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민의당 이태규 사무총장 겸 총선기획단장
비례정당 선언한 국민의당, 승부수 아닌 고통스런 결단
安의 실용적 중도, 韓 이렇게는 안 된다는 간절함 있어
정치개혁과 실용적 중도정치 기반한 개혁정권 창출해야

국민의당 이태규 사무총장 ⓒ투데이신문
국민의당 이태규 사무총장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국민의당 이태규 사무총장은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 돌풍을 이끌어냈던 인물 중 하나다. 20대 총선의 승리 이후 4년, 다시 깃발을 올린 국민의당에서 그는 총선기획단장으로서, 또 비례대표 후보자로서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바른미래당 탈당 과정에서 있었던 이른바 ‘셀프제명’과 관련한 제명절차 취소 가처분신청이 인용되자, 바로 탈당계를 내고 국민의당에 남는 길을 택했다. 그는 갑작스레 마무리하게 된 20대 국회에 대한 소회로 아쉬움을 먼저 언급했다. 그러면서 정치개혁과 국민의당이 내세우는 실용적 중도정치에 기반한 개혁정권 창출을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강조했다.

또 안철수 대표의 지난 2주간의 대구의료봉사와 관련해 이뤄지고 있는 안 대표의 재평가에 대해서는 그간 한국정치가 정말 부재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국민의당의 성공을 위해 20대 국회 심판론과 안 대표의 재평가가 확산되고, 야권의 전략적 교차투표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투데이신문>은 지난 19일 이 사무총장을 만나 국민의당의 총선전략과 향후 정치적 행보에 대해 들었다.

국민의당 이태규 사무총장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국민의당 이태규 사무총장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다시 외치는 중도…진정성 더 강해져

Q. 제명절차 취소 가처분신청이 인용된 이후 탈당계를 내면서 지난 4년여간의 20대 국회를 마무리하게 됐다.

일단 선출직 공직자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부분에 대해 죄송하다. 누구보다 한국정치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던 사람으로서 국회에 들어와 헌법개정특위나 정치개혁특위에서 활동하면서도 실질적으로 얼마나 목적의식적으로 일하고 행동했는가를 돌아보면 아쉬움이 많다. 또 채용절차 공정화법 등을 통해 고용세습, 부정채용을 끊어 내려했지만, 법안만 내놨지 관철시키려는 부분에서 적극성이 떨어지지 않았나 반성한다. 또 안철수 대표와 같이 동서간의 화합을 위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쳐 바른미래당을 만들었으나, 화학적으로 결합하지 못했던 한계, 새로운 정당 모델을 보여드리지 못한 부분에 아쉬움이 크다. 다시 이 부분을 해내겠다고 안 대표와 함께 국민의당을 만들었다. 또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보다 목적의식적으로, 책임의식과 소명의식을 더 강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언론과 국민들께서 20대 국회를 역대 최악의 국회라고 하지 않나. 그 20대 국회의 구성원이었다는 부분에서 안타까움과 부끄러움도 있다.

Q. 안 대표와 국민의당은 다시 중도를 말한다.

현대사회의 복잡하고 다원화, 중층화된 모순들을 좌우 하나의 프리즘으로 바라봐서는 해결할 수 없다. 어떤 경우는 좌측 관점이 문제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고, 어떤 경우는 우측 인식이 현실적일 수 있다. 그런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에는 모두 큰 차이가 없지만, 실천의지가 문제다. 한국사회가 어디로 가야하는지는 누구나 다 안다. 하지만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과 배치될 경우, 문제해결이 안된다. 그런 부분을 얼마나 극복해낼 수 있는가다. 상대방의 정책이라도 과학적 사고에 기인하고 현실에 입각한 접근이라면 가져다 써야한다. 그러나 현재 진영세력들은 자신들의 이익, 자기 지지층의 관점으로 먼저 바라보니 실제적으로 과학적 접근이나 현실에 입각한 문제 접근이 안 된다. 이를 벗어나야 한다.

Q. 지난 국민의당(2016), 바른미래당이 외치던 중도와 차이가 있나.

과거와 차이점이 있다면, 그간 87년 체제를 해체하고 새로운 체제가 나와야한다는 문제제기가 계속 있지 않았나. 우리가 4년 전에는 관성적으로 양당 기득권을 깨자고 했다면, 지금 안 대표가 말하는 실용적 중도를 통해 이 진영정치를 극복하자는 건 한국이 더 이상 이렇게 가선 안 된다는 확고한 방향성, 지향 속에 간절함이 녹아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아무리 좋은 제도, 가치와 규범을 만들더라도 그걸 지키고 행동하는데 있어 진정성의 문제가 중요하지 않나. 그런 부분에서는 훨씬 더 강해지고 절실해졌다. 이것이 4년 전과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한다.

