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쇼통 사이…치열한 식품업계 이미지 전쟁
소통과 쇼통 사이…치열한 식품업계 이미지 전쟁
  • 김효인 기자
  • 승인 2020.03.27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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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마케팅부터 必환경까지…기업 ‘긍정 이미지’ 만들기 삼매경
전문가, 기업 이미지는 곧 브랜드 가치…바이럴 마케팅 주목
시민단체, 긍정 효과 좋지만 실질적 품질 향상에도 신경 써야
식품업계의 ‘펭수’ 마케팅 ⓒ빙그레, SPC삼립, 동원F&B
식품업계의 ‘펭수’ 마케팅 ⓒ빙그레, SPC삼립, 동원F&B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식품업계 기업들의 이미지가 곧 브랜드 가치로 직결되는 가운데, 각 기업들의 ‘긍정’ 이미지를 위한 마케팅 각축전이 눈길을 끌고 있다. 

2020년 식품업계는 그야말로 ‘이미지 전쟁’에 돌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의 고유한 색을 드러내는 독창적 콘텐츠와 함께 흥미를 유발해 우호적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노력들이 돋보인다. 

소비자의 뇌리에 각인된 부정적 이미지를 지우기 위한 쇄신 노력부터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캐릭터 열전, 착한기업‧친환경기업 만들기까지 식품업계는 긍정 이미지를 위한 갖은 방안을 동원하며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애써도 뭇매…‘갑질 논란’에 고착돼버린 부정 이미지

브랜드 이미지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이미 씌워진 기업 이미지가 쉽게 바뀌지 않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는 남양유업이 꼽힌다. 

최근 남양유업은 지난해 11월 자회사인 남양F&B의 사명을 ‘건강한사람들’로 변경한 사실이 알려지며 ‘갑질 기업’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남양’의 이름마저 버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앞서 남양유업은 지난 2013년 대리점을 상대로 한 본사 직원의 갑질이 알려지며 불매운동이 전개됐고, 이후 이물질 논란과 함께 오너 일가의 일탈 등 악재가 연이어 터졌다. 

이를 타개하고자 지난해 12월 ‘남양의 진심’이라는 이름으로 유튜브 광고 영상을 올렸지만 댓글 창을 없애며 소통을 거부하는 모양새로 더욱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사명변경 또한 남양유업의 불매운동 탈피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자 남양유업 측은 신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마케팅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사명을 바꾼 것은 기존 음료회사 이미지를 탈피하고 신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다”라며 “과거 잘못에 대해 개선이 이뤄졌음에도 아직까지 회자되며 비판받고 있는 상황이 아쉽지만 노력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좌측부터 남양의 진심 유튜브 영상, 매일유업이 생산하는 특수분유 ⓒ남양유업, 매일유업

한편 동종업계인 매일유업도 긍정적인 이미지 만들기에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액상발효유 최초로 전용 빨대를 붙이면서 매출이 꾸준히 증가했던 제품 ‘엔요’ 등에 환경 문제를 제기한 고객과의 소통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일회용 빨대를 편지와 함께 본사에 돌려보내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한 소비자는 지난달 트위터를 통해 매일유업 고객 최고책임자가 직접 쓴 편지를 공개했다.

‘빨대를 사용하지 않는 포장재를 연구 중이며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에 저희도 변화하고자 한다’라는 취지가 담긴 손 편지는 소비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매일유업은 지난 1999년부터 20여년간 희귀병인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을 앓고 있는 환아들을 위한 앱솔루트 특수분유를 제조해오고 있다. 신생아 5만 명 중 1명꼴로 발생하는 환아들은 아미노산 분해 효소가 부족해 식이관리 없이는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이에 매년 4억원 가까이 적자를 보면서도 꾸준히 이어온 특수분유 제조는 매일유업의 선한 이미지 구축에 큰 역할을 했다.

팔도비빔면을 신조어로 표현한 ‘괄도네넴띤’ ⓒ삼양식품

신조어 활용한 ‘괄도네넴띤’부터 必환경까지…‘긍정 이미지’ 고군분투  

1961년 설립된 장수기업인 삼양식품도 지난 2018년 오너의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횡령 논란이 일면서 이미지가 추락했다. 

