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원 투표 결과 74.1% 찬성으로 비례연합정당 참여 결정
통합당 “표 계산에 눈멀어”…민생·정의도 “명분·실리 없어”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 이인영 국난극복위원회 총괄본부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선거대책위원회 연석회의에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 이인영 국난극복위원회 총괄본부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선거대책위원회 연석회의에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3일 전당원 투표 결과에 따라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오는 4.15 총선에서 민주당을 주축으로 한 범여권의 비례연합정당이 등장하게 됐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연말 4+1 공조를 통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에 따라 오는 21대 총선부터 비례대표 의석 47석 중 30석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되게 됐다.

그러나 당시 선거법 개정에 반대했던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은 비례전담 위성정당 미래한국당 창당으로 맞섰다. 현재 상황에서는 준연동형 비례제 의석 30석 가운데 1석도 차지하지 못한 채, 미래한국당이 20석 이상을 석권하는 걸 지켜봐야 한다는 위기감이 돌았고, 결국 비례연합정당 창당까지 이르게 됐다. 그러나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해야 할 민생당과 정의당이 여전히 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압도적 찬성

비례연합정당 참여에 대해 민주당은 지난 12일 오전 6시부터 13일 오전 6시까지 24시간 동안 전당원 투표를 실시했다. ‘민주당이 민주진보개혁 진영의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대한 찬반을 묻는 방식이었다.

투표 결과, 찬성 74.1%(17만9096명), 반대 25.9%(6만2463명)로 비례연합정당 참여가 결정됐다. 이번 투표에는 총 78만9868명의 민주당 권리당원 중 24만1559명이 참여했고, 투표율은 30.6%를 기록했다.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브리핑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저희가 4번째 전당원 투표를 하는데, 가장 많은 투표 참여가 있었다는 부분에 굉장히 놀랐다”며 “(찬성) 74%면 사실상 압도적인 수치로 권리당원들이 요청하셨다고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이 같은 전당원 투표 결과에 따라 비례연합정당 참여에 발을 내디뎠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민주당은 당원들의 압도적 찬성 뜻을 받들어 연합정당 참여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통합당은 개혁을 반대했다는 핑계로 페이퍼 위성정당이라는 반칙과 탈법으로 국회 의석을 도둑질하려는 만행을 저질러 선거법 개혁 취지를 파괴했다”며 “당 대표로서 이런 탈법과 반칙을 미리 막지 못하고 부끄러운 정치 모습을 국민들께 보이게 되어 매우 참담하고 송구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아울러 “반칙과 탈법을 보면서 제 한 몸 건사하자고 그냥 두고 보는 것은 결코 정의가 아니다”라며 “문재인 정부 하반기의 국정운영을 함께 할 책임 있는 집권여당으로서 민주당은 도저히 좌시할 수 없다”고 비례연합정당 창당에 대한 명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석을 더 얻고자 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소수정당의 국회 진출을 우선하겠다. 21대 국회에서 선거법이 악용될 수 있는 미비점도 보완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며 “다른 민주개혁 정당들도 작은 정파적 이익이 아닌 개혁과 역사의 대의로 이 길에 함께 해주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례연합정당 참여 제안 논의를 위해 정의당 심상정 대표의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례연합정당 참여 제안 논의를 위해 정의당 심상정 대표의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냉담한 범여권

그러나 정치권의 반응은 냉담하다. 선거법 개정과 미래한국당을 두고 날을 세워왔던 통합당은 물론이고, 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요청한 민생당, 정의당도 부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통합당 박용찬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결국 민주당이 파멸의 길을 선택했다”며 “어차피 답이 정해져 있는 하나마나한 투표임을 알면서도 민주당에 실낱같은 양심이 남아있길 기대했던 국민들은 또 한 번 배신당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은 오늘 대한민국 정치사에 씻을 수 없는 오명을 남겼다.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누더기 선거법에 사과 한마디 없이 오로지 표계산에 눈이 멀어 수시로 약속을 어기고 국민을 기만했다”며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지는 오는 4월 15일은 사과 한마디 없이 국민들을 기만한 민주당을 심판하는 날이 될 것”이라고 질타했다.

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 동참을 요청한 민생당과 정의당도 대립각을 이어갔다. 민주당은 이들을 동참을 위해 민주당 비례 후보들을 비례순번 뒷순위에 배치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지만, 이미 비례연합정당 불참을 결정한 정의당은 재논의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민생당은 바른미래당계와 대안신당계-민주평화당계의 의견이 서로 갈리는 모양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이날 비례연합정당 참여 논의를 위해 찾아온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을 만나 “민주당이 결국 연합정당을 선택하게 된 것에 대해 정치개혁을 함께 해온 입장에서 매우 허탈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연동형 비례대표제 개혁은 거대 양당의 대결 정치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이번 총선이 결국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간 대결로 치러지게 돼 정의당에게도 큰 시련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정의당은 정치를 바꾸기 위해 태어난 정당이고 어렵더라도 정치개혁의 길을 굳건히 꿋꿋히 걸어갈 것”이라고 불참 의사를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생당 김정화 공동대표는 “왜 스팸메일을 가져오는지 모르겠다”며 윤 총장의 방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에 민주당은 해당 일정을 취소했다. 앞서 김 공동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에서도 “비례연합정당은 명분도, 실리도 없는 친문 연합정당”이라며 “집권여당이 자행하는 배반의 정치, 부끄러운 줄 아시라. 오늘은 통합당과 민주당이 서로 한 치도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한 날이 될 것”이라고 날을 세운 바 있다. 그러나 천정배, 정동영 의원 등 당내 대안신당계와 민주평화당계는 비례연합정당 참여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비례연합정당에 대한 민생당은 입장은 아직 더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오는 4.15 총선이 3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주당은 비례연합정당 참여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나 함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이끌었던 정의당이 불참을 선언하고, 민생당도 갈팡질팡하는 가운데, 민주당의 승부수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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