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뉴시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KB금융지주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 했다. 벌써부터 업계 일각에선 KB금융의 인수를 유력하게 점치는 분위기다. 다만 노조 등 내부에서 인수 시점을 두고 ‘윤 회장의 연임을 위한 무리한 인수’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잡음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KB금융은 지난 19일 푸르덴셜생명 매각 본입찰에 참여해 인수를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본입찰에는 KB금융지주를 비롯해 재무적투자자인 한앤컴퍼니, IMM프라이빗에쿼티(PE)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과 사모펀드간 인수 경쟁을 벌이는 구도다.

벌써부터 업계에서는 자금력과 안전성에 우위에 있다고 평가되는 KB금융의 승리를 점치는 분위기다.

다만 푸르덴셜생명 매각가와 향후 보험 시장 상황 등은 변수가 될 수 있다. 현재 업계에서는 2조원 안팎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인수가에 따른 재무부담 뿐 아니라 현재 지속되는 저금리 기조에 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는 등 녹록치 않은 생보업계 상황이 자칫 인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내부에서도 인수 적절성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윤 회장의 3연임을 염두에 둔 인수 작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일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제12기 KB금융지주 정기주주총회에서 불거진 푸르덴셜생명 인수 적정성을 두고 벌어진 노사 간 논쟁이 벌어졌다.

주주자격으로 참석한 김대성 KB손보 노조 위원장은 윤 회장에게 “푸르덴셜생명의 가격은 지금 최고가이고 앞으로 하락이 예상돼 최고가에 인수할 이유가 없다”며 인수 시점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 김 위원장은 이번 인수와 관련해 배임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오는 2013년 IFRS17로 회계기준이 변경되면 18조원 규모의 부채가 장부가에서 시가로 변경되면 순자산 상태가 나빠지는데다 판매상품 대다수를 5% 이상 확정금리로 판매해 역마진이 우려되는 상황에 인수를 추진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윤 회장은 “현재 관심을 갖고 본 회사는 생명보험회사 중 나름 견실하고, 그래도 가장 톱”이라며 “어려운 환경일수록 뛰어난 회사는 기회가 있고, 보험 수요가 있다”고 답했다.

아울러 “비가 온다고 모두 집에 있을 필요는 없다”며 “보험은 앞으로 괜찮은 비즈니스로 좋은 체력과 체질을 만들어 가면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인수 의지를 드러냈다.

KB금융 측도 자본여력과 저금리에 따른 리스크에 대한 우려는 크게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회계기준 변경과 저금리에 따른 부담의 경우 고금리 확정형 상품 비중이 높은 곳에 해당하는데 푸르덴셜생명의 경우 이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번 인수추진 배경이 올해 11월 임기가 끝나는 윤 회장의 3연임 도전과 무관치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이번 인수가 윤 회장이 연임을 위한 성과 부풀리라는 해석이다.

현재 리딩뱅크 싸움에서 KB금융이 신한금융에 한발 뒤처진 상황이다. 지난해 신한금융은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하면서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지난해까지 순이익 기준으로도 신한지주가 앞서고 있다. KB금융은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성공하게 되면 빼앗긴 리딩뱅크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푸르덴셜생명 인수와 관련해 “윤 회장의 3연임을 위한 1등 탈환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윤 회장은 “앞으로 부담에 대해 정확하게 계산을 안 하고 비딩을 할 이유는 없다”며 “손보 노조위원장이 너무 경영진을 가볍게 보는 거 아닌가”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우선 손해보험 쪽에서 더 잘해주셨으면 하는 부탁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윤 회장의 발언을 두고 적절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윤 회장의 인수작업과 무관한 손보 노조 지적에 불쾌한 감정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것 이다. 당시 주총현장에서는 KB손보 노조 지적에 “푸르덴셜생명 인수 문제가 KB손보와 무슨 상관이 있냐”며 일부 주주들이 강하게 항의하면서 어수선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윤 회장의 이 같은 발언에 뼈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KB손보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343억원으로 2018년보다 10.7% 줄어드는 등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이와 관련해 KB금융 측은 “손해보험에서 생명보험 걱정해 주어서 감사하고 손해보험도 한식구가 된지 한 4년 됐으니 잘 부탁한다는 취지”라며 “공격적인 말이 아니라 위트있게 하고자 한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