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일 수수료 개편 이후 사회적 반발
정치권·노동계, 플랫폼 독과점 우려 확산
배민 “지적 겸허히 수용, 개편안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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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김범준 대표(우)와 김봉준 전 대표(좌) ⓒ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배달의민족이 수수료 체계 변경을 적용해 시행하면서 강력한 사회적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특히 배달의민족이 독일계 배달기업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에 인수되면서 사실상 국내 배달앱 시장이 독과점 체제로 재편된 만큼, 기업결합 승인 여부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은 이달 1일부터 새로운 광고 수수료 체계를 도입했다. 이번 수수료 개편은 기존에 운영되던 ‘오픈리스트’ 대신 ‘오픈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기존 배달의민족 광고는 오픈리스트와 울트라콜로 나뉘었다. 오픈리스트는 앱에 분류된 각 업종 상단에 업장을 노출시켜주는 대신 1건의 거래당 6.8%의 수수료를 떼는 방식이다. 울트라콜은 오픈리스트 밑에 업장이 노출되며 1건의 광고 당 월 8만8000원의 비용을 지불하는 일종의 정액제다.

당초 오픈리스트는 노출 개수가 3개로 제한됐지만 새롭게 도입하는 오픈서비스는 수수료가 5.8%로 낮아진 대신 이 제한이 사라졌다. 배달의민족은 그동안 울트라콜을 통해 발생했던 무분별한 광고 경쟁을 없애기 위한 변경이라는 설명을 내놨지만, 점주들은 정액제 광고가 한정 없이 뒤로 밀려나 사실상 정률제인 오픈서비스만 이용할 수밖에 없으며 이로 인해 광고비 부담이 급증하게 됐다고 하소연한다. 

소상공인연합회는 기존 울트라콜을 매달 3~4건을 사용해왔던 점주의 경우 월 26만원~35만원을 수수료로 지급해왔지만 정률제인 오픈서비스를 이용하면 많게는 수백만원의 수수료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령 중소벤처기업부의 ‘2018 소상공인 실태조사 자료’ 기준 월 매출 3000만원인 업장의 순이익은 435만원 수준인데, 이 점주는 당초 올트라콜 3건을 사용하면 월 26만원만 부담하면 됐지만 정률제를 적용하면 174만원가량을 수수료로 지불해야한다. 즉 평균 순이익의 35% 가량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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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들과 정치권에서는 이번 수수료 개편 전부터 배달의민족 기업 결합에 따른 시장 독과점에 대한 우려를 표해왔다. ⓒ뉴시스

독과점 기업 횡포 규탄으로 이어진 수수료 인상 논란

일선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정치권에서도 다양한 제재 방안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정치권은 배달의민족의 수수료 개편이 배달 앱 시장 독과점 폐해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간주하는 모습이다. 

실제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말 자사의 지분 87%를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에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외국계 회사인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는 이미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고 있던 만큼, 배달의민족과 기업결합이 완료되면 국내 배달시장의 99%를 점유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소상공인연합회와 정치권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독점기업의 탄생을 염두에 두고 기업결합을 심사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한편, 이번 수수료 개편의 정당성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와 관련 논평을 통해 “(수수료 인상은) 단순히 수수료 부담이 늘어났다는 의미를 넘어서 임대료, 인건비 등 고정지출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소상공인들의 순이익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공정거래위원회가 진행하고 있는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의 기업결합 심사과정에서 이러한 꼼수 가격 인상에 대해 상세한 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 역시 이날 오전 선거대책위원회 모두발언에서 “이번 수수료 폭등 사태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99% 독과점이 빚어낸 횡포다. 소상공인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배달의민족이 수수료 개편을 단행할 수 있었던 것은 국내 배달앱 1, 2, 3등 업체의 결합으로 독과점 슈퍼기업이 됐다는 자신감 때문”이라며 “공정위는 이 같은 행위가 시정되지 않을 경우 배달의민족과 딜리버리히어로의 기업결합 승인 거부를 다시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자체를 중심으로 새로운 배달앱 개발을 통해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의 시장 독점에 대응하겠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이와 관련 경기도 이재명 도지사는 사회적기업에 위탁 운영할 수 있는 공공앱을 제작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했고 수원에서도 지역 국회의원 후보가 시와 협약해 배달앱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앞서 이 도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안 그래도 힘든 상황에서 힘 좀 가졌다고 힘없는 다수에게 피해를 입히며 부당한 이익을 얻으면 되겠나”라며 “기득권자들의 횡포를 억제하고 다수 약자들을 보호해 실질적으로 공정한 경쟁질서를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국가의 역할이다. 독과점과 불공정 거래로 불평등과 격차를 키우면 결국 시장경제생태계가 망가지고 그 업체도 손해를 본다”고 꼬집었다. 

“플랫폼 기업, 사회적 책무도 고민해야”

배달의민족은 이와 관련 최근까지 오픈서비스의 도입은 울트라콜의 과다경쟁을 제한하기 위한 상생 정책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수수료 체계 변경 이후 업계 내외의 강력한 비판에 직면하자 이날 오후 김범준 대표의 입장문을 통해 외식업주들에 대한 사과와 함께 개선책 마련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4월 동안은 모든 점주를 대상으로 오픈서비스 수수료 지급액의 절반을 돌려주는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우아한형제들은 코로나19로 외식업주들이 어려워진 상황을 헤아리지 못하고 새 요금체계를 도입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고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라며 “일부 업소가 광고 노출과 주문을 독식하는 폐해를 줄이기 위해 새 요금체계를 도입했지만 자영업자들이 힘들어진 상황 변화를 두루 살피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즉각 오픈서비스 개선책 마련에 나서겠다.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분들에 대한 보호 대책을 포함해 여러 측면으로 보완할 방안을 찾겠다”라며 “소비자들에게 불편을 끼치고 영세한 사장님들일수록 부담이 증가하는 불공정 문제를 해결하고, 사장님들에게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배달의민족의 한발 물러선 입장표명에도 새롭게 불붙은 플랫폼 독점기업에 대한 업계 내외의 우려는 쉽게 불식시키기 어려울 전망이다. 

라이더유니온 구교현 기획팀장은 “일방적인 정책 변경은 이미 자주 있던 일이다. 하지만 상인들은 그들의 고객인데, 고객에게까지도 함부로 정책 변경을 한다는 건 상당히 문제가 있어 보인다”라며 “(기업결합 승인 반대에 대한) 결정적인 이유를 스스로 제공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배달의민족은 상인들이 받는 부담감을 예측할 수 있었을 텐데 코로나 시국에 강행한다는 것은 대단히 황당한 일”이라며 “플랫폼 기업이라고 하는 건 사회적 기능이 있는 만큼 사회적 책무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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