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최다선 놓고 맞붙는 ‘36년 지기’ 김부겸-주호영
‘인물론’ 내세우는 金 vs. ‘노선·이념’ 맞서는 朱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 미래통합당 주호영 의원 ⓒ뉴시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 미래통합당 주호영 의원 ⓒ뉴시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대구는 더불어민주당에게는 최대 험지, 미래통합당에게는 최대 텃밭이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그 대구 수성갑에 첫 깃발을 꽂은 민주당 김부겸 의원(4선)은 5선 도전과 함께 TK지역 재선을 노리고 있다.

이에 맞서 미래통합당은 옆 지역구인 대구 수성을에서 내리 4선을 한 중진 주호영 의원을 전략공천하면서 수성갑을 반드시 되찾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로써 개인적 인연으로 시작된 ‘36년 지기’ 간 TK 최다선 의원과 지역맹주 타이틀을 걸고 피할 수 없는 승부가 예고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에서 피해가 집중되고 있는 대구 지역의 상황이 이번 승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건이다.

보수 텃밭 대구, 혈전 예고되는 수성갑

대구는 보수의 최대 텃밭이자, 동시에 민주당의 최대 험지다. 이는 대구 수성갑 지역구의 이전 선거 결과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당시 한나라당 이한구 후보는 78.4%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민주당은 후보조차 내지 못했다. 4년 뒤 19대 총선에서도 이한구 후보는 52.77%의 지지를 얻으며 당선됐다. 그러나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대구에서 첫 선거를 치른 김부겸 의원은 40.42%의 득표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후 20대 총선에서 김 의원은 62.30%로, 당시 새누리당 김문수 후보(37.69%)를 제치고 처음으로 수성갑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상대로 낙점된 통합당 주호영 의원은 대구 수성을 지역구에서 내리 4선을 한 통합당 TK 최다선 의원이다. 해당 지역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표가 갈렸던 지난 20대 총선을 제외하고는 60% 이상의 득표를 기록해왔다. 이번 총선에서는 TK리더로 나서며 김 의원과 맞대결을 벌이게 됐다.

여론조사 상 현재 상황은 두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15일 한국일보와 KBS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리서치를 통해 실시한 대구 수성갑 국회의원 선거구 여론조사 결과에서 주 의원이 37.3%, 김 의원은 32.1%를 기록하며 양측이 오차범위(±4.4%p)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12~14일 대구 수성갑 선거구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 대상, 응답률 20.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 유선 9.8%·무선90.2% RDD(임의걸기) 방식으로 전화면접조사.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다선 의원인 양측 모두 인지도는 충분한 상황이다. 정당 지지도에서 민주당이 22.2%, 통합당이 35.2%를 기록했는데, 두 후보 모두 정당 지지율 이상의 지지를 얻고 있다.

주 의원은 이번 대결의 프레임을 국가의 노선·이념 전쟁으로 규정했다. 그는 12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김 의원과의 맞대결에 대해 “기본적으로 우리 헌법 가치인 자유민주주의와 또 지금 문재인 정권이 하고 있다는 독재사회주의 내지는 친중국 정책, 이런 나라의 진로와 명운에 관한 대결”이라고 밝혔다. 이어 “소득주도 성장이라든지 또 친중국, 탈북미 문제, 대북 안보 문제, 또 탈원전으로 인한 원전 생태계 파괴 등 여러 가지 국가 주요 정책을 둘러싼 노선 대결”이라고 부연했다.

반면, 김부겸 의원은 이번 대결의 프레임을 인물 대결로 잡고 있다. 김 의원은 13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이번 수성갑 선거는 절대로 이념이 아니라 김부겸이라는 한 정치인이 지금까지 지역사회, 지역민들에게 받았던 믿음과 비전 대 주호영이라는 이 지역에는 새로 온 도전자 정치인에 대한 기대와 비전 등으로 경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진영정치나 지역주의정치에서 어찌 보면 또 다른 의미에서 대구가 희생자”라고 이념 대결에는 거듭 선을 긋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났다. 앞서 언급한 한국리서치 조사 중 후보자 선택 요인에서 김 의원의 경우, 인물 68.4%로 소속정당 29.7%를 앞섰다. 반면 주 의원은 소속정당(65.1%)이 인물(32.7%) 보다 더 많았다. 즉, 현재까지 수성갑의 선거구도는 ‘인물 대 당’의 구도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대 변수는 코로나19

이번 대구 지역 선거의 최대변수는 코로나19 사태다. 대구는 이번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으며 피해가 집중된 상황이다. 또 이 과정에서 나온 당정의 잇따른 설화는 대구 지역 민심을 흔들었다.

16일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조사한 3월 2주차 주간 집계 결과, 대구·경북 지역의 대통령 지지율은 찬성 31.6%, 반대 63.4%로, 전국에서 찬성은 가장 낮았고 반대는 가장 높았다.
(9~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14명 대상, 응답률 4.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와 관련해 최근 국회에서 논의 중인 코로나 추경과 TK지역 특별지원이 대구 지역 민심을 얼마나 수습할 수 있을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최근 결정된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 참여도 변수다. 김 의원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SNS를 통해 비례연합정당 참여와 관련해 “반대한다. 소탐대실”이라며 “민주당은 옳은 길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례연합정당 참여가 중도 표심이 등 돌릴 수 있다는 우려로 풀이된다.

김부겸 의원 측은 현재까지는 선거 구도가 잡혀가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원래 준비하던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이 무소속으로 출마한다는 얘기가 보도되고, 옆 지역구에서 옮겨오는 것도 일반적이지 않아 아직 전반적으로 (지역구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며 “또 아직 코로나 여파 때문에 본격적인 선거분위기라 할 수 없다”고 전했다.

주 의원 측은 새로운 지역구인 수성갑에 빠르게 뿌리내려야 하는 과제가 있다. 이와 관련해 주 의원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일부 기존 예비후보들을 지지하던 유권자들의 반대가 좀 있긴 하지만 그전 예비후보들로 김부겸 의원을 이길 수 있을까 의구심이 있었는데, 싸워 이길 수 있는 사람이 왔다, 주 의원이 후보로 와 싸울 수 있겠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통합당 수성갑 공천에서 탈락한 이진훈 전 구청장이 가까운 시일 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다는 소식도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전 구청장의 출마가 선거 구도에 미칠 영향도 살펴야 한다.

두 후보 모두 이번 대결에서 승리할 경우, 거물급 인물을 꺾었다는 결과와 함께 TK지역 맹주로서의 입지를 제대로 구축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김부겸 의원은 당정을 떠나 주 의원과의 인물 대결로 프레임을 설정해 자신의 역량을 얼마나 발휘할 수 있느냐가 선거에 중요한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반면 주호영 의원은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지역적 특성을 등에 업고 인물론을 내세운 김 의원의 기세를 눌러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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