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의강·생명수교회 등 종교시설 집단감염
경기도, 도내 교회 137곳 집회제한 행정명령
정부 “종교의 자유는 헌법상 권리…논의 필요”

경기 성남시 은혜의강교회 관계자들이 지난 8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소독을 위해 예배 참석자의 입에 분무기로 소금물을 분사하고 있다. 사진제공 = 경기도청
경기 성남시 은혜의강교회 관계자들이 지난 8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소독을 위해 예배 참석자의 입에 분무기로 소금물을 분사하고 있다. <사진제공 = 경기도청>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경기 성남시의 은혜의강교회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진환자가 대거 발생하면서 종교시설 내 집단감염 문제가 다시금 떠올랐다.

은혜의강교회 첫 확진자는 지난 13일 발생했다. 이후 은혜의강교회에서는 총 신도 수가 135명 중 담임목사 부부를 포함한 54명이 확진판정을 받았으며, 접촉자 12명도 확진돼 현재까지 은혜의강교회 관련 확진환자 수는 66명이다. 2차·3차 감염까지 발생하고 있어 관련 확진환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의 역학조사 결과 은혜의강교회는 코로나19를 예방한다며 분무기를 통해 신도들의 입과 손에 소금물을 분사해 집단 감염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금물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소독한다는 잘못된 정보를 믿고 소독하지 않은 분무기를 여러 사람에게 사용해 집단감염의 주요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앞서 지난 12일에는 확진환자가 대거 발생한 서울 구로구 에이스손해보험 위탁 콜센터 직원이 다녀간 부천의 생명수교회에서도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생명수교회 관련 확진자는 담임목사와 신도, 접촉자를 포함해 현재까지 총 17명이다.

생명수교회에서 감염자와 접촉해 2차 감염된 교인이 근무한 부천하나요양병원은 코호트 격리되기도 했다. 다행히 부천하나요양병원에서 추가 확진환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교회를 통한 지역감염에 대한 불안은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지역감염의 확산지로 교회가 지목되자 법적 조치를 통해 예배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교계 내부에서도 예배를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구 남구보건소 관계자들이 지난 2월 19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남구 대명동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대구 남구보건소 관계자들이 지난 2월 19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남구 대명동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경기도, 교회 137곳 집회제한 행정명령

종교기관의 집단감염 사례는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이하 신천지) 이후 주요 전파경로로 지목돼 왔다.

신천지 대구교회에서는 지난 2월 18일 확진환자가 발생했다. 이 확진환자는 증상이 있음에도 의료진의 검사 요청을 거부하고 예배에 참석했다. 이튿날 신천지 대구교회에서는 20명의 확진환자가 추가 발생했으며, 이후 지역감염으로 이어져 신천지 대구교회는 물론 대구·경북 지역에서 확진환자가 대거 발생했다.

신천지의 집단감염 이후 정부와 지자체는 지속적으로 종교집회를 중단할 것을 교회에 요청해 왔다. 하지만 일부 교회가 예배를 강행한 탓에 종교집회를 통한 집단감염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때문에 경기도는 지난 17일 코로나19 감염 예방수칙을 지키지 않고 집회예배를 진행한 교회 137곳에 대해 오는 29일까지 예배 등 밀접집회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현행 감염병예방법 제49조 제2호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지방자치단체장은 감염병 예방을 위해 흥행, 집회, 제례 또는 그 밖의 여러 사람의 집합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도내 교회지도자들과의 합의를 통해 예배 시 지켜야 할 예방수칙을 마련했다. 예배를 중단하지 않는 교회들은 △출입자 전원 마스크 착용 △유증상자 출입금지 △손 소독제 비치 △신도 간 거리 유지 △주기적 환기 및 예배 전후 소독 실시 △식사제공 금지 △예배참석자 명단 작성 등을 준수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집회가 전면 금지된다.

김희겸 경기부지사는 “이번 행정명령은 감염병으로부터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해 종교계의 양해와 협조를 부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종교집회에 대한 제재가 내려질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김강립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지난 16일 브리핑을 통해 “교회에서 집중적으로 많은 수의 확진환자가 발생한 사례를 감안하면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종교행사 참석 자제를 강조하고 싶다"면서도 "헌법상 보장된 권리인 종교의 자유를 제한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상당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본부장 정은경)도 지난 16일 브리핑에서 “법령상 예방조치를 할 수 있는 근거는 있다. 집회 등을 못하게 하는 조항이 있는 상황”이라며 “이 부분은 위험도 평가하고 진행토록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정부는 법적 제재 없이 종단에 자발적인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사진출처 = 대한성공회 홈페이지
<사진출처 = 대한성공회 홈페이지>

천주교·성공회·불교 등 종교집회 중단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정부가 종교집회 중단 등 협조를 요청하자 현재 천주교·성공회·불교 등은 종교집회를 중지하고 있다.

