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의원 3자구도 나온 안양 동안을
‘심재철 vs. 정권 vs. 거대양당’ 심판론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 미래통합당 심재철 의원, 정의당 추혜선 의원 ⓒ뉴시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 미래통합당 심재철 의원, 정의당 추혜선 의원 ⓒ뉴시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현역 의원 3명이 맞붙는 경기 안양 동안을은 21대 총선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지역구 중 하나다. 미래통합당 심재철 의원이 내리 5선을 한 이곳에 비례대표로 20대 국회에 입성한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도전장을 내면서 20대 국회 현역 의원 3명이 맞붙게 됐다.

안양 동안을 지역구는 분구 이전부터 지난 20여년간 보수정당의 손을 들어줬다. 이 지역에서 심 의원은 내리 5선을 했다. 그러나 3자 구도로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민주당과 정의당 후보의 득표율의 합이 과반을 넘기는 등 변화의 조짐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20대 총선에 이어 다시 3자 구도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 표심의 향방이 주목된다.

다시 3자 구도 펼쳐진 안양 동안을

안양 동안을은 지난 16대 총선에서 동안갑 지역구와 합구됐다가 17대 총선부터 다시 갑·을로 분구됐다. 이 지역에서 심재철 의원은 16대 총선에서 49.1%의 지지율로 당선된 이후, 내리 5선을 이어갔다. 심 의원은 17대 총선에서 50.99%의 득표로 당선된 이후, 18대 총선 61.23%, 19대 총선 51.68% 등 50% 이상의 득표율을 꾸준히 기록해왔다.

3자 구도로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심 의원은 41.46%의 지지로 5선 고지를 밟았다. 그러나 당시 민주당 이정국 후보가 39.51%, 정의당 정진후 후보가 19.01%를 득표하며 진보계열의 득표율이 심 의원을 넘어서는 등 지난 20여년간 심 의원의 아성이 높았던 동안을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기도 했다.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현재 지역구 분위기는 이재정 의원이 한발 먼저 나아가는 모습이다. 지난 15일 한국일보와 KBS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리서치를 통해 실시한 안양 동안을 국회의원 선거구 여론조사 결과에서 이재정 의원은 42.8%를 지지를 얻어 33.4%의 심재철 의원을 오차 범위(±4.4%p) 밖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혜선 의원은 5.5%를 기록했다.
(12~14일 경기 안양시 동안을 선거구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 대상, 응답률 16.9%,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 유선 5.0%·무선95% RDD(임의걸기) 방식으로 전화면접조사.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당지지도에서는 민주당이 41.2%를 기록해 통합당(25.1%)을 앞섰다. 정의당은 9.7%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또 총선 구도와 관련해서는 ‘정부여당 안정론(51.9%)’이 ‘정부여당 심판론(40.6%)’을 앞섰다.

이와 함께 해당 지역구 다선 의원인 심 의원도 건재한 모습을 보였다. 해당 조사에서 당선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심 의원은 44.3%를 기록하며 40.6%의 이 의원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추 의원은 3.4%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이재정 의원 측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선가능성에서는 심 의원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밖으로 격차가 났다고 하지만 안심하거나 자만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당선 가능성에서는 밀리는 부분에 대해 더 분발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심재철 의원 측은 이번 선거가 3자 구도 하에서 치러지는 만큼 앞으로를 더 지켜봐야한다면서 당선가능성이 높게 나온 부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심 의원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금 여론조사에서 이재정 의원이 얻은 표는 민주당 정당 지지율에 근접하고, 심재철 의원도 저희 당 지지율에 근접한다. 이는 초반구도에서 각 당의 지지층이 모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부동층, 여권의 이탈표가 있을 것으로 본다. 3자 구도 하에서 추혜선 의원이 어느 정도 표를 얻느냐가 관건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추혜선 의원 측은 당장의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히 선거레이스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추 의원 측 관계자는 “당장의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여론조사 결과보다 추 의원이 더 많은 민심을 얻고 있다고 지역주민들이 말해주시더라”라며 “선거레이스는 아직 진행 중이고, 주민들께서 더 많은 응원을 해주셔서 더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다.

3색 심판론, 어디에 힘 실릴까

3자 구도로 치러지는 이번 동안을 선거에서 각 후보들은 저마다의 심판론을 꺼내들고 있는 모양새다. 이재정 의원 측은 지난 20여년간 해당 지역구를 지배한 심 의원에 대한 심판론을 내세우고 있다. 이 의원은 출마선언에서 “동안을 선거구는 지난 20년간 5차례의 모든 총선에서 민주당이 단 한번도 유권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선거구”라며 “누군가는 동안을 선거구를 험지라고 표현한다. 무엇보다 지난 20년간 낡은 권력에 갇혀 변화와 개혁을 위한 상상력이 정체됐던, 변화 앞에 어려움을 겪어온 험지”라고 밝혔다. 이어 “이제 동안을에 필요한 것은 변화”라며 “권위와 지위는 일하지 않는다. 동안을에는 제대로 일 할 줄 아는 정치인이 필요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심재철 의원 측은 정권심판론과 함께 다선 의원으로서의 지역 일꾼론을 꺼내들었다. 심 의원은 출마선언에서 “이번 선거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대한민국의 근본 정체성이 앞으로도 유지될 것인지를 판가름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 선거를 통해 무능하고 독선적인 문재인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금 안양에는 국민을 위해 일 할 수 있는 진정한 일꾼이 필요하다”며 “중단 없는 발전을 통한 안양발전 대완성을 위해서는 ‘초선같이 열심히 일하고, 중진답게 유능한’ 정치인이 정말 필요한 시기”라고 전했다.

추혜선 의원 측은 그간 해결되지 못한 지역 민생 문제를 지적하며 기득권 양당정치의 폐해를 강조하고 있다. ​추 의원은 출마선언에서 “여당은 국민들의 개혁 요구 앞에 머뭇거리며 제1야당에 끌려다니거나 기득권을 위해 야합하기 일쑤였다”며 “거대 기득권양당의 적대적 공존 속에 민생은 실종됐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21대 총선은 개혁을 완수할 제1야당을 만드는 선거”라며 “정부·여당을 견인하고 채찍질하며 민생과 개혁을 밀고 나갈 제1야당이 너무나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안양 동안을의 승부는 이 3가지 심판론 중 어디에 힘이 실릴 것이냐가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이재정 의원의 경우, 해당 지역구 기존 의원인 심 의원의 지역 일꾼론에 정면으로 맞서 집권여당의 새로운 인물이라는 점을 부각하는 등 인물론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 추혜선 의원도 이 의원의 경우처럼 심 의원에 대해 대립각을 세우며 신선한 일꾼으로서의 면모를 살리면서도 거대양당에 대한 견제론을 더해 이 의원과의 차별성도 드러내야 하는 상황이다. 반면 심재철 의원은 동안을 지역구 분구 이전부터 지난 20여년간 닦아 놓은 지역 기반과 제1야당 원내대표라는 강점을 바탕으로 지역 일꾼론을 뒷받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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