는 등 건재함을 과시했다.

오 후보 측은 이번 맞대결에서 정부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우며 청와대 출신인 고 후보와 문재인 대통령을 정조준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오 후보는 “올해는 나라를 바로잡는 해”라며 “열심히 뛰어서 나라가 다시 본래의 궤도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총선에 나서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또 지난달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청와대 출신이라고 강조하는 분들은 문재인 정부의 지난 3년의 업적이 굉장히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지 않겠느냐”라며 “그 점에 대해 유권자들께 정확한 판단을 구하는 것, 그게 야당이 선거에 임하는 전략”이라 말하며 정부심판론을 이어갔다.

오차범위 내 접전

여론조사 상 현재 광진을의 분위기는 오차범위 내 박빙이다. 3일 뉴시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광진을 21대 총선 여론조사 결과, 고민정 후보는 46.1%, 오세훈 후보는 42.0%를 각각 기록해 오차범위(±4.2%p) 내 접전을 벌였다.
(2월 29일~3월 1일 서울 광진을 선거구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539명 대상, 응답률 4.9%,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2%p, 유선 40%·무선 60% ARS 조사,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4일 한국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리서치를 통해 실시한 광진을 국회의원 선거구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고 후보가 35.9%, 오 후보가 38.5%로 역시 오차범위(±4.4%p) 내 박빙을 기록했다.
(이달 1~2일 서울 광진을 선거구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 대상, 응답률 13.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 유선 5%·무선95% RDD(임의걸기) 방식으로 전화면접조사,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다만 최근 오 후보 측에 악재가 발생했다. 오 후보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것. 앞서 4일 광진구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부터 설과 추석 등 명절에 아파트 경비원과 청소원 5명에게 총 120만원의 금품을 제공했다는 혐의로 오 후보를 검찰에 고발했다.

오 후보는 이에 대해 적극 해명에 나섰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년에는 치매기가 있는 어머님이 매일 데이케어센터 차량으로 귀가하실 때 매번 경비원들께서 집까지 동행해주시는 신세를 지게 돼 늘 고마운 마음이었다”며 “매년 두 번씩 늘상 해오던 일이라는 설명을 위해 (선관위에 자진출석해) 작년에 드린 것까지 묻지도 않는데 자진해서 설명했는데, 그것까지 모두 합산해 고발했다니 망연자실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두 제 불찰이다. 선거 때 더 신중하게 행동했어야 하는데 경솔한 처신을 크게 반성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초반 구도는 ‘당 vs. 인물’

두 후보자의 강점도 엇갈리고 있다. 앞서 언급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조사한 후보자 선택 요인에서는 고 후보의 경우, ‘소속 정당’이 41.5%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후보자 자질 및 됨됨이(29.3%)’가 뒤를 이었다. 반면, 오 후보는 ‘능력과 경력’이 28.9%로 제일 높았고, ‘소속 정당’(22.7%)은 차순위였다. 즉, 광진을의 선거구도와 관련해 현재까지는 당 대 인물의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고 풀이된다.

고 후보 측은 오 후보에 비해 늦게 지역구 활동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아직 고 후보의 진가가 나오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고 후보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서 저희도 더 열심히 해야겠지만, 지역주민들을 아직 만나지 못한 상태에서 고 후보의 모든 게 다 여론조사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아쉬움은 좀 있다”며 “고 후보가 지역을 다니면서 주민들을 만나면 반영될 거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오 후보 측은 정책과 공약으로 승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결국 고민정 후보로서는 민주당의 당세가 강한 지역적 특성을 잘 살리고, 신선한 정치신인의 면모를 통해 거물급인 오 후보의 인물론에 맞서야 하는 상황이다. 반면 오세훈 후보는 재선 서울시장과 대권잠룡으로서의 풍부한 경험과 인지도를 살려 인물론을 더욱 부각시켜 지역적 불리함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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