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데이지호 침몰 3년] 유해는 아직도 차가운 바다 속에…사고의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3년] 유해는 아직도 차가운 바다 속에…사고의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 김태규 기자
  • 승인 2020.03.3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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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심해수색 성과 없이 종료…2차 심해수색은 ‘좌절’
가족·시민대책위 “세월호 선례 따라 구상권 청구해야”
폴라리스쉬핑, 스텔라데이지호 이후 선박사고 잇따라
스텔라데이지호 가족·시민대책위원회 허경주 공동대표가 지난 2월 2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스텔라데이지호 선사(폴라리스쉬핑) 유죄 판결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스텔라데이지호 가족·시민대책위원회 허경주 공동대표가 지난 2월 2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스텔라데이지호 선사(폴라리스쉬핑) 유죄 판결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스텔라데이지호가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지 어느덧 3년이 흘렀다. 침몰원인을 밝히기 위해 지난 2018년 심해수색이 이뤄져 스텔라데이지호의 블랙박스(VDR. 항해기록저장장치)가 회수됐으나 침몰원인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스텔라데이지호는 지난 2017년 3월 31일 브라질 구아이바 항만에서 철광석 26만t을 싣고 중국으로 향하던 중 우루과이 인근 남대서양 해역에서 침몰했다. 전체 승선원 22명 중 필리핀 선원 2명만이 구조됐으며 한국인 선원 8명과 필리핀인 선원 14명 등 22명은 아직까지 실종된 상태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이후 실종자의 가족들은 침몰원인 규명과 실종자 수색을 위한 심해수색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이를 위해 실종자 가족들은 매일같이 거리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사고를 알리고 심해수색 청원 서명을 받았다. 이들은 2년이 조금 안 되는 시간을 매일같이 거리에서 보냈으며, 정부청사 앞에서, 국회에서, 거리에서 노숙 농성을 하기도 했다. 국회의원을 일일이 찾아가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에 대해 설명하고 심해수색 예산을 편성해달라고 호소했다. 심해수색을 위해서라면 어떤 곳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갔다.

실종자 가족들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마침내 2018년 12월 28일 미국의 해양탐사업체 오션인피니티(Ocean Infinity)와 심해수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오션인피니티의 심해수색 선박은 지난해 2월 8일 출항해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689일만인 2019년 2월 18일 스텔라데이지호의 블랙박스(VDR. 항해기록저장장치)를 회수했다. 또 3일 후인 같은 달 21일에는 승선원 중 한 명의 것으로 추정되는 뼈와 유류품을 발견했다.

하지만 유해와 유류품은 회수되지 않았다. 정부의 심해수색 용역계약에는 유해수습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회수된 VDR에서는 사고 당시 선원들의 음성은 복구하지 못했다. VDR 분석을 통한 침몰원인 규명이 좌절된 것이다.

오션인피니티(Ocean Infinity)사의 심해수색 선박 시베드 콘스트럭터(Seabed Constructor)호가 지난 2019년 2월 17일 원격제어 무인잠수정(ROV)을 통해 스텔라데이지호의 항해기록저장장치(VDR)를 회수하고 있다. <사진제공 =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
오션인피니티(Ocean Infinity)사의 심해수색 선박 시베드 콘스트럭터(Seabed Constructor)호가 지난 2019년 2월 17일 원격제어 무인잠수정(ROV)을 통해 스텔라데이지호의 항해기록저장장치(VDR)를 회수하고 있다. <사진제공 =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

좌절된 진상규명…2차 심해수색 예산 ‘0원’

이에 실종자 가족들은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원인 규명과 유해 수습을 위한 2차 심해수색을 요구했다. 외교부는 당초 2차 심해수색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으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여야 간 합의를 통해 스텔라데이지호 2차 심해수색 예산을 100억원 증액해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2020년 정부 예산안에서 스텔라데이지호 2차 심해수색 예산이 전액 삭감된 채 통과됐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진 예산이 삭감된 데는 정부의 반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편성하지 않은 예산을 국회가 증액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3D 모자이크 영상 구현’을 두고 실종자 가족들과 이견을 보이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은 침몰원인을 밝히기 위해 3D 모자이크 영상 구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외교부는 이에 대해 더 전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심해수색 비용도 문제가 됐다. 50여억원의 예산이 사용된 1차 심해수색에서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황에서 100억원의 예산을 더 투입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은 “국민의 세금이 사용되는 선례를 남길 수 없다는 것”이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정부가 2차 심해수색 비용 100억원을 선지급하고 폴라리스쉬핑과 김완중 대표 등에게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하지만 그간 외교부는 “세월호도 구상권 청구를 못했는데, 스텔라데이지호의 구상권을 어떻게 청구하느냐”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나 지난 1월 17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정부가 구상권을 행사해 승소했다. 세월호의 선주인 고(故) 유병언 회장의 구상 의무를 상속한 자녀들이 총 1700억원을 지급하라는 1심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이 판결로 인해 정부가 폴라리스쉬핑에 2차 심해수색 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전자공시시스템 다트에 따르면 세계 1위 초대형 광석선 보유선사인 폴라리스쉬핑은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영업이익이 늘어났다. 2018년에는 1121억1000만원을 기록했다. 2019년 3분기 폴라리스쉬핑의 영업이익은 1167억7900만원이다.