천주교는 지난달 26일 전국 16개 모든 교구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동참하기 위해 신자들과 함께하는 미사를 이달 10일까지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이후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자 미사 중단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지난 9일 담화문을 내고 “11일 이후에도 미사와 모임을 재개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며 “미사 중단 시기를 연장하고, 추후 상황이 호전되는 정도에 맞춰 미사 봉헌 재개를 공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한성공회도 지난달 말부터 이달 14일까지 전국 모든 교회의 예배와 공식 행사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어 지난 9일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모든 교회의 예배를 포함한 단체활동의 중단을 28일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대한성공회 교무원은 “주일성수(主日聖守, 주일을 거룩하게 지키는 것)라는 중요한 신앙적 의미나 각 교회가 겪는 재정적 어려움에 대한 신앙적·현실적 중요성에 대한 간과가 아니라, ‘교회는 교회 구성원이 아닌 이들을 위해 존재한다’고 한 웰리엄 템플 전 켄터베리 대주교의 이야기처럼 세상을 위해 존재하는 교회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통해 얻어진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대한불교조계종도 지난달 23일 “모든 법회, 성지순례, 교육 등 대중들이 참여하는 행사와 모임을 전면 취소한다”며 “불교는 전통적으로 국가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항상 앞장서 국민들과 함께 고난을 극복해온 역사를 상기하고, 종단의 지침에 적극 협조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또 한국불교종단협의회는 지난 18일 부처님오신날 법요식과 연등회 등 봉축 일정을 한 달 늦춘 윤사월(5월 30일)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장 원행스님(조계종 총무원장)은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이라는 매우 위중한 상황에서 감염 예방과 확산 방지에 동참하는 한편 조속히 오늘의 위기가 종식돼 우리 국민과 모든 인류가 평안해지길 발원하고자 하는 불교계의 적극적 의지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3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경기 부천시 생명수교회가 폐쇄돼 있다. ⓒ뉴시스
지난 13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경기 부천시 생명수교회가 폐쇄돼 있다. ⓒ뉴시스

신앙·재정 등 복합적 이유로 예배 강행

하지만 일부 교회들은 이 같은 종교계의 종교집회 중단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특히 지역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형교회들은 책임감을 갖고 대부분 온라인 예배로 전환했지만 온라인 예배를 진행할 여력이 되지 않는 중소교회들은 예배를 중단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개신교 시민단체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백종국 이사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예배를 중단한 교회들은 온라인으로 예배를 진행하고 있다”며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교회들은 교인들에게 예배 순서지와 함께 담임목사의 설교 요약본 또는 녹음파일을 배포해 가정예배를 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 이사장은 중소교회들이 예배를 중단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한국 개신교는 모여서 드리는 예배에 익숙하고 그것이 보다 더 거룩한 예배를 드리기에 올바른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좋은 전통이지만, 지금처럼 예배 참석자뿐만 아니라 이웃의 생명까지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생명을 살리는 일을 우선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백 이사장은 중소교회가 예배를 중단하기 어려운 이유로 재정적인 문제를 함께 꼽았다. 교인들의 헌금을 통해 운영되는 교회가 예배를 중단하거나 온라인 예배로 전환할 경우 월세 등 교회를 유지할 수 있는 재정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 예배 중단 지속으로 교인들의 신앙적 열성이 감소할 것이라는 목회자들의 염려도 예배를 중단하지 못하는 이유로 꼽힌다. 예배 중단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주일성수를 하지 않으면 큰일난다’고 알고 있던 교인들이 온라인 예배 등 새로운 형태의 예배에 익숙해져 신앙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백 이사장은 “온라인 예배든, 가정예배든, 교회에 모여 드리는 예배든 모두 하나님이 받으시는 예배라고 생각한다”며 “꼭 교회에서 예배를 드려야 한다면, 경기도와 교회 지도자들이 합의한 지침을 최대한 지키길 부탁드리고 싶다”고 당부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종교기관의 현명한 대처가 필요한 상황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