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된 인식으로 장애인 향한 차별·혐오
“처벌·강제조항 강화해 차별 철폐해야”

장애인 차별을 금지하고 인권을 향상하기 위해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 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지난 2007년 제정돼 2008년 시행됐지만 여전히 장애인들은 많은 분야에서 차별을 마주하고 살아간다. 장애인에 대한 그릇된 인식으로 인해 일상에서도 혐오발언을 듣기도 한다. 때문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한 개선을 요구하는 장애인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본지는 정신장애인과 지체장애인을 만나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이후에도 장애인들이 마주하는 차별과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에 대해 들어봤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지난 2019년 9월 10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열린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예산 쟁취 및 추석연휴 농성 투쟁 선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지난 2019년 9월 10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열린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예산 쟁취 및 추석연휴 농성 투쟁 선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막기 위해 지난 2008년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 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됐으나 장애인들은 여전히 많은 차별을 당하고 있다. 구직활동의 어려움은 물론,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기까지도 비장애인과는 달리 많은 불편을 마주하게 된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지난 2007년 4월 11일 제정돼 이듬해 4월 11일 시행됐다. 이는 장애를 사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장애인들의 권리를 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이에 따라 고용, 교육, 사법·행정 서비스 이용, 참정권 행사, 모·부성권 및 성에 대한 자기결정권, 의사결정권, 시설물·교통수단·정보통신·의사소통·문화·체육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금지된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이후에도 여전한 차별

하지만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들은 여전히 많은 차별을 겪고 있다고 말한다.

정신장애인예술상담단체 ‘안티카’ 활동가이며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가진 정신장애인이자 논바이너리 바이섹슈얼(이분법적 성별로 자신을 정체화하지 않는 양성애자)인 한연화씨는 아르바이트 면접 중 차별적인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면접을 보면 이것저것 물어보잖아요. 그런데 ‘어디 아픈 덴 없죠?’라고 물어보더라고요. (함께 일할 때 유의해야 할 사항을 알기 위해 묻는 게 아니라) ‘멀쩡하지 않은’ 사람을 걸러내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한연화 활동가

한 활동가는 결국 그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지 못했다. 이 같은 일은 채용과정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일이다. 아예 이력서에 질병이나 장애 여부를 기재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력서에 질병이나 장애 여부를 적으면 채용되지 않을 걸 알기 때문에 애초에 지원을 포기하게 되고, 일자리를 구할 선택지는 점점 줄어들게 된다.

장애인들은 이처럼 채용에서 많은 차별을 겪는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른 2019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장애인 법정의무고용률은 3.4%다. 50명 이상의 상시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주는 3.1%의 근로자를 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6월 기준 공공기관 40개 중 65%인 26개 기관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 정부기관이 지키지 않는 법을 사업주들이 지킬 리는 만무하다.

직장 내 장애인식개선강사이며 장애인 당사자인 심지선씨는 장애인 고용이 지켜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육체적인 한계, 구조적 기능의 한계가 있다는 것은 장애인들도 인정해요.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에요. 각자 가진 능력이 다른 건데, 장애인에 대한 편견 때문에 이를 보지 못하는 거죠. 인식을 개선하고 사회구조를 개선하면 분명히 가능한 일이에요. 그런데 사회구조를 그대로 두고 장애인을 그에 끼워 맞추려고 하니 개선이 어렵죠. 인식의 변화가 중요해요.”
-직장 내 장애인식개선강사 심지선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지난 1월 21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장애인차별발언 반성문 요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지난 1월 21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장애인차별발언 반성문 요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된 장애인혐오

장애인에 대한 그릇된 인식은 자연스레 장애인에 대한 차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그릇된 인식을 가진 정치인의 장애인혐오 발언도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 1월 15일 영입인사 1호인 척수장애인 최혜영 교수를 영입하면서 “선천적인 장애인은 어려서부터 장애를 갖고 나오니까 의지가 좀 약하다”며 “사고가 나서 장애인이 된 분들은 원래 자기가 정상적으로 살던 것에 대한 꿈이 있어서 그분들이 더 의지가 강하다는 얘기를 심리학자에게 들었다”고 말했다.