Q. 안철수 대표의 2주간 대구 의료봉사가 눈길을 끌었다. 이를 통해 안 대표에 대한 재평가와 함께 국민의당의 지지율도 반등하는 등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국민들께서 안철수를 재평가해주신 점에 너무 감사하다. 이번 안 대표의 행보에 국민들이 감동받고, 극렬 여당 지지자들이 ‘정치쇼’라고 공격했을 때도 국민들이 다 그걸 덮어주시는 걸 보면서 적어도 우리 사회의 양심이 살아있다는 걸 느꼈다. 다만 안 대표의 행보에 국민들이 감동받았다는 건 역설적으로 한국정치가 그간 정말 부재했다는 걸 말해준다고 본다. 이번에 국민들이 처음으로 정치인의 긍정적인 모습을 보신거지 않나. 정치는 어디에 서있어야 하는가를 명확하게 보여줬다고 본다. 결국은 국민의 어려움 속에 들어가야 한다. 안 대표가 정치적 목적을 갖고 내려간 게 아니라 스스로 내려간 걸 국민들이 알고 평가해주신 걸 보면서 한국사회, 한국정치가 아직 희망이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지난 2일 오후 대구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진자 진료를 마친 뒤 음압병동을 나오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지난 2일 오후 대구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진자 진료를 마친 뒤 음압병동을 나오고 있다. ⓒ뉴시스

안철수의 재평가…정치, 국민의 어려움 속에 들어가야

Q. 대구에서의 2주간의 경험은 안 대표 본인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보나.

안 대표 본인도 지난 보름간의 대구 생활에서 많은 걸 깨달았던 것 같다. 핵심은 결국 국민을 위한 부분에서 국가의 책임과 역할이 도대체 무엇이냐, 또 이 어려움 속에서 ‘정치의 진정한 설자리가 어디냐’는 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안 대표에게 성원을 보내주고, 환자들도 이겨내려 하고 의료진도 헌신적으로 나서고, 많은 국민들이 힘내자고 서로 응원하는 모습에서 헌신, 봉사, 통합, 공동체, 시민의식 등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잊혀졌던 긍정의 단어들을 안 대표는 대구에서 본거다. 놀라운 시민 의식 아닌가. 우리 국민 스스로 이겨내지 않나. 그런 속에서 ‘도대체 정치는 무엇이냐’라는 부분에 대해 의료봉사를 마치고 모텔에 돌아와 여러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것이 이후에 안 대표가 정치를 하는데 있어 국민의 입장에서, 또 국민의 곁에서 모든 걸 풀어가겠다는데 있어서 결정적 계기를 준 것 같다. 본인 스스로도 자원봉사를 내려간 거지만 거기서 너무나 많은 걸 배워왔다는 얘기를 스스럼없이 하는 걸 보면 대구에서 많은 걸 깨달았다는 생각이 든다.

Q. 국민의당은 지역구 무공천-비례정당 선언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이와 관련해 사실상 통합당과의 반문연대라는 평가가 나왔다.

일단 안 대표는 특정인을 대상으로 하는, 반문연대 이런 걸 싫어한다. 정치적 연대라는 건 주고받는 게 있어야 하지 않나. 우리는 받는 게 아무것도 없다. 지역구 공천을 포기한 건 사실 승부수라기보다는 야권표를 분산시키지 말라는 야권 지지자들의 요구가 많았기 때문이다. 출마하면 야권표가 갈라질 텐데, 그러면 여당이 득을 볼 것이고, 결국은 문재인 정부에 도움을 주는 것 아니냐는 거다. 그렇지만 실질적으로 실용적 중도, 제3의 길을 포기할 수 없지 않나. 안 대표 본인이 고심 끝에 이 두 가지를 다 해소하기 위해선 지역구 공천을 포기해야 한다고 고통스러운 결단을 내린 거다. 지역구를 준비하던 분들에겐 미안하지만 적어도 문재인 정권을 지지한다는 오해에서 벗어나 비례만 갖고 승부를 보자는 거다. 승부수라기보단 ‘야권표를 하나로 묶어달라’, 그러면서도 ‘실용적 중도라는 길도 가라’는 두 가지 요구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고통스러운 결단이었다. 그 결단을 하기까지 안 대표의 고통과 진정성을 국민들이나 야권 지지자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Q. 통합당의 미래한국당에 이어 민주당도 비례연합정당 ‘더불어시민당’에 참여하며 결국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사실상 무력화됐다. 비례정당을 선언한 국민의당에 악재인데.

