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경제 위기
눈앞에 상황 급급해 ‘각자도생’ 갈등
어려움 속 도움 손길 내미는 미담도
위기 극복 위해 이해·협력 필요한 때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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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한관우 인턴기자】 세계적 대유행 ‘판데믹’ 상태에 들어선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는 병마의 위험성에 의한 피해 못지않게 경제적인 피해를 전 세계에 입히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코스피·코스닥에 동시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고, 각종 신용평가사·은행들은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0%로 떨어질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으며, 해외에선 연일 사재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로 경제적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국민들은 코로나19의 피해를 극복하고자 앞다퉈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급격하게 수입이 감소한 임차인들을 위해 일부 건물주들은 임대료 삭감하기도 하고, 수배 뛰어오른 마스크를 반값에 공급하는 업체도 나왔다. 

미담만 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불황을 견디지 못한 기업은 직원들을 대폭 구조조정하기에 이르렀고, 일각에서는 지인들에게 마스크를 빼돌리거나 폭리를 취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코로나19로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있는 가운데 당장의 이득에 급급해 갈등이 생기는 일, 따뜻한 이해로 서로를 지지해 주는 일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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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이 무급 휴가·해고
감염보다 실직이 두렵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산하 상담기관을 통해 지난 2~3월 동안 접수된 상담 673건 중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상담이 153건이다. 노동자들에겐 실직이 코로나보다 두려운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로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해선 안 된다고 하지만 경제적으로 막대한 피해에 신음하는 기업들에게 고용유지는 결코 쉽지 않다.

특히 항공, 관광산업 중심에서 전 산업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확대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노동자들 모두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3월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못한데 이어 6일, 노사의 합의를 통해 정규직 기준 300명 가량의 인력을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아시아나의 하청업체 AH는 전 직원의 50%에 달하는 인원에 희망퇴직을 통보한 상태이다. 

국내 항공업계의 가장 큰손 중 하나로 평가받는 대한항공조차 직원들에게 휴직을 권고하고 나섰다. 대한항공은 지난 1일,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최장 6개월의 유급휴직 실시를 선언했다. 하지만 유급휴직 기간 동안은 급여의 70%만이 지급되며, 그마저도 외국인 파일럿들에게는 3개월의 무급휴가가 주어진다.

반면, 직원들의 안전을 고려해 근무시간을 단축하고 유급휴가를 제공하는 기업도 있다.

엔씨소프트(NCSOFT)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이달 6일부터 29일까지 4주간 주 4일제를 실시하고 더불어 매주 1일씩 총 4일의 특별 유급휴가를 제공하기로 했다. 출퇴근 시간을 원하는 대로 조정할 수 있는 자율 출퇴근제도 시행한다.

엔씨소프트 측은 “안전한 근무 환경을 조성하고, 직원들의 건강과 자녀 보육 등을 지원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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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은 마스크 가격
‘금값’과 ‘반값’ 사이 

마스크는 코로나로 인해 새로운 생활필수품으로 떠올랐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의 출입을 통제하는 기관도 늘어나고 있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정착되고 있다.

문제는 보건용 마스크의 대부분이 일회용이라는 것이다. 하루에 한 개만을 써야 하는 마스크의 특성상 그 수요는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했던 마스크로 인해 시민들 간의 갈등이 심해졌다.

마스크 특수를 노리고 마스크를 대량으로 사재기하거나 사기행각을 벌인 업자들이 적발돼 공분을 샀다. 6일 경찰에 따르면 마스크 매점매석 등의 혐의로 258건, 586명이 적발됐다. 이들은 마스크를 구매해 유통하지 않고 창고에 쌓아두며 가격이 오르길 기다리거나, SNS를 통해서 판매를 홍보하고 입금 받은 후 물건을 보내주지 않은 수법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에서는 마스크 대란 속에서도 마음 따뜻한 행보를 펼친 기업과 시민도 있다.

화장품 제조·판매 기업 ‘라오메뜨’는 자국민을 대상으로 마스크 100만장을 반값에 판매했다. 라오메뜨는 중국으로부터 약 30억원에 달하는 거래를 제안 받았지만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오메뜨 우성민 대표는 “모두 힘든 상황에서 할인 행사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3월 13일에는 부산에서 3급 지체장애인이 손편지와 함께 마스크 11장을 경찰에 기부했다. 그가 쓴 손편지에는 “부자들만 하는 기부라고 생각했는데 도움이 되고 싶어 용기낸다”라며 “너무 작아서 죄송하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이 작지만 큰 기부는 또 다른 기부의 마중물이 됐다. 부산에서는 이후로도 마스크를 기부하는 사람들이 늘었고 전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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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불황에 이어지는 ‘착한 임대인 운동’ 
지연이자 청구에 혜택만 노린 나쁜 임대인도 

코로나19발 경제 불황이 계속되자 업자들은 임대료를 내는 것조차 버거워하고 있다.

이에 지난 2월 전국 전통시장들의 임대인들을 중심으로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본 임차인들에게 임대료를 할인해 주는 ‘착한 임대인 운동’이 일어났다.

남대문 시장의 경우 1500여개의 점포를 보유하고 있는 건물주 4명이 임대료 20%를 할인하기로 결정하는 등 도합 1851개 점포의 임대인들이 임대료를 인하·동결했다.

가수 붐씨는 2달간 임대료 50%를 감면하기도 했으며 서장훈, 전지현 등 연예인들의 참여도 계속되는 중이다.

모든 임대인들이 이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코엑스몰을 운영 중인 ‘신세계 프라퍼티’는 코엑스몰에 입점한 점주들에게 3월과 4월의 임대료를 3개월간 납부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면세점 등을 운영하며 정부의 임대료 할인 혜택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대료 감면이 아닌 유예라는 이중적인 행보를 걷는 신세계 그룹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임대료를 늦게 입금했다는 이유로 지연이자를 요구하는 사례도 있었다. 강남 소재의 사무실을 선입금 형태로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 여행사 대표는 A씨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예약이 모두 취소돼 형편이 너무 어려워져 20일 정도 늦게 월세를 입금했다. 그런데 임대인은 월세 지연을 이유로 지연이자를 요구했다.

A씨는 “보증금도 있는데 굳이 지금같이 모두 힘든 시기에 지연이자까지 받는 것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코로나19로 모두 힘든 시기라 월세 삭감을 해주는 곳도 있다고 알고 있다. 그런 것까지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월세를 밀리지 않고 제출했는데 지연이자를 받는 것은 다소 너무하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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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협력, 극복의 답”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코로나19로 큰 피해를 본 대구·경북에 위치한 구미산업단지를 방문해 “연대와 협력만이 코로나19 극복의 답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감염병의 공포가 클 때 고립과 단절, 각자도생의 유혹에 빠지기 쉽지만 이는 결코 해법이 될 수 없다”며 코로나19는 모두 함께 헤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말처럼 결국 코로나19 종식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함께’하는 것이다. 마스크 착용도, 작은 나눔도, 사회적 거리두기도 혼자서는 충분한 효과를 낼 수 없다.

해외에선 연일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대응을 극찬하고 있다. 한국의 드라이브 스루 검사와 정확한 진단 키트 등을 예시로 들며 한국을 롤모델로 삼자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들의 협력이라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코로나19의 장기화가 확실시되고 있는 현재, 그 어느 때보다 우리 모두의 이해와 협력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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