또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이후 폴라리스쉬핑은 446억4400만원의 보험수익을 얻었다. 구상권을 청구할 경우 2차 심해수색 비용 100억원을 충분히 부담할 수 있는 기업이다.

지난 2017년 10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해양수산부 국정감사에서 폴라리스 쉬핑 김완중 대표가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고에 대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017년 10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해양수산부 국정감사에서 폴라리스 쉬핑 김완중 대표가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고에 대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세월호 참사 이후 개정된 선박안전법 첫 유죄 판결

스텔라데이지호의 선사인 폴라리스쉬핑 김완중 회장은 지난 2월 18일 선박안전법 위반(복원성 유지, 결함 미신고) 혐의 1심 선고강판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개정된 선박안전법의 첫 유죄 판단이었다.

아울러 법원은 폴라리스쉬핑 법인에 대해 벌금 1500만원을 선고하고 함께 재판에 넘겨진 선가 관계자 중 2명에게는 벌금 300만원을, 1명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나머지 2명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선박안전법 개정은 세월호 참사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해 제도를 보완하고자 이뤄졌다. 개정된 선박안전법 제74조 제1항은 ‘누구든지 선박의 감항성 및 안전설비의 결함을 발견한 경우 그 내용을 해양수산부장관에게 신고해야 한다’고 의무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검찰은 폴라리스쉬핑 측이 스텔라데이지호의 결함을 발견하고도 해수부 장관에게 신고하지 않고 영업이익을 위해 운항을 강행했고, 그 결과 침몰사고로 이어졌다며 김 대표에 대해 징역 4년과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결함 미신고에 대한 범죄사실만 유죄로 판단하고 복원성 유지 위반과 선박검사 거짓 수검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이 같은 판결에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는 “세월호참사로 개정된 선박안전법 위반에 대한 첫 유죄 판결은 역사적 의의가 있다”면서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장을 위해 해상에서의 대형참사를 방지하려는 선박안전법 취지에 맞게 엄중한 법의 심판이 따라야 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국가는 침몰원인 규명과 유해수습을 위한 2차 심해수색을 통해 침몰원인을 규명하고 유해의 신원을 확인해 선박안전법 위반으로 대형참사가 발생했다는 것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텔라배너호, 스텔라삼바호, 솔라엠버호, 스텔라퀸호. 사진출처 = 마린트래픽 홈페이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텔라배너호, 스텔라삼바호, 솔라엠버호, 스텔라퀸호. <사진출처 = 마린트래픽 홈페이지>

스텔라데이지호 이후에도 반복된 선박안전사고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이후 폴라리스쉬핑 소유 선박 5척의 사고가 더 있었다.

가장 최근 일어난 폴라리스쉬핑 소속 선박의 사고는 지난 2월 24일 발생했다. 철광석 29만4860t을 싣고 브라질에서 출발한 스텔라배너호가 수심 40m 바닥에 선체가 부딪치면서 침수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하지만 스텔라데이지호와 같은 개조노후선이 아닌 2016년 건조된 선박이어서 빠르게 침몰하지 않아 선원들이 모두 탈출할 수 있었다.

스텔라삼바호는 2018년 5월 26일 중국에서 브라질로 향하던 중 브라질 연안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엔진을 구동하는 발전기 3개 중 1번 발전기에서 시작된 화재는 다행히 사상자 발생 없이 진화됐다. 하지만 이 화재가 국내에 알려진 것은 스텔라삼바호가 화재로 인해 엔진 가동을 멈추고 표류한 지 4일째 되던 날이다. 때문에 폴라리스쉬핑 측이 사고를 축소하려 한 것 아닌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수색에 참여했던 솔라엠버호 역시 2017년 5월 5일 외벽에서 균열이 발견됐다. 하지만 폴라리스쉬핑은 균열부위에 철판을 덧대는 임시조치만을 취한 채 운항을 지속했다.

스텔라퀸호도 2017년 5월 남대서양에서 운항 도중 갑판에 균열이 생겨 바닷물이 솟구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하지만 폴라리스쉬핑은 “4월 29일 화물창 커버에 윤활유가 새어 나와 수리를 했으며, 5월 3일에는 부두에서 선박으로 화물을 싣는 기계(로더)가 고장 나 40시간 정도 대기했다"며 선박운항에 문제가 없다고 해수부에 보고했다. 하지만 선원들이 선박 갑판 위로 물이 솟구치는 장면을 촬영한 사진이 근거로 제시되자 “브라질 도착 후가 아닌 공해상에서 갑판에 균열이 생겼던 게 맞다”고 인정했다.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하기 하루 전날인 2017년 3월 30일, 스텔라유니콘호에도 심각한 침수가 발생했다. 하지만 선사는 대충 시멘트 같은 걸로 때우고 운항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하자 스텔라유니콘호의 선장은 배를 돌려 아프리카 케이프타운으로 향했다. 스텔라유니콘호는 그해 가을 폐선됐다.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 이후 3년이 지났으나 아직까지 사고원인은 규명되지 않았다. 그리고 폴라리스쉬핑 소유의 선박에서는 안전사고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스텔라배너호를 제외한 나머지 선박들은 모두 건조된 지 20년이 넘은 노후선들이다. 언제 스텔라데이지호처럼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한시바삐 스텔라데이지호의 사고원인을 규명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원인 규명을 위해서는 2차 심해수색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는 국민안전을 위해 예비비 사용, 구상권 청구 등 가용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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