본인들 스스로 ‘꼼수정당’, ‘위장정당’, ‘나쁜 정치’라고 하지 않나. 누구도 이게 좋은 정당, 좋은 정치라고 얘기할 수 없지 않나. 그런데 그게 그냥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대해선 반드시 국민들의 심판이 있을 거라 본다. 비례위성정당을 통해 지역구도, 비례대표도 기득권 정당들의, 배부른 돼지들의 잔치판이 되는 걸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거다. 이 배부른 돼지들을 심판하기 위한 배고픈 소크라테스들이 궐기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유권자들이 한국정치를 망가뜨릴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민의당 이태규 사무총장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국민의당 이태규 사무총장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제한적인 비례 선거운동…안철수의 비전·콘텐츠가 중요

Q. 국민의당 총선기획단장을 맡고 있다. 이번 총선의 구도·프레임은 어떻게 보고 있나. 국민의당의 선거전략은.

이번 선거도 양당구도가 심화되는 등 20대 국회에서 보여준 양당 진영대결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지 않나. 안 대표도 얘기했지만, 먼저 20대 국회를 심판해야 한다. 최악의 국회를 21대 국회에서 그대로 재현할 수 없기 때문에 기득권 양당을 심판하자는 20대 국회 심판론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또 안 대표에 대한 재평가가 국민적으로 얼마나 더 확산될 수 있는가의 문제가 있다. 또 지역구 무공천과 관련해 지역구에서는 여당을 심판하더라도 비례대표에서는 국민의당으로 몰아주자는 중도와 야권 지지층 유권자들의 전략적 교차투표의 흐름을 어떻게 만들어 내느냐의 문제도 있다. 이 세 가지가 잘 이뤄진다면, 셋 중 하나라도 제대로 이뤄진다면 안 대표가 제시한 정당투표 20% 득표는 무난히 달성될 것이라 본다.

Q. 지역구 후보 없이 비례대표만으로 이번 총선을 치러야 한다. 선거운동은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

지역구 후보가 없기 때문에 오프라인 선거운동은 굉장히 제한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유세차도 없고 운동원들도 굉장히 제한적이다. 현수막도 시도당, 선거연락사무소 외부 정도밖에 못 건다. 오프라인에선 거의 나타날 수 없는 거다. 당 버스조차도 업무용 외에는 쓸 수 없을 정도로 제약이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에서 국민의당은 안보일지도 모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안 대표의 일성이 굉장히 중요하다. 안 대표가 정치를 바꾸기 위한 비전과 콘텐츠를 계속 제시해야 한다. 이와 함께 온라인 부분에서 얼마나 특화된 모습을 얼마나 유니크하게 보여줄 것인가를 집중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선거운동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제일 중요한 건 지금 이 정치를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유권자들의 자각들이 모였을 때 선거에서 엄청난 변화와 혁명이 가능하다고 본다. 기득권 정당들이 사익추구에 몰두하고 있는 부분을 유권자들이 막아주실 것이다. 또 그에 걸맞은 대안세력의 모습을 끊임없이 안 대표를 중심으로 국민의당이 보여줘야 하지 않겠나. 그만큼의 기대치를 국민들께 보여드려야 한다는데 대한 많은 토론이 있다.

Q. 국민의당 비례대표 후보자 40명이 공개됐다. 후보자들의 특징은 무엇이라 보나.

공개된 40명을 기준으로 보면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가급적 새로운 사람들, 젊은 사람들을 후보군에 넣으려 했던 노력이 보인다. 아울러 당을 위해 고생했던, 오랫동안 안 대표와 같이했고 앞으로도 안 대표와 정치를 해야겠다는 분들에 대한 판단도 했던 거로 읽힌다. 현재 공관위원장이나 공관위원들의 마인드가 굉장히 젊다. 젊은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당의 비례대표로 추천되는 게 맞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그게 안 대표를 중심으로 잘 뭉칠 수 있겠다는 고민들을 공관위가 했다고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어떤 사람들이 당의 대표로 의회에 들어가서 일하는 게 당 발전을 위해 맞는 것인가, 이들을 중심으로 2년 뒤 대선을 준비해야 하지 않나. 거기서 이 비례로 입성한 사람들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느냐 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읽힌다.

Q. 앞으로의 정치행보는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

일단 주어진 과제는 두 가지라고 생각된다. 하나는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이 높기 때문에 ‘일하는 정치’를 위해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 것 인가다. 국회를 정말 일하는 국회로, 정당들도 비대화된 기성관료정당이 아니라 정말 콤팩트한 일하는 정당을 만들어야 하는 정치개혁과제가 있다. 아울러 실용적 중도정치에 기반한 개혁정권을 창출해 내야하는 과제도 있다. 이를 위해 당 구성원들과 힘을 합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앞서도 말했듯,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열심히는 해보려 했지만, 목적의식적으로 일하는 부분은 잘 되지 않았다. 21대에 등원한다면 확고한 목적의식을 갖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한다고 본다. 국회 상임위 활동을 잘해 행정부를 감시·통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 전체에서 어떻게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내고 정치의 틀을 바꿀 것인가가 안 대표와 국민의당에 속한 사람들한테 주어진 시대적 과제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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