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한화손해보험의 초등학생 구상금 청구가 공론화 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이 사건을 지켜본 시민들은 보험사가 원금과 함께 이자를 끝까지 받아냈을 것이라 보고 있다. 기자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앞서 한화손보는 교통사고로 사망한 A씨의 자녀에게 2691만원의 구상금을 청구했다. 쌍방과실로 사고가 발생한 이후, 상대 승용차 동승자에게 선행 지급한 치료비 및 합의금의 일부를 A씨의 과실 비율에 맞게 다시 회수하기 위해서였다. 

이 사건은 지난 23일 이후 국내 온·오프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특히 법적인 판단을 스스로 내리기 어려운 어린아이에게 이의제기 기한이 14일로 한정된 이행권고결정으로 구상금 요구에 들어갔다는 점, 구상금 지급이 안되면 12%의 연이자를 물기로 한 점 등이 대중의 공분을 샀다. 아이의 나이는 12살에 불과했다. 

이 과정에서 한화손보는 언론에 거짓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한화손보는 유가족과 꾸준히 대화를 이어왔고 구상금을 하향조정 하는 것으로 합의가 이뤄졌다고 답변했지만, 유가족은 구두 합의를 거부하고 보험사가 제기한 구상금 청구에 소송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의사를 전달했다.   

한화손보는 기자에게도 유가족과의 합의와 소취하가 이미 이뤄졌으며 그 이후에 관련 유튜브와 청와대 국민청원 글이 올라왔다는 설명을 내놨다. 관련 유튜브 방송이 게재된 것이 23일 오후, 국민청원이 등록된 것이 24일이니 한화손보의 설명대로라면 적어도 23일 낮에는 소취하가 이뤄졌어야 했다. 

하지만 한화손보는 재취재 전화에서야 유가족과 23일 구두합의가 이뤄졌고 24일 소를 취하했다고 대답했다. 또, 왜 유가족과 원만하게 해결이 된 것처럼 답변을 내놨냐는 물음에는 당시에는 협의 결렬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결과적으로 기자는, 누리꾼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화손보의 ‘언론플레이’에 놀아난 꼴이 되고 말았다. 

일련의 취재를 진행하면서 기자는 한화손보가 눈앞의 급한 불끄기에만 급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지난 25일 내놓은 사과문 역시 다르지 않았다. 한화손보는 사과문을 통해 사건의 경위를 설명하고 정당한 법적 절차였다는 점을 명시했으며 회사 내부 시스템을 정비해 동일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지만, 소비자들은 이를 자기변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 이날 사과문에는 정작 피해 당사자인 12살 아이와 유가족에 대한 사죄는 없었다. 한화손보는 “국민 여러분과 당사 계약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부분을 사과했을 뿐이다. 실추된 기업윤리가 아니라 화난 대중이 두려웠던 것이다. 

이번 사태는 기업이 소비자와 소비자가 소속된 공동체에 응당 지켜야할 신뢰를 저버린 탓에 논란이 된 것이다. 애꿎은 시스템을 탓해봤자 소비자들의 신뢰는 돌아오지 않는다.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는 길은 시간을 통해 스스로 약속한 바를 지키는 방법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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