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로 대학가도 ‘비상’
교육부, 개강 연기·원격강의 권고
대학가, 강의 수준 저하 우려 확산
대학생들 “등록금 부분 환불 해줘야”

이화여자대학교 캠퍼스 명소 ⓒ뉴시스
이화여자대학교 캠퍼스 명소,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뉴시스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자 교육부는 감염 예방 차원에서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의 개학을 연기할 뿐만 아니라 대학에도 개강 연기를 권고했다.

한차례 연기에도 불구하 고 코로나19 확산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개강을 마냥 미룰 수만도 없기에 교육부는 온라인 강의와 과제물 등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대학생들은 이 같은 대책에 난색을 표한다. 온라인 강의로 대체 불가능한 과목이 있는  데다가 대면 강의에 비해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때문에 대학생들은 개강이 미뤄진 만큼 등록금 인하해 달 라고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등록금 환불은 어렵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어 대학생들의 불만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4주 이내 개강 연기” 

교육부는 지난 2월 5일 범부처 유학생 지원단 확대 회의에서 대학들에 4주 이내 개강 연기를 권고했다.  이에 따라 다수의 대학이 학사 일정을 조정해 1~2주간 개강을 미뤘다.

이후 코로나19 전국적 확산 우려가 지속돼 추가적인 학사운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의 건의가 있었고 교육부는 지난 2일 ‘2020학년도 1학기 대학 학사운영 권고안’을 발표했다.

권고안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이 안정될 때까지 집합강의는 하지 않고 원격강의와 과제물 활용 강의 등 재택을 실시한다. 다만 구체적인 방식은 각 대학의 여건에 따라 교원과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제안했다.

또 2020학년도 1학기 적용 일반대학의 원격강의 운영 기준에 따라 대학이 원격강의 교과목 개설과 콘텐츠 구성방식 등을 자체적으로 편성해 실시하도록 권고했다.

1학기 학사 운영을 위해 필요한 행정조치는 대학에서 우선 실시하고, 추후 학칙을 개정해 소급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도 교육부는 대학 원격강의 지원과 질 담보를 위해 원격교육운영자문위원회(가칭)를 꾸려 원격교육지원센터를 지정·운영하겠다고 예고했다.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한 건물 출입구에 외부인 출입금지 안내문 ⓒ뉴시스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한 건물 출입구에 외부인 출입금지 안내문,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뉴시스

등록금 반환 목소리 커져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이지만 정부와 대학이 제시한 대책에 학생들의 불만은 크다.

전국대학생네트워크(이하 전대넷)이 지난 11일 공개한 ‘코로나 대응 대학가 대책 관련 전국 대학생 긴급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만4785명 가운데 65.5%가 코로나19로 인한 학사 일정 조정 과정에서 피해가 발생했다고 응답했다.

피해 사례별로는 △실기 실험 실습 등 온라인 대체가 불가한 강의 대안 미비 49.4% △온라인 강의 대체로 인한 강의 부실 40.9% △기숙사 입사 기간 조정에 따른 주거 불만 16.2% △군 입대 국가고시 등 주요 일정 변경 5.8% 등으로 조사됐다. (중복 선택 가능)

이렇듯 학생들은 온라인 강의나 과제물 활용 등으로 대체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실 강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 학생들은 줄어든 강의 일수만큼의 등록금 환불과 수업권·학습권 보장 등 방안을 원하고 있다.