이듬해 삼양식품은 젊은 층의 ‘재미’를 공략한 마케팅의 일환으로 팔도비빔면을 신조어로 표현한 ‘괄도네넴띤’ 제품을 내놨다. 500만개 물량이 모두 완판되는 등 성공에 힘입어 올 초에는 화장품회사 미샤와 협업한 ‘BB크림면’을 내놓으며 과감한 시도에 나섰다.  

이밖에도 일본 기업으로 낙인찍혀 불매운동의 타격을 받은 롯데의 경우 지난 2월 그룹 차원의 ‘자원 선순환 프로젝트’를 내놓으며 必(필, 꼭 해야 하는)환경마케팅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롯데칠성음료는 유색 페트병을 무색으로 전환하고, 친환경 라벨을 적용해 재활용률을 높이고자 했다. 지난달에는 서울시와 버스정류장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버스정류장 쉘터(Shelter) 녹화사업’ 협약을 맺었다. 롯데제과도 자일리톨 껌과 빼빼로 등에 친환경 포장을 적용하고 드림카카오와 시리얼 퀘이커 용기를 변경하는 등 용이한 분리배출을 위한 노력에 나서고 있다.

‘바른 먹거리’로 기업윤리를 강조해왔던 풀무원도 지난 2015년 지입차주들과의 갈등 등 갑질로 논란이 된 바 있지만 꾸준한 필환경 마케팅으로 소비자와의 소통에 주력하고 있다.

풀무원이 연초 발표한 중장기 경영목표에는 전제품 재활용 우수 포장재 적용이 포함됐다. 풀무원 올가홀푸드는 지난 2013년부터 직영 전 매장을 환경부 지정 ‘녹색매장’으로 운영하며 포장 폐기물 발생 등을 줄이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를 실천 중이다. 이밖에도 지난 2018년부터 주요 제품에 대해 친환경 포장으로 바꾸고 있고 이로 인해 2022년까지 500톤(현재 242톤)에 달하는 플라스틱을 줄일 것으로 기대했다. 

장수기업 오리온은 지난 2011년 오너 일가의 비자금 조성문제가 드러난 데 이어 2018년에는 노조 탄압 및 갑질 논란이 일었다. 오리온은 2014년부터 포장재 혁신 작업을 통해 잉크 양을 기존대비 연간 약 178톤 줄이고, 이로 인한 원가절감분으로 지난 6년간 총 17개 제품의 양을 늘리는 ‘착한포장 프로젝트’로 소비자들에게 환원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마케팅은 불필요한 포장재를 줄여 환경에 일조하겠다는 기업의 의지로 읽혀지며,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함께 소비자의 ‘도덕적 소비’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다.

빙그레 자체 캐릭터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 ⓒ빙그레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SNS마케팅‧뉴트로 마케팅으로 호감도 상승 아이디어 총동원 

기존 나쁜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 아니더라도 소비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식품업계의 노력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다양한 마케팅 방식 가운데선 인지도 높은 유명 캐릭터와의 컬래버레이션도 기업 이미지 개선에 효과적이라는 평을 받으며 주목받고 있다.  

최근 주요 소비층을 공략하는 인기 캐릭터로는 ‘펭수’를 들 수 있다. 남극에서 온 EBS 연습생이라는 설정으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인기를 얻은 펭귄 캐릭터 펭수는 그야말로 식품업계 전반에서 러브콜을 받으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SPC삼립과 함께한 펭수빵은 지난 12일 출시 첫날부터 품절을 일으키며 인기를 끌었고, 동원F&B는 펭수 참치를 내놓으며 NGO 환경단체 2곳에 기부하는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빙그레도 ‘붕어싸만코’ 모델로 펭수를 기용하면서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50% 이상 신장했다.

특히 빙그레의 경우는 펭수, 손흥민, 유산슬 등 톱스타 뿐 아니라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라는 자체 캐릭터를 개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바나나맛 우유, 메로나 등 자사제품으로 무장한 이 캐릭터를 선보이며 빙그레 공식 인스타그램은 3주만에 팔로워 1만7000명이 증가하기도 했다.

