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정량 지표로 파트너 ‘성과측정’ 논란 일었던 트레바리
새로운 방안 고심하겠다더니…파트너 6명 ‘계약 연장 불가’
안내 없던 ‘타 독서모임 운영’ 사유로 ‘단칼에 잘렸다’ 주장
트레바리, “동종 사업 운영자와는 파트너 계약 어렵다” 판단

ⓒ트레바리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독서모임 스타트업 ‘트레바리’가 소정의 활동비만 받고 모임을 이끄는 ‘파트너’ 회원들에 대한 성과 평가 논란에 이어 일방적인 계약 연장 불가 통보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7일 <투데이신문> 취재 결과 트레바리는 지난달 11일을 기점으로 6명의 파트너들에게 다음 시즌 계약을 연장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연장 거절 사유는 각기 다르지만 그간 수집한 피드백을 참고했으며, 계약서 내용을 어긴 파트너도 있다는 것이 트레바리 측의 설명이었다. 

한 시즌(4개월)에 19~31만원 수준의 회원비를 받는 유료 모임인 트레바리는 일반 회원을 유치해 수익창출을 하는 구조다. 

파트너란 트레바리 측에서 뽑는 일종의 리더 같은 존재로서, 소정의 활동비(9만원 상당)와 회원비 면제 혜택을 받고 각 모임의 출결관리, 독후감 독려, 도서 투표, 단톡방 운영, 공지 전달, 기타 사항 전달 등의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정식 직원이 아닌 모임장의 역할을 맡고 있다.

앞서 본지는 지난해 12월 17일자 <[단독]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알아” 독서모임 스타트업 ‘트레바리’, 회원들에 공짜노동부터 경영책무까지 요구 논란> 제하의 보도를 통해 트레바리의 파트너에 대한 부당한 성과관리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당시 트레바리는 파트너 계약서에 모임 관리 업무 외에 회원 유치 및 재등록 관련 조항은 없는데도 회원의 재등록률, 만족도, 멤버 후기와 같은 정성적‧정량적 지표를 공유해 파트너 활동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나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파트너들의 노동력과 재능을 착취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자 트레바리는 새로운 방안을 고심하겠다고 사과했다. 그런데 불과 3개월 만에 계약서에도 명시되지 않은 이유를 들어 파트너의 계약 연장을 거부하면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에 계약 연장 불가 안내를 받았다는 파트너 A씨는 5시즌 동안 파트너로 활동해 오다 전화 한통으로 일방적 통보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자발적으로 활동하는 파트너는 트레바리 측에 고용된 직원이 아니기에 ‘부당 해고’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하지만 A씨는 트레바리와 소통하며 실질적인 모임 관리를 해왔기에, 계약 해지에 대한 상실감은 마치 해고통보와도 같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A씨는 “계약을 체결할 때는 계약서를 들이밀며 서명을 요구했지만 해지는 전화 한 통으로 끝났다”라며 “내가 잘린 이유를 묻자 내부 결정사항에 대해 알려줄 의무가 없다더니 결국 계약서에도 명시되지 않은 ‘타 독서모임 운영’을 사유로 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회원 수 6000명이 넘는 트레바리가 멤버 수 18명에 불과한 독서모임을 우려한 것”이라며 “해당 모임은 트레바리가 생기기 전부터 만들어진 모임이고 트레바리 활동기간 중에 두 모임의 멤버가 겹친 적도 전혀 없다”라고 설명했다.

A씨는 “독서문화 부흥을 위해 만들어진 기업이 독서모임 운영을 이유로 사람을 자르는 것이 아이러니하다”라며 “타 모임에서는 서로간의 활동을 장려하는데 트레바리는 반대로 가니 어쩔 수 없는 기업임을 체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는 트레바리에서 올린 공지를 공개했다. 공지는 연장을 신청한 파트너 중 여섯명은 트레바리와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지난달 12일 트레바리의 공지글 ⓒ제보자 제공

A씨는 트레바리의 계약 연장 거절 사유가 정당하지 못했던 점과 부적절한 통보 과정에 대해 지적했다. 파트너 계약서상에는 타 독서모임을 운영하는 점에 대한 제약이 명시돼 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를 구두로도 전달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어 A씨는 파트너 계약서 내에 명시된 ‘계약을 해제·해지하거나 연장을 거부하는 요인’에도 자신은 해당사항이 없다고 강조했다. 해당 요인은 지각, 불참, 불만사항 접수 등 파트너가 멤버들의 경험을 저해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불성실한 커뮤니케이션, 일반적인 사회 통념, 관계법령 등에서 벗어나는 경우 등이다. 

다만 A씨는 계약서 내에 ‘연장 거부 요인은 이런 사유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조항이 추가로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트레바리 측이 해당 조항을 들며 ‘상황에 따라 파트너에게 계약 연장 종료를 요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A씨는 계약서 상 계약 해제‧해지시 문서로 알린다고 돼 있어, 연장 거부도 그에 준해 문서로 통보했어야 하지만 전화 한 통으로 끝낸 것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트레바리 측에 남은 일정은 소화해도 되냐고 물었더니 ‘대타 구해도 된다’는 무성의한 답이 돌아왔다고 꼬집었다.

트레바리의 파트너는 오프라인으로 이뤄지는 모임에서도 활동하지만 모바일 앱 등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하는 노동을 하기에 플랫폼 노동자로도 볼 수 있다.

플랫폼 노동자의 권리가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우려는 꾸준히 제기돼 왔으며, 특히 급여나 복지 면에서는 정식 직원으로 인정받지 못하면서도 실질적으로 기업의 관리 및 통제를 받는 구조 상의 문제가 지적됐다.

트레바리 또한 정식 직원이 아님에도 파트너들에 대해 성과관리 및 직원에 준하는 기준을 요구하는 행위가 드러나며, 자발적으로 일하는 이들에 대한 노동 착취 구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플랫폼 노동연대는 기업이 노동자로 인정 하지 않으면서도 플랫폼 노동자에 대해 성과평가를 하거나 직원 수준의 기준을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플랫폼노동연대 이성종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회사와 고용관계에 있지도 않은 파트너에게 일반 직원과 준하는 수준으로 취업규칙 내 ‘이중 취업’과 유사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못한 부분이 있다”라며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내용을 들어 계약 연장 거부의사를 밝힌 점 또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에서는 불가피하게 업무평가를 진행해야 하지만 그 방식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라며 “개인에 대한 평가보다는 개인을 포함한 전체 시스템을 평가해야 주관적인 기준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노동자들이 없을 것이며, 기업이 노동자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문제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트레바리 측은 내부적으로 동종 사업을 하는 파트너와는 계약을 이어나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트레바리 관계자는 “회원 만족도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불만이 접수된 경우에 대해 이번에 처음으로 파트너 계약 연장 불가 결정을 내리게 됐다”라며 “점수를 매기거나 성과평가를 적용한 것은 아니고 회원 피드백이 쌓인 결과고 그동안 수차례 파트너에 대한 피드백도 진행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한 파트너의 경우 지각이나 불참, 반말 사용 등 계약서 조항을 위반하신 분들도 있고 이에 수긍하신 분들도 있다”라며 “A씨의 경우는 파트너 계약의 위반이라기보다는 비슷한 사업인 독서모임을 운영하고 있어 파트너 계약 연장은 더 이상 어렵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즈니스 협업 등의 활동으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트레바리 파트너로서 활동하기에는 내부적으로 곤란할 것 같다는 결정을 어렵게 내리게 됐다”라며 “소통 과정에서 불쾌함을 느끼신 분들께는 죄송한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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