실제 대학 2학년에 재학 중인 정모씨는 “온라인으로 강의를 대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충분히 이해한다”며 “하지만 등록금 등록 기간 전에 결정된 사안이고 온라인으로 똑같은 시간에 강의를 동일하게 진행할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등록금을 인하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 설문조사에서도 개강 연기 및 온라인 강의 대체 과정에서 등록금 반환 필요 여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85.2%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도 ‘대학교 개강 연기에 따른 등록금 인하 건의’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고 7만40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자는 “2020년도 1학기 개강은 사실상 3월 30일이 됐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대학은 종강을 1~2주 줄여 기존 16주 강의를 ‘14~15주’로 단축했다”며 “그러나 등록금 이하는 없었고, 대학은 학점 당 최소 이수 시간인 15시간 강의를 온라인과 보충 강의 등으로 대체하고 오프라인 강의도 추후 실시해 학습권을 충분히 보장하겠다’는 입장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단시간 내에 생산될 수밖에 없는 현재 특별 상황에 대한 ‘온라인 강의’는 평소 ‘오프라인 강의’ 수준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며 “기존보다 강의 수준이 질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학생들은 등록금 인하를 통해 일부 보상받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1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의 코로나19 대응 관련 대학가 대책 마련을 촉구 기자회견 ⓒ뉴시스
지난 11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의 코로나19 대응 관련 대학가 대책 마련을 촉구 기자회견 ⓒ뉴시스

등록금 환불 가능성 ‘불투명’

학생들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현행법상 등록금 환불은 어렵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현행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대학 강의를 전월의 전기간에 걸쳐 휴업할 시, 방학을 뺀 나머지 경우에 해당 월의 등록금을 면제한다고 정하고 있다.

또 현행 ‘고등교육법시행령’은 대학의 강의 일수를 매 학년도 30주 이상으로 하되, 부득이하게 이를 충족할 수 없을 경우 학칙을 근거로 2주 이내로 강의 일수를 줄일 수 있도록 규정한다.

즉, 정부의 권고에 따라 1~2주가량 개강을 연기한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안 된다.

또 등록금을 환불받기 위해서는 개강 연기 일수를 한 달 채워야 한다는 것인데, 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기준 전국 4년제 대학 193개교 가운데 179개교가 1~2주 개강을 연기했다. 정부가 재택강의를 권고한 상황에서 대학의 추가 연기 계획은 없을 것으로 전망돼 사실상 등록금 반환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28일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는 교육부 김규태 고등교육정책실장 등과 면담에서 등록금 환불 등 요구사항 7개를 촉구했다. <사진 출처 =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학생들 요구에 응답해야”

지난달 28일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장과 전대넷의 긴급 면담이 열렸다.

이날 전대넷은 △학생-교육부-대학의 정기회의체 마련 △교육부 차원의 학교별 코로나19 대응TF에 학생 참여 보장 권고 △등록금 반환 △수업권 보장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코로나19 대책위에 학생이 참여하는 것은 교육부에서 권고하기 어렵다’, ‘법률상 등록금 반환은 곤란하다’고 답했다.

전대넷은 코로나19로 빚어진 대학가 혼란에 대한 책임을 학생들이 고스란히 지고 있다며, 대학·정부에 1만5000여명의 대학생들의 요구에 응답해달라고 촉구한다.

전대넷은 “1월 말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예방 과정에서 행사 취소, 개강 연기, 온라인 강의 전환이라는 상황을 연달아 마주하게 돼 학생들의 혼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며 “오리엔테이션을 듣고 어떤 강의를 들을지 고민해야 할 3월 첫 주에는 온라인 강의 제반 시설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강의 업로드 여부조차 확실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교육부 면담에서 학생들은 당연한 권리를 요구했으나 ‘교육부가 세세한 부분까지 권고하는 것은 대학 자율성 침해다’, ‘등록금을 반환하지 않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부연했다.

전대넷은 “우리는 이 같은 무책임한 답변은 거부한다. 정부는 학생의 입장을 고려해 방안을 제시할 책임이, 대학은 적적한 대응 방안을 학생들과 함께 논의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우리의 안전과 권리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 주면 1~2주간의 개강 연기를 끝으로 온라인으로 강의를 여는 대학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학생들은 등록금 환불을 가장 원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대면 강의에 준하는 질 높은 온라인 강의를 위한 대책이 마련돼 학생들의 수업권·학습권이 보장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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