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부당해고’ 다투던 프리랜서 PD 사망 후 두 달…“사측 비협조로 진상조사 난항”
‘저임금·부당해고’ 다투던 프리랜서 PD 사망 후 두 달…“사측 비협조로 진상조사 난항”
  • 전소영 기자
  • 승인 2020.03.24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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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CJB청주방송 故 이재학 PD 대책위원회>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임금 문제를 놓고 CJB청주방송(이하 청주방송)과 갈등을 빚던 프리랜서 PD 故이재학씨가 사망한 지도 어느덧 두달 가까이 됐다.

그간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가 나서 이씨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사측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진실을 밝히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2월 4일 오후 8시경 이씨는 충북 청주시 서원구 소재 한 아파트 지하실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그가 남긴 유서에는 ‘억울해 미치겠다. 왜 부정하고 거짓을 말하느냐’는 취지의 내용이 들어있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이하 한빛센터) 등에 따르면 이씨는 2004년부터 청주방송에서 프리랜서 PD로 14년간 일했다. 그는 여느 정규직 못지않은 업무를 수행해 왔지만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터무니없이 적은 임금을 받아야 했다.

이씨는 프리랜서 임금 문제를 오래도록 고심한 끝에 동료들을 대표해 사측에 인건비 인상을 공식 요청했다. 그러나 청주방송은 그에게 프로그램 하차를 통보했고, 이후 이씨보다 더 높은 금액으로 다른 외주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

2018년 8월 이씨는 ‘방송계갑질119’의 도움을 받아 청주방송을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냈다. 이 과정에서 청주방송 측은 거짓 주장을 내세우고 증인 회유 및 협박 등을 저질렀다. 결국 이씨는 지난 1월 22일에 열린 1심에서 패소했고 안타까운 죽음에 이르렀다.

이씨 사망 이후 ‘CJB청주방송 故 이재학 PD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결성됐다. 대책위는 시민사회와 유족, 노·사 추천 위원 등으로 꾸려진 진상조사위를 통해 이씨의 △근무실태 △해고 경위 △방송사 내 비정규직에 대한 괴롭힘 △소송 문제 등에 관한 진실을 밝혀내고자 했다.

그리고 지난달 27일 청주방송과 대책위, 유족 대표,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이 참석한 가운데 진상조사위 등에 관한 합의를 체결했다.

합의문에 따르면 진상조사위는 청주방송, 유족, 언론노조가 각각 추천하는 3인의 외부위원과 시민사회단체가 추천하는 1인 등 총 10명으로 구성한다.

진상조사위의 현장 출입·조사, 영상·사진 촬영, 자료 제출, 관계자 소환 및 조사 등에 성실히 응해야 하며, 진상조사위의 요청 사항을 즉시 이행해야 한다.

또 조사위원위의 조사 결과를 수용하고 제시된 개선·해결방안을 즉시 시행에 옮겨야 하며 이행 현황을 점검 받아야 한다.

이를 근거로 진상조사위는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지만 청주방송 측이 약속과 달리 합의안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어 진상규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대책위의 설명이다.

대책위에 따르면 1차 진상조사위에서는 조사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는 청주방송 측 변호사가 진상조사위원으로 추천됐다. 이에 다른 진상조사위원들이 강하게 항의하자 사측 변호사는 유족 대리인의 진상조사위원회 참여를 문제 삼았다.

또 청주방송은 진상조사위 구성 의무에도 불구하고 사측 진상조사위원 2명이 사퇴 이후 새로운 사람을 추천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진상조사위가 진상규명을 위한 직원 명단 및 연락처, 진상조사위와 소통할 간사, 질의서 및 자료 목록 등을 요청했지만 공문을 통해 ‘사측이 배제된 진상조사위가 요구하는 사항에 응하긴 어렵다고’ 답했다.

게다가 청주방송 회장이 사망 관련 내부자 색출을 시도한 정황도 확인됐다.

정의당 강민진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19일 청주방송 이두영 회장이 직원 아침 조회에서 ‘내부고발자는 반드시 색출하겠다’는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관련 내용을 언론에 알려 회사를 와해시킨 사람들은 조직에서 없애야 한다는 등의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고 전했다.

대책위는 빠른 진상규명을 위해 다시 한번 사측에 합의 이행을 촉구할 방침이다.

대책위 박점규 홍보팀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진상조사위가 구성됐고 현장조사 등이 시행되고 있다”며 “다만 합의에도 불구하고 진상조사위가 조사를 위해 요구한 자료를 사측에서 밍기적거리며 제공하지 않고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사측 진상조사위원 2명이 사퇴했는데 하겠다는 사람이 없어서 사측도 곤란한 상황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현재 일하는 구성원 중 가해행위에 가담하지 않은 사람으로 구성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부연했다.

박 팀장은 “이번 주 중에 합의에 참여한 4개 단체가 만나 대표회의를 열기로 했다”며 “진상조사위가 빠르게 구성돼 신속하게 진상규명이 이뤄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 사측의 해태한 태도를 지적하고 제 역할을 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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