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처분용 투약 후 사망한 반려견
보호자 “병원서는 진정제라 설명”
시, 수의사에 과태료 30만원 처분
“처벌 어려워…법체계 정비 필요”

생전 달이 모습 <사진 출처 = 달이 보호자 A씨>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최근 수의사의 잘못된 약 투약으로 세상을 떠난 골든 리트리버 사건이 알려져 논란이다. 현행법상 가해자를 처벌할만한 근거도 마땅치 않아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반려견 ‘달이’의 보호자 A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28일 오전 10시경 달이의 중성화 수술을 위해 경상남도 양산 소재 동물병원에 예약 후 내원했다.

당시 병원 측은 A씨에게 수술과 관련해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고 수술 동의서 작성도 요구하지 않았다. 또 수술에 앞서 피검사나 몸무게 측정 등 검사도 제대로 시행하지 않고 달이를 수술실 부근 선반으로 데려갔다.

담당 수의사는 달이를 선반에 올려 고정했고 약물을 투여했다. A씨가 ‘그 약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자 병원 측은 진정제라고 설명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달이는 코를 박고 쓰러졌고 A씨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괜찮은 거냐고 물어봤지만 수의사는 진정되는 과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것이 달이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달이는 약을 투여받고 고통스러워하다 끝내 숨졌다.

A씨는 수의사에게 달이에게 투여한 약 정보를 요구했다. 그러나 수의사는 명확히 대답을 해주지 않았고 약병은 이미 훼손돼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태였다. 이후 A씨 가족의 신고로 경찰이 오자 그제야 수의사는 ‘석시콜린’(Succicholine)을 투여했다고 실토했다.

석시콜린은 주로 가축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살처분용으로 사용되는 약물로, 동물에게 주입하면 엄청난 고통을 느끼며 결국 사망에 이르기 때문에 마취제나 진정제 없이 단독으로는 사용하면 안 된다고 알려졌다. 

당초 병원 측이 진정제라고 설명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기능을 하는 약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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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측이 보낸 사과 문자 <사진 출처 = 달이 보호자 A씨>

그러나 병원 측은 죄송하다는 말은커녕 A씨가 달이의 사체를 차로 옮기는 중에도 얼굴 한번 내비치지 않았고 경찰을 통해 ‘장례를 치른 후 비용을 청구하라’는 말을 전했다.

이후 A씨는 지역 맘카페, 청와대 국민청원 등을 통해 억울함을 알렸다. 3만여명의 청원 동의를 얻는 등 이 같은 사실이 삽시간에 퍼지자 그제야 병원 측은 A씨에게 연락을 해왔다.

그러나 이마저도 컴퓨터 문서 작석 프로그램으로 쓴 글을 사진으로 찍어 보낸 것이었고, 이후 직접 보내온 문자는 A씨의 대처를 원망하는 취지의 내용이었다. A씨는 병원 측의 성의 없는 태도에 더욱 분노했다.

A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달이가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데도 수의사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바라만 보고 있었다. 아직 살아 있는데 뭐 하는 거냐고 화를 냈지만 의사로서 이미 가망이 없다고 판단한 것인지 심폐소생술 등 살리기 위한 조치를 제대로 취해주지 않았다”며 “수의사 부인이라는 사람은 오히려 ‘왜 우리한테 그러느냐’는 뻔뻔스러운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해당 병원은 이 사건이 있은 후에도 6일간 계속해서 운영을 해오다 현재는 중단했다고 A씨는 전했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병원 측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사진 출처 =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사진 출처 =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동물 존중 법체계 정비 필요”

A씨는 국민신문고에 이 사건과 관련해 민원을 제기했다.

그리고 지난 7일 양산시는 해당 병원에 대해 ‘동물용의약품제조압자 등의 준수사항 위반’에 따른 과태료 30만원, ‘동물병원 시설기준 부적합 및 위생·청결관리 미흡’ 에 따른 시설개선 등을 행정처분을 사전 통지했다고 답변했다.

또 문제의 수의사의 면허 취소 및 정지는 농림축산식품부 담당 사안이라 상급 관청인 경상남도를 통해 적용 가능 여부 검토를 요청한 상태라고 전했다.

A씨는 동물의 존엄권을 인정하지 않고 단순히 물건으로 바라보는 법체제가 개선돼야만 다시는 달이와 같은 안타까운 죽음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A씨는 “우리나라 법률상 강아지는 그냥 물건이다. 개가 죽었어도, 개가 받은 고통에 대한 보상은 받을 수 없고 주인인 사람이 받은 피해에 대한 보상만 받을 수 있다”며 “많은 것 바라지 않는다. 동물의 존엄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으면 좋겠다. 그렇게만 돼도 달이와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씨의 말처럼 현행법상 인간이 아니면 전부 물건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의료 과정에서 수의사의 과실로 동물이 사망하더라도 법적 책임을 물기는 쉽지 않다.

동물자유연대는 채일택 팀장은 또 “의료 과실에 대해서도 처벌이 없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 삼기는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민법상 동물은 물건으로 구분된다. 때문에 이런 사건이 발생했을 때 법률상 물건에 대한 보상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때문에 동물보호단체에서도 의료행위에 관한 수의사법 개정과 동물 피해 회복을 위한 법체계 정비가 필요하다고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채 팀장은 “의료 행위를 하기 전에 중요한 사안은 주인에게 고지하도록 해야 하지만 현행 수의사법상에는 이 같은 규정이 없다”며 “사고를 최소화 하고, 사고 이후 확인과 책임 등을 위해서라도 현행 수의사법은 개정돼야 한다. 현재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법안이 입법 예고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현재는 피해 반려견의 상품으로서의 가치, 재산으로서의 가치에 대해서만 보상할 수 있는 수준이다. 동물권 단체에서도 계속해서 이런 부분을 개선해 달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이행되진 않고 있다”며 “독일이나 스위스 등 일부 국가에서는 민법상 동물을 물건과 구분하고 있다. 동물의 피해 회복을 위해서라도 동물을 물건과 다르게 존중하는 법체계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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