이는 장애를 의지를 갖고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장애인의 삶을 ‘비정상’으로, 비장애인의 삶을 ‘정상’으로 규정하는 말이다.

하지만 장애인에게 장애는 극복의 대상이 아닌 항상 갖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극복해야 할 것은 장애가 아니라 사회의 차별적인 시선과 구조다.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장애인권단체와 시민사회의 사과 요구가 이어졌지만 이 대표는 “상처를 줬다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겠다”며 “의도를 갖고 한 말은 아니고 무심결에 심리학자의 이야기를 들어 한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장애인권단체와 시민사회의 지적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사과였다.

“장애인에 대해 ‘의지가 부족하다’는 말도 많이 해요. 이런 말은 장애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혐오발언이죠.”
-한연화 활동가

“장애를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장애인을 ‘돌봐줘야 하는 존재’, ‘불쌍한 존재’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이런 발언이 나오는 거죠. 이 대표는 ‘사과’를 했지만, 수많은 장애인권단체와 시민들이 제기한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고요.”
-직장 내 장애인식개선강사 심지선씨

지난 2018년 9월 4일 서울지하철 1·2호선 시청역에서 열린 ‘제3차 지하철 그린라이트 시위’에 참가한 장애인이 피켓을 들고 있다. ⓒ투데이신문
지난 2018년 9월 4일 서울지하철 1·2호선 시청역에서 열린 ‘제3차 지하철 그린라이트 시위’에 참가한 장애인이 피켓을 들고 있다. ⓒ투데이신문

일상 속 만연한 차별과 혐오

장애인을 향한 차별은 일상에서도 흔히 일어난다. 장애인이나 장애를 지칭해 욕설로 사용하기도 하고, 장애에 대한 몰이해로 인한 차별과 혐오도 발생한다.

“저 같은 정신장애인에게 ‘약 먹으면 기분이 어때?’, ‘약 먹으면 기분이 좀 좋아져요?’ 같은 질문을 하는 사람도 있어요. 당뇨약, 혈압약을 먹는 사람에게 이런 질문을 하지는 않잖아요. 실례인 걸 아니까. 그런데 정신질환자에게는 아무렇지도 않게 이런 질문을 해요. 이런 말을 들을 대면 ‘이 사람은 대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한연화 활동가

정신장애인의 경우 사람들의 인식이 낮다. 인식이 있다고 해도 ‘조현병 환자=범죄자, 이상한 사람’이라는 도식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아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된다.

“만약 암 환자가 사람을 죽였다고 하면 그냥 살인사건이 되지만, 조현병 환자가 사람을 죽이면 ‘미친’ 사람이 살인을 한 것처럼 묘사돼 엄청난 사회적 이슈가 되죠. 정신장애인을 특정한 모습으로만 조명하는 언론, 미디어의 책임이 매우 커요.”
-한연화 활동가

미디어를 통해 강화되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 때문에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공포심을 갖게 되고 차별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인 심씨도 일상에서 차별적인 발언을 마주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아직까지 ‘천벌을 받아서 그렇다’거나 ‘재수가 없다’, ‘옮는다’는 말을 하는 분도 있어요. ‘병신’이라는 말은 늘 듣고 살았어요. 물론 교육을 통해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그런 말을 많이들 해요.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을 맹인, 봉사, 벙어리 등 혐오적인 말로 지칭하기도 하죠. 또 이런 말들이 매스컴에서 공공연히 나오기도 해요.”
-직장 내 장애인식개선강사 심지선씨

온라인상에서의 차별·혐오발언도 수없이 많다. 한씨는 온라인에서 ‘정신병자들 다 가둬야 한다’는 등 정신장애인을 차별하고 비하하는 댓글을 본 때면 스스로 ‘있어선 안 될 존재’가 된 느낌이 든다고 했다.

