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홍세기 기자】 한국아트라스비엑스의 차기 대표이사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박정호 전무가 내정돼 논란이 예상된다. 박 전무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조현범 대표의 범죄 행위에 가담한 의혹을 받고 있어 보은성 인사라는 지적이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아트라스비엑스는 오는 27일 오전 대전광역시 본사에서 주주총회를 연다. 이날 안건에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박정호 전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예고돼 있다.

한국아트라스비엑스는 축전지 제조업체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알짜 자회사다.

앞서 아트라스비엑스는 올해 1월 배호열 전 대표가 ‘일신상의 사유’로 퇴임하면서 최석모 현 임시 대표체제로 전환한 바 있다.

당시 최 대표의 임기는 주총까지 임시직으로 박 전무가 사내이사로 선임이 되면 대표로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아트라스비엑스의 대표이사로 유력한 박 전무가 이미 구속된 조현범 대표의 불법행위에 가담한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재판부는 지난 9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조현범 대표의 배임수재 등의 혐의 사건에 대한 3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증인으로 참석한 박 전무는 지난 2008년 한국타이어의 구매담당 임원으로 재직할 당시 경영기획본부장이던 조 대표로부터 특정계좌로 500만원을 입금하라는 지시를 받아 이를 이행한 임원이다.

박 전무는 검찰 측 증인 신문에 나와 “당시 친분이 있는 하청업체 대표 이 모씨에게 ‘도와줄 분이 있어서 돈을 보내야 하는데 도와줄 수 있느냐’라면서 계좌번호 등이 적힌 쪽지를 건네줬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박 전무는 “조 대표에 대한 언급은 일절 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같은 박 전무의 요구에 협력업체 대표 이씨는 2008년 3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약 10년 3개월 동안 매달 500만원을 송금했고 송금한 액수는 모두 6억 1500만원에 달했다.

박 전무는 재판에서 “개인적인 친분 관계로 부탁을 한 것”이라며 “납품 계약을 빌미로 돈을 요구한 것은 아니다”라며 대가성 뇌물이 아닌 개인적인 친분에 의한 도움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검찰은 아무런 조건없이 개인적 친분으로 매월 500만원씩을 10년 이상 특정계좌에 송금했다는 점에서 박 전무의 주장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특히 조현범 대표 뿐 아니라 박 전무도 협력업체 대표로부터 2008년 5월부터 9월까지 매달 월 100만~200만원씩 돈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아트라스비엑스 대표이사 선임이 오너일가인 조현범 대표의 범죄에 조력한 것에 대한 보은성 인사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관계자는 “현재 재판중인 사안이라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아트라스비엑스는 알짜 자회사로 2016년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하다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자진 상폐를 포기한 이후에도 배당 등의 문제로 주주들과의 마찰이 지속돼 왔다.

그런 만큼 박 전무의 사내이사 선임은 아트라스비엑스에 오너일가의 입김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 아니냐는 의심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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