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선임 이견 없이 찬성, 2018년과 상반된 행보
기업은행 “투명한 절차 요구했던 것, 입장 변화 아냐”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KT&G의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 2대 주주(6.93%)인 IBK기업은행이 2년 전과 상반된 행보를 보여 의아함을 낳고 있다. 기업은행은 과거 KT&G 백복인 사장의 연임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반대의견을 내는 한편 사외이사의 추가 선임을 요구한 바 있지만 최근 주주총회에서는 별다른 이견 없이 사외이사 선임에 찬성표를 던졌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달 31일 열린 KT&G의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에 찬성 입장을 보였다. 기업은행이 지난 2018년 백 사장의 연임을 반대하고 사외이사의 증원을 요구했던 만큼, 이번 주총에서도 유사한 입장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던 업계의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앞서 기업은행은 금융감독원이 KT&G의 해외투자 사업 관련 분식회계 의혹을 조사 중이라는 점을 들어 백 사장의 연임을 반대하고 사외이사의 증원을 주장했다. 당시 기업은행 측은 KT&G의 전 임직원들이 백 사장을 검찰에 고발한 것으로 알려졌으니 사정기관의 수사가 대표이사와 회사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KT&G는 지난 2011년 인수한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트리삭티와 관련, 취득 원가보다 5배 가량 높게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분식회계 의혹을 받았다. 이후 금융당국은 감리를 진행해 사실관계 파악에 돌입했으며 지난달 초에는 금감원이 혐의점을 확인해 중징계를 통보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이에 KT&G는 공시를 통해 “감리결과는 최종 결과가 아니며 향후 회계기준 적절성에 대해 소명할 예정”이라고 해명했지만, 혐의점이 어느 정도 인정됐다는 취지의 결과가 나온 만큼 기업은행의 반대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했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예상과는 달리 지난달 주총에서 별다른 의견 없이 찬성표를 던지고 사외이사의 증원도 요구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과거 기업은행이 무리하게 반대 여론을 조성했다며 ‘관치금융’ 비판을 받았던 만큼 유사한 논란을 되풀이 하지 않으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으며, 올해 초 취임과 함께 낙하산 논란이 불거졌던 기업은행 윤종원 은행장이 불필요한 구설을 피하기 위해 조심스런 행보를 보였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 기업은행은 과거와 입장이 변경된 부분은 없으며 투명한 사외이사 선임 절차가 이행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지속적인 주주보호와 공정하고 투명한 선임 절차를 요구한 것이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 건 아니었다. 그 입장은 현재에도 변함이 없다”라며 “2018년에는 KT&G 사장의 연임 이슈와 관련해 지배구조전반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해서도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전문성이 있고 도덕성에 흠결이 없는 인물이 추천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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