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수술 없이 성별정정’ 가능성 연 대법…국민 간 온도차 ‘뚜렷’
‘성전환수술 없이 성별정정’ 가능성 연 대법…국민 간 온도차 ‘뚜렷’
  • 전소영 기자
  • 승인 2020.03.18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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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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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성전환자(트랜스젠더, Transgender)가 성별정정 신청 시 반드시 제출해야 했던 필수 자료들이 ‘참고용’으로 바뀌며 절차가 간소화됐다.

이에 따라 성전환수술을 하지 않아도 성별을 바꿀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지난해 8월 성별정정 신청 서류에서 부모 동의서가 제외된데 이은 이번 개정은 그동안 절차가 복잡하거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성전환수술을 하지 못한 성전환자가 성별정정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는 아직 성소수자에 대한 여론이 분분한 상황으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반발 여론이 매우 거세다. 성전환자 성별정정 간소화 반대 청원은 불과 며칠 만에 14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고, 보수 성향 시민단체에서도 성명 등을 통해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그러나 성소수자 관련 단체나 기관 등에서는 성별정정 간소화가 성전환자에 대한 우리 사회 인식을 개선하고 더 나아가 성전환자 인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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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정정 간소화, 무엇이 달라지나

지난달 21일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신청서사건 등 사무처리지침’(이하 사무처리지침) 일부를 개정했다.

앞서 2006년과 2011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성별정정 허가 요건 중 하나로 ‘성전환 수술을 통한 외부성기 등 신체 외관 변화’를 규정했고, 사무처리지침도 이 같은 방향을 따랐다.

그런데 지난해 4월 인천지방법원은 성기 수술을 하지 않은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을 허가했다. 외부성기 형성수술을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신체완전성에 대한 손상과 생명의 위협, 과도한 경제적 비용을 강요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취지였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이 같은 하급심 판결과 현 우리사회의 젠더주의를 반영해 지난해 말 가정법원 판사 등기국사법심의관 등 판사 9명을 투입한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제도개선 연구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사무처리지침 변경 작업에 착수했다. 그리고 올해 2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간소화를 골자로 사무처리지침을 개정, 지난 16일부터 시행했다.

개정 이전에는 성별정정을 위해 △가족관계증명서 △2명 이상의 정신과 전문의 진단서 혹은 감정서 △성전환 시술 의사 소견서 △향후 생식 능력이 결여된다는 전문의 감정서 △2명 이상의 성장환경진술서 등 서류 제출이 필수였다.

개정된 예규에서는 2명 이상이라는 조건이 사라졌고, 서류는 ‘필수 제출’이 아닌 ‘제출 가능’으로 바뀜으로써 참고용이 됐다. 이에 따라 ‘성전환 수술을 받아 외부성기를 포함한 신체 외관이 반대의 성으로 바뀌었는지’도 필수가 아닌 참고사항이 돼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아도 성별정정을 인정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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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 야기” vs “존엄성 존중”

성전환수술 없이 성별정정이 가능해진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사회적인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성전환 수술, 즉 외부성기 수술 없이도 남녀 성별을 변경하는 성별정정을 막아 주십시오’라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이 청원자는 “이번 사무처리지침 개정은 기존의 대법원 결정을 무력화하고 외부성기 수술이 없이도 성별정정을 허용하는 판결이 가능하도록 한다”며 “일부 하급심 법원에서 외부성기 수술 없이 성별정정을 허가하는 사례가 있었다. 대법원은 이러한 하급심 결정을 금지하는 대신에 오히려 이번 지침 개정으로 그러한 판결을 부추긴다”고 비판했다.

이어 “성전환수술 없이 성별정정이 이뤄지면 사회적인 혼란이 야기된다”며 “여성 화장실 및 탈의실에서의 성범죄 증가,  생물학적 남성의 여성 스포츠 경기 참여, 호칭의 혼란, 병역제도의 혼란, 사실상 동성결혼 허용 등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청원자는 “2020년 2월 여성 목욕탕에 여장 남자가 들어와서 많은 여성들이 경악했는데 앞으로는 법적으로 허용돼 일상이 될 수 있다. 대다수 한국 국민들은 이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국민의 정서를 고려해 성전환 수술 없이 성별정정을 허용하는 판결을 부추기는 대법원 사무처리지침 개정을 철회해 줄 것을 간곡히 청원한다”고 말했다.

해당 청원은 18일 오후 5시 기준 14만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종교계와 보수시민단체의 반발도 거세다. ‘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이하 건사연)은 개별 판사에게 성별을 결정하라는 말 자체가 논리에 어긋난다고 지적하며 성별정정 간소화가 가져올 다양한 사회적 혼란을 우려했다.

건사연 한효관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문제는 과학·의학을 우선시하느냐, 생각·마음을 우선시하느냐가 포인트다. 성과학이냐 성문화냐를 두고 볼 때 현재 흐름은 성문화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과학·의학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과학·의학을 무시하고 심리·문화가 우선시 된다면 근본적 가치가 흔들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규를 기준 삼아 성전환수술을 한 사람은 배려 차원에서 (성별정정을 인정해) 어느 정도 숨통을 트여 줬다”라며 “그 기준을 다 무너뜨리고 판사 마음대로 하라는 것은 통로를 열어주는 것을 넘어 담장까지 허물게 되는 꼴인 셈이다. 담장이 무너지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한 대표는 “가족제도, 역차별, 여성 피해 등 문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의 성정체성 혼란이 우려된다”며 “개정 예규로 사회적 약속이 깨질 위기에 놓였다. 예규가 안 된다면 법제화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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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소장은 성별정정 간소화를 발판 삼아 사회 다양한 곳에서도 이 같은 변화가 일어나 성전환자 인권이 신장되길 기대했다.

김 소장은 “그동안 불필요한 절차들이 매우 많았는데 아예 필요 없다는 취지는 아니지만 참고용으로 바뀌었다는 것만으로도 이전과는 다른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며 “우리나라 사법부의 성인지감수성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으나, 판사들도 이미 시행하고 있고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없는 해외 선례를 참고할 것이다. 이런 판사가 늘어나다 보면 긍정적 영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대 여론에 대해 “성별정정 간소화가 사회적 혼란을 가져온다는 말 자체가 반드시 여성·남성 중 하나의 성별이어야 하고, 이것은 태어날 때부터 이미 해부학적으로, 유전적으로 정해져 있다는 성별로 이원화된 사회이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가장 편하게 느끼는 성별에 따라 가장 나답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향으로 살고자 하는 건데, 그것이 어떤 사회적 혼란을 가져온다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그런 주장을 하시는 분들과의 대화가 더 많이 필요하고 성별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김 소장은 “이를 위해 초·중·고 혹은 그 이전부터 공교육 내에서 성평등과 성교육을 포괄적으로 한 인권교육이 필요하다”며 “종교든, 유교사상이든 전통을 근거로 내가 불편해서 혹은 사회나 국가가 무너질까 봐 걱정하지만 이런 우려는 한국에서는 동성동본이 사라질 때, 세계적으로는 인종 간 결혼이 허용될 때도 있었다. 이런 우려에 대한 해법을 공교육에서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 소장은 “성별정정 간소화의 긍정적 영향으로 앞으로는 건강보험 등 사회 다양한 분야에서도 이 같은 변화가 일어나 트렌스젠더 인권 신장에 더 도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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