오뚜기는 지난 2016년 말 함영준 회장이 15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편법 없이 납부하기로 한 점과 함께 전 직원 정규직화 방침, 라면값 동결 등으로 ‘갓뚜기’라는 별칭을 얻었다. 하지만 이듬해 국정감사에서 일감몰아주기와 내부 부당거래에 대해 지적받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함 회장의 장녀 함연지씨가 개설한 유튜브 ‘햄연지’ 채널이 눈길을 끌고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회사 차원의 마케팅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업계에서는 함 씨의 밝은 이미지와 오뚜기 제품을 주제로 한 컨텐츠가 어우러진 긍정적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80년대 패키지를 적용한 오뚜기 3분요리 ⓒ오뚜기
80년대 패키지를 적용한 오뚜기 3분요리 ⓒ오뚜기

최신유행인 ‘뉴트로(뉴(new)와 레트로(retro,복고)의 합성어)’와 ‘기업 고유이미지 구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마케팅도 눈에 띈다. 추억의 제품을 다시 내놓으며 기존의 디자인을 그대로 재현한 제품을 출시하는 것.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10일 홈플러스와 협업해 1987년 국내 최초로 선보인 델몬트 주스 유리병이 포함된 주스 묶음 기획 세트를 내놨다. 홈플러스는 삼양식품이 내놓은 우리나라 최초 라면인 삼양라면의 1960년대 패키지를 그대로 재현한 상품도 선보였다. 지난달 농심은 1990년대 초 단종된 ‘해피라면’을 내놨고 롯데제과는 지난해 1982년 출시했던 사랑방 선물 사탕과 육각 꼬깔콘의 패키지 디자인을 그대로 재출시 했다. 같은 해 출시된 오뚜기 레트로 3분요리는 30여년 전 제품 디자인을 살려 표현했다. CJ제일제당도 1950년대 백설 브랜드의 초기 포장 디자인과 제품명을 활용한 설탕, 밀가루, 참기름, 소금 제품으로 구성된 ‘백설 헤리티지 에디션’을 출시했다.

이처럼 식품업계에서 시도하는 뉴트로 마케팅은 장수기업 고유의 신뢰도를 가져가면서도 트렌드를 따라가며 젊은 층과의 소통에 나설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홈플러스가 내놓은 ‘뉴트로’ 감성 기ㅜㄴ
홈플러스가 내놓은 ‘뉴트로’ 감성 기획제품 ⓒ홈플러스

바이러스처럼 퍼지는 소비자 여론, 기업 이미지 좌우

전문가는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으로 제품의 품질이 상향평준화된 요즘 현실에 비춰볼 때, 결국 소비자의 선택은 기업의 고유 이미지로써 결정된다는 입장이다.

세종사이버대학교 디지털마케팅학과 학과장 차원상 교수는 “이전처럼 식품업계 마케팅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을 때는 단순히 상품에 대한 정보제공에만 충실하면 됐다”라며 “하지만 제품 간 퀄리티 차이도 크게 나지 않는 요즘은 결국 기업이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소비자 선택이 갈린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 광고보다는 맘카페처럼 소비자 경험에 기반한 마케팅이 눈길을 끌고 있는데 컴퓨터 바이러스처럼 확산된다는 뜻의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을 들 수 있다”라며 “이처럼 긍정 여론을 통해 소비자가 선호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굳히기 위해 여러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바이럴 마케팅은 누리꾼들이 특정 매체를 통해 기업이나 그 제품을 홍보해 확산되는 마케팅 기법으로 입소문 마케팅의 구전효과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정보 제공자를 중심으로 메시지가 퍼져나가는 입소문 마케팅에 비해 소셜미디어 등을 활용한 바이럴 마케팅은 정보 수용자를 중심으로 퍼져나가기에 파급력이 높다.

이는 소비자 여론을 통해 기업의 신뢰도와 인지도를 높여 구매욕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마케팅으로 정리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런 마케팅이 맛이나 기능 등 식품의 본질에 온전히 집중한 마케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보여주기 식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는 기업이 광고효과에만 치중하기보다는 식품의 본질인 품질개선을 우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소비자시민모임 이수현 실장은 “기업이 이미지 마케팅으로 소비자의 호감을 사 브랜드 인식 개선에 나서는 것은 좋지만 광고효과에만 치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식품의 본질은 결국 품질이기에 실질적인 개선노력으로 공정한 경쟁에 나서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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