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장기화…가시화되는 투표율 하락
선거-투표율 상관관계, 21대 총선서도 이어질까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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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21대 총선이 3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총선 투표율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간 투표율은 선거결과를 가르는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 이와 관련해 역대선거에서 나타났던 ‘투표율이 높으면 진보가 유리하고, 낮으면 보수가 유리하다’는 선거와 투표율의 상관관계도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관련해 어떻게 변수가 될 것인지에 관심이 몰린다.

코로나19 인한 투표율의 향방

이번 총선에서 가장 큰 변수는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는 이번 총선의 투표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민들의 코로나19 감염 우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코로나19 감염 우려감에 대한 조사 결과, ‘걱정된다’는 답변이 71%로 집계됐다. 이 같은 감염 우려는 지난 2월 4주차 77%로 정점을 찍은 이후, 3월 1주차 74%, 3월 2주차 70%, 3월 3주차 71%로 이어지며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감염 우려가 사그라지지 않는 상황에서 유권자들이 투표소를 찾는 행위 자체를 꺼려 투표율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이준한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선거 직전 코로나 사태의 상황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세계적으로도 코로나 사태 속에 선거를 치르는 나라들이 많은데, 코로나가 약할 때는 투표율이 높아지고, 코로나가 극성일 때는 투표율이 떨어지는 경향성을 볼 수 있다”며 “한국은 지금 투표까지 3주가 남았는데, 그 사이에 유권자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상황이 바뀌면 (코로나19로 인해) 투표율이 낮아질 거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최근 잇따른 논란으로 커진 정치불신감으로 인한 투표율 하락도 예상되고 있다.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채진원 교수는 통화에서 “희망적인 메시지를 줘야 하는 정치권이 최근 비례위성정당 논란 등으로 진흙탕 싸움을 하니까 정치불신감이 커진 데 따른 여파도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투표에 있어 결집현상과 외면현상이 있을 것이고, 이는 결과적으로 민주당과 통합당 등 거대양당에 유리할 것”이라며 “양당 사이에 끼인 민생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이 (투표율로 인해) 손해를 볼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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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투표율의 상관관계

선거에서 투표율은 늘 최대 변수 중 하나로 작용해왔다. 그간 통상적으로 투표율이 높으면 진보가 유리하고, 낮으면 보수가 유리하다는 것이 선거와 투표율의 상관관계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지난 총선 결과에서도 엿볼 수 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태에 대한 역풍으로 60.6%의 투표율을 기록한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현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은 152석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도 10석을 얻었다. 반면 보수정당인 한나라당(현 미래통합당의 전신)은 121석으로 쪼그라들었고, 보수계열의 자유민주연합(자민련)도 4석을 얻는데 그쳤다.

4년 뒤 치러진 18대 총선은 46.1%로 투표율이 급락했고, 결과 역시 크게 달라졌다. 한나라당은 153석으로 과반을 넘겼고, 자민련의 뒤를 이은 자유선진당 역시 18석을 얻었다. 한나라당 탈당파인 친박연대도 14석을 확보했다. 반면 통합민주당은 81석으로 주저앉았고, 민주노동당 역시 5석에 그쳤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투표율(54.2%)은 다시 50%를 넘겼다.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은 152석으로 연속으로 과반을 넘겼으나, 보수계열의 자유선진당은 5석에 그쳤다. 이에 반해 민주통합당은 127석, 통합진보당도 13석으로 약진했다.

가장 최근 치러진 2016년 20대 총선의 투표율은 19대 때보다 올라 58%를 기록했다. 그 결과, 더불어민주당은 123석으로 1당에 올랐고, 국민의당은 38석, 정의당도 6석을 얻는 등 야권이 강세를 보였다. 집권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은 122석으로 원내 2당으로 내려앉았다.

투표율에 촉각 세우는 정치권

이전까지의 선거와 투표율의 상관관계에서 투표율 하락은 보수에 유리하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예상되는 투표율 하락이 이전처럼 보수정당에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앞서 한국갤럽이 발표한 코로나19 감염 우려감 조사에서 연령대별 응답을 살펴보면 18~29세 66%, 30대 74%, 40대 67%, 50대 68%, 60대 이상 78%로 나타났다. 보수의 주요 지지층인 60대 이상 층이 코로나19 취약층으로 분류되는 상황에서 감염 우려 역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감염 우려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난 20대의 투표율이 60대 이상 층보다 상대적으로 높다고 하더라도 진보가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불투명하다.

한국갤럽이 27일 발표한 3월 3주차 집계에서 18~29세 연령층의 민주당 지지율은 27%로 조사됐다. 30대 48%, 40대 50%, 50대 36%, 60대 이상 28%와 비교했을 때, 가장 낮은 수치다. 18~29세 연령층의 통합당 지지율은 15%에 불과했고, 무당층 비율은 46%에 달했다.
(24~26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7392명에게 통화 시도, 최종 1001명이 응답, 응답률 1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리얼미터가 26일 발표한 3월 4주차 주중 잠정집계에서도 18~29세의 민주당 지지율은 42.5%로 나타나 60대 이상 35.4%에 이어 가장 낮았다(30대 49.2%, 40대 58.5%, 50대 44%). 무당층 비율은 16.2%로 가장 높았고, 통합당 지지율은 24.2%로, 40대(21.7%)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23~25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2만8697명에게 통화 시도, 최종 1518명이 응답, 응답률 5.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p,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즉, 20대 이하 연령층에서 민주당과 통합당에 대한 지지도가 다른 연령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고, 무당층 비율이 높게 나오는 상황에서 이들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게다가 무당층의 정치불신감이 강하게 작용할 경우, 투표에 적극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치권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투표율 하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당에서도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 아무래도 (코로나19) 취약층인 노년층의 투표율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겠나”라며 “그러다 보니 당내에서도 야외투표소 설치 촉구 등을 논의하는 등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도 “기본적으로 예전에 투표율이 떨어지면 진보정당이 불리하고, 올라가면 유리하다고 보지 않나. 이번에 새로 투표에 참여하는 만 18세들이 투표를 꺼릴까 걱정되고 있다”며 “선관위가 할 일이지만, 투표소의 안전을 지키는 것과 사전 투표를 독려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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