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하는 한국원자력연구원장 ⓒ뉴시스
사과하는 한국원자력연구원장 ⓒ뉴시스

【투데이신문 한관우 인턴기자】 한국원자력연구원(이하 원자력연)이 방사성폐기물 방출 사건에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원자력연은 조속한 재발방지 대책 수립 및 이후 모든 추가 조사와 안전규제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20일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지난해 원자력연 시설 앞 토양에서 방사성 폐기물(세슘-137)이 검출된 사건과 관련해 그 책임이 원자력연 측에 있다는 취지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원자력연은 그동안 ‘원자력안전법’, 동법 시행규칙 등 관련 법령을 근거로 정기적인 방사선 환경조사를 실시해왔다. 

그런데 그 일환으로 지난해 12월 30일 원자력연 부지 정문 앞 하천에서 채취한 토양에서 인공방사성핵종인 ‘세슘-137’이 25.5 Bq/kg 검출됐다. 최근 3년 동안 방사성물질이 최소검출가능농도(0.431Bq/kg)만큼만 검출된 점을 토대로 세슘-137  농도가 일시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원자력연은 추가 정밀 조사를 실시해 이런 현상이 사용 후 핵연료 처리 사업 시설의 일부인 ‘자연증발시설’ 때문에 발생했다고 판단, 해당 사실을 원안위에 보고했다.

원안위는 즉시 원자력연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하 원자력기술원)을 파견해 △인허가 단계 △최근까지 검사 기록 △시설운영 기록 △방사선환경 조사기록 △CCTV 영상 △재현 실험 등 현장 조사를 지시했다.

현장 조사 결과 자연증발시설의 배수기관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승인 받은 설계와는 다르게 설치·운영돼 방사성 물질이 방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원안위에 따르면 지하층 지하저장조와 구분된 공간에 별도로 설치된 외부로 연결되는 바닥배수탱크를 통해 지속적으로 방폐물이 방출됐다.

이 바닥배수탱크는 설계 승인 당시에는 없었던 시설로, 제출된 지하층 도면에도 바닥배수탱크는 빠져 있다.

원자력연은 1990년 8월 자연증발시설이 설치된 이후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모른 채 매년 4월~11월 해당 시설을 가동해 지난 30년 간 운영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다행히 유출된 방사성물질량이 인체와 환경에 영향이 미치지 않을 정도의 극소량인 것으로 분석됐다.

방사성 폐기물 유출과정 ⓒ원자력안전위원회
방사성 폐기물 유출경로 ⓒ원자력안전위원회

원안위는 이번 방출 사태와 관련해 △안전관리본부의 강화 △원자력연의 시공도면, 시설상태 등에 대한 전면 조사 △연구원 주변 환경방사능 조사지점 확대 △조사 주기 강화 △원자력연의 안전문화 특별점검 실시 등을 대책을 제시했다.

원자력연은 같은 날 사과문을 통해 이 같은 사건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원안위 조사 결과를 토대로 철저히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약속했다. 

원자력연은 “비록 확인된 방사선량이 인체와 환경에 영향이 없을 정도의 극소량이지만 누출이 있어서는 안 될 시설에서 누출이 발생한 사실만으로도 시민 여러분의 믿음을 저버리고 연구원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라는 점을 통감한다”고 사죄했다.

이어 “그동안 방사성물질 취급시설을 중점적으로 안전관리에 힘써 왔지만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낮은 시설에 대한 관리와 점검은 부족했던 점을 확인했다”며 “모든 역량을 모아 다중 예방 조치를 취하는 한편 조속히 그 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다. 시민 여러분께 심려 끼쳐 드린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탈핵시민행동’ 등 환경단체에서는 이번 사건에 대해 “자칫 대전이 후쿠시마가 될 수 있었다”고 평가하며 책임자에 대한 엄벌과 원자력연구원의 해체를 요구하고 있다.

탈핵시민행동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원자력과 관련된 사건사고가 이번 한번이 아니다. 어떻게 처분됐는지 알 수 없는 방폐물들이 많다”며 이 같은 사건이 처음있는 일이 아님을 강조했다.

이어 “해당 하천은 아이들이 뛰어노는 곳이다. 성인 기준으로는 문제가 없더라도 이 방사성 물질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며 “국민들에게 부담이 가지 않는 선에서 탈핵화를 할 수 있는 대안정책들이 충분히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탈핵화를 하지 않는다면 기후변화나 핵에 의한 사고와 같은 돌이킬 수 없는 문제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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