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마스크 5부제 시행으로 마스크를 구입하지 못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지난 16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대학교 건강증진센터에서 마스크를 지급받고 있다. ⓒ뉴시스
공적 마스크 5부제 시행으로 마스크를 구입하지 못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지난 16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대학교 건강증진센터에서 마스크를 지급받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코로나19의 유행으로 보건용 마스크(이하 마스크) 품귀현상이 지속되자 정부가 ‘마스크 5부제’를 실시한 가운데 제도의 사각지대에 외국인들이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감염병 전염의 위기에 놓였다.

마스크 5부제는 코로나19의 확산의 장기화로 마스크 수요가 급등하자 정부가 수급 조절을 위해 내놓은 방안이다. 출생년도 끝자리에 따라 약국에서 판매되는 구매 요일을 지정해 구매할 수 있도록 한 마스크 5부제는 지난 9일부터 시행됐다.

약국에서 판매되는 공적 마스크는 1인당 1주일에 2장만 구매할 수 있으며, 출생년도를 증명하기 위해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여권, 외국인 등록증, 주민등록등본 등을 지참해야 한다. 본인확인을 통해 중복구매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국내에 거주 중인 사람은 누구나 마스크 5부제 대상이 된다. 다만 외국인의 경우 건강보험증과 외국인등록증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따르면 외국인은 외국인등록증을 지참해 공적 마스크 판매처로 방문해 건강보험 가입여부가 확인되면 구입이 가능하다. 다만 약국이 아닌 공적 판매처(농협하나로마트, 우체국)에서는 건강보험 확인이 어려워 건강보험증을 지참해야 한다.

하지만 신분증이 없는 미등록이주민은 공적 마스크를 구매할 방도가 없다. 마스크를 구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들은 면 마스크를 빨아 쓰거나, 아예 외출을 자제하며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또 미등록이주민이 공공의료기관을 방문할 경우 해당 의료기관은 법무부에 미등록이주민의 방문 사실을 통보해야 한다. 때문에 강제출국의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는 미등록이주민들은 감염이 의심되거나 증상이 나타나도 검사를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마스크를 구매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주민들이 방역정책의 허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법무부는 지난 1월 31일 코로나19 의심 증상으로 검진 받는 경우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이들의 신상을 통보할 의무를 면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차별 없는 대책 마련돼야”

등록된 이주민이라고 하더라도 마스크 구매하기가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건강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외국인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16일부터 외국인 건강보험 당연 가입제도가 시행됐으나, 이는 국내에 6개월 이상 체류하는 외국인에 한해 적용된다. 미등록이주민뿐 아니라 6개월 미만 체류 이주민, 유학생,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사용자에게 고용된 이주노동자 등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외국인들은 건강보험 조회가 되지 않아 공적 마스크를 구매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난민인권네트워크 등 전국 이주인권단체들은 지난 6일 성명을 내고 “마스크 구매마저 이주민을 차별한다”며 “정부와 지자체의 대책은 미흡하고 부실하며 심지어 차별적”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선주민과 이주민에 차이가 없이 이 땅에 있는 모든 이들, 특히 취약계층과 사회적 약자에 대해 더욱 차별 없이 대책이 실시돼야 한다”면서 “모두를 포함하는 평등한 대책이 코로나19 극복의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주인권단체 (사)모두를위한이주인권문화센터 고기복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주민들은 마트에서 한 개 4500원짜리를 사서 며칠씩 버티기도 하고, 면 마스크를 빨아 쓰거나 하는 방법으로 각자도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적 마스크 구매대상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돼 정부 지원은 없는 상황”이라며 “민간단체들이 개별적으로 지역사회나 시민들에게 후원을 받아서 이주민들에게 전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 대표는 “한 사람이라도 감염된다면 지역감염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체류자격이나 건강보험 가입 여부에 상관없이 소외된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외국인뿐만 아니라 모든 소외계층을 포괄해 촘촘하게 방역망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 면에서 이주민을 공적 마스크 구매대상에서 배제한 것은 국가가 이주민의 건강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부작위에 의한 인권침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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