“오프라인과 달리 온라인에서의 발언은 전파력이 강하고, 활자가 남기 때문에 더 부각되죠.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장애인에 대한 혐오발언은 일상에 녹아있어요.”
-직장 내 장애인식개선강사 심지선씨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인 심씨는 이동권에 있어서도 차별을 받고 있다고 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휠체어를 몸으로 보기 때문에 보행자로 인정된다. 하지만 인도 등 울퉁불퉁하거나 좁아서 휠체어로 다닐 수 없는 곳이 많아 통행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때문에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은 어쩔 수 없이 차도로 뛰어들 수밖에 없다. 안전을 확보할 수가 없는 것이다.

또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마련된 곳도 많지 않아 밖에서는 물도 잘 마시지 않는다고 했다.

“큰 건물이나 공공시설에는 장애인화장실이 마련돼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들이 많아요. 그래서 많은 장애인들이 화장실을 이용하기 어려워 밖에서는 물도 잘 마시지 않아요.”
-직장 내 장애인식개선강사 심지선씨

심씨는 손을 일정 높이 이상 올릴 수 없어 자동문 버튼을 누르기 힘들다. 때문에 자동문 버튼이 높이 달려 있으면 문을 열 수가 없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이동하기 편한 곳은 유아차(乳兒車)가 다니기에도 편하고 안전한 곳이에요. 저는 자동문 버튼이 높이 달려있으면 누를 수가 없어요. 문을 열 수가 없는 거죠. 그런데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휠체어도 인도를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정비돼 있고, 자동문 버튼도 손 높이 뿐 아니라 발로도 누를 수 있도록 여러 개 설치해 둬요. 키가 작은 사람, 어린이, 손을 일정 높이 이상 들 수 없는 사람들 모두가 이용하기 편하도록 만든 거죠. 장애인들이 편히 다닐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건 비장애인에게도 좋은 일이에요.”
-직장 내 장애인식개선강사 심지선씨

사진제공 = 심지선씨 / 한연화씨(오른쪽 사진 흰옷 입은 이)
직장 내 장애인식개선강사 심지선씨가 강의를 하고 있다. (왼쪽) <사진제공 = 신지선씨> / 정신장애인 예술상담단체 ‘안티카’ 한연화 활동가(오른쪽 사진 흰옷 입은 이)가 연극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한연화 활동가>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제도·인식 개선돼야

이들은 장애인 차별을 없애기 위해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처벌조항을 강화하고 다양한 소수자를 포괄하는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강제조항이 없다면 차별금지법은 유명무실해지지 않을까요. 처벌조항이 없으면 실효성이 떨어져 인권위법과 다를 바가 없게 될 거 같아요. 이에 대한 조율이 필요하다고 봐요.”
-한연화 활동가

심씨 역시 강제조항이 없으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말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의 경우 차별행위를 하고 그 행위가 악의적인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으며, 시정명령을 정당한 사유 없이 이행하지 않을 경우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이런 처벌조항이 있다고 해도 얼마든지 처벌이 낮춰지기 때문에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요. 때문에 반드시 강제조항이 있어야 한다고 봐요.”
-직장 내 장애인식개선강사 심지선씨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으로 많은 부분에서 장애인권이 개선됐으나 아직까지도 장애인을 향한 차별은 이뤄지고 있다. 때문에 이들은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민 등 다양한 소수자들에 대한 인식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의 의지를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사회에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이 만연해 뿌리깊이 자리 잡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차별금지법을 통해 제도를 개선하고 이와 함께 인식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해야 해요. 제가 어릴 때 당했던 차별 경험들과 지금 겪는 차별 경험을 비교해보면 많이 완화된 부분이 있어요. 아직은 부족하지만 그래도 장애인차별금지법을 통해 개선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개선을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직장 내 장애인식개선강사 심지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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