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미성년자를 포함한 다수의 여성들을 협박해 성착취 영상을 제작·유포한 이른바 'n번방 사건‘ 가담자들을 두둔하는 발언을 해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황 대표는 지난 1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n번방 사건에 대해 “호기심 등에 의해서 이 방(n번방)에 들어왔는데 막상 보니까 적절치 않다 싶어서 활동을 그만둔 사람, 이런 사람들에 대해서는 판단이 좀 다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n번방에서의 활동 정도에 따라 사법처리 수위가 달라져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황 대표의 이 같은 발언에 정치권에서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의 지역구 및 비례대표 여성후보 49명은 지난 2일 황 대표의 발언을 규탄하는 공동 성명서를 통해 “제1야당 공당 대표의 이 같은 성인지감수성에 경악을 금할 길 없다”며 “평생을 트라우마와 고통 속에 살아갈 피해자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중차대한 범죄를 단순 호기심으로 치부하고 심지어 이들을 변호하기까지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의당 선거대책위원회 정호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극악무도한 전대미문의 디지털 성 착취 범죄를 호기심 차원으로 치부하다니 경악 그 자체”라며 “n번방 성착취 범죄자들을 봐주자는 이야기로 들릴 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n번방이 단순한 호기심으로 가입할 수 있는 곳이 아님을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n번방에 가입하려면 고액의 비용을 납부해야 하고, 불법촬영, 합성영상 또는 사진 업로드, 성착취 등 성범죄를 인증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료회원 모집을 위한 ‘무료방’도 링크를 전달받아야 입장할 수 있도록 비밀리에 운영됐습니다.
법무부 n번방 사건 태스크포스(TF) 대외협력팀장을 맡고 있는 서지현 검사도 황 대표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서 검사는 지난 2일 자신의 SNS에 “사람을 강간하거나 성착취해놓고 ‘호기심에 그랬다’고 한다면 당연히 ‘판단을 달리’ 해야한다”며 “그럴 땐 사이코패스로 판단한다. 그걸 ‘놀이’로 했다면 더더욱 (그렇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영원한 사회적 격리가 필요하다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엄중 처벌이 필요함을 강조했습니다.
황 대표의 발언은 그동안 법이 가해자들의 편에 서서 옹호해 준 언어와 닮았습니다. 단순히 호기심에 범행한 점, 초범인 점, 성실한 청년인 점, 반성하는 점 등 가해자의 입장에서 선처가 내려진 판결은 수없이 많습니다.
피해자들은 피해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채 고통스러운 나날을 이어가고 있지만 가해자들은 자신의 편에 서서 이해해주는 법과 사람들 덕분에 평온하게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죠.
황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성착취 범죄에 가담한 범인들의 범행을 축소하고 범행을 정당화하는 것입니다. 피해자의 인격을 짓밟고 조롱하며 성착취를 일삼은 가해자를 ‘단순한 호기심’에 들어가 본 구경꾼 정도로 여기는 시선이 가해자의 죄의식을 씻어주는 면죄부가 되고, 가해자에게 관대한 사회가 n번방 사건의 가담자들을 키워낸 것입니다.
발언 이후 비판을 받던 황 대표는 “법리적 차원의 일반론적 답변이었다”며 “n번방 가해자 관련자 전원은 이런 일반론적인 잣대에 해당될 수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호기심만 갖고서는 접근할 수도 없는 것이다. 용서받을 수도 없고, 용서해서도 안 되는 극악무도한 범죄행위를 저질렀다”고 말했습니다.
황 대표의 해명이 진심이라면, n번방 사건 가담자 전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힘을 보태야 할 것입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n번방 사건과 같은 집단 성착취 영상·사진 제작 및 거래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법안마련에 힘써야 할 것입니다.
황 대표 뿐 아니라 그와 같은 인식을 갖고 있던 이들 모두가 변해야 합니다. 가해자에게 관대한 사회에서 범죄는 분명히 재발할 것입니다. 이 사건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가해자의 편에 서는 것이고, 가해자의 입장을 고려해 선처를 주장하는 것은 공범이나 다름없습니다. 성범죄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한국사회 전체의 인식이 바뀌어야 하는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