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4월 16일이 찾아왔다. 세월호 참사의 피해자는 대부분 수학여행길에 오른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었다. 그러나 그날 세월호에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사와 수많은 일반인 승객들도 있었다. 그중에는 돌아오지 못한 이도, 벼랑 끝에서 생존한 이도 있었다. <투데이신문>은 세월호 6주기를 맞아 생존자와 일반인 희생자 가족들의 참사 이후의 삶과 끝나지 않은 국가와의 싸움, 지지부진한 진상규명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세월호 일반인희생자가족대책위원회 전태호 위원장이 지난 7일 인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 내 세월호 일반인희생자 추모관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세월호 일반인희생자가족대책위원회 전태호 위원장이 지난 7일 인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 내 세월호 일반인희생자 추모관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세월호 참사를 단원고 희생자들의 이야기만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지만 세월호에는 단원고 구성원이 아닌 ‘일반인’ 104명도 타고 있었다.

단원고 탑승객들과 구별해 ‘일반인’으로 이름 붙여진 이들은 세월호 선원, 아르바이트, 이사, 출장, 여행 등 다양한 이유로 2014년 4월 15일 인천항에서 제주행 세월호에 올랐다. 그리고 세월호참사로 일반인 탑승객 104명 중 43명이 희생됐다. 또 세월호 참사 이후 수색·선체절단 작업을 하다가 사고로 숨진 민간잠수사 2명을 포함하면 총 45명의 일반인희생자가 발생했다.

이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난 2016년 4월 16일, 인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에 세월호 일반인희생자 추모관이 마련됐다.

하지만 일반인 희생자들의 이야기는 아직도 많이 알려지지 못했다. 그리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세월호참사 진상규명도 참사 후 6년이 지난 현재까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일반인 희생자들의 유족들은 이 같은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416일반인희생자가족대책위원회 전태호 위원장을 지난 7일 세월호 일반인희생자 추모관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 세월호 일반인희생자 추모관 옆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추모탑. ⓒ투데이신문
인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 세월호 일반인희생자 추모관 옆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추모탑. ⓒ투데이신문

세월호 참사로 아버지를 잃은 전 위원장은 아직도 아버지의 말씀이 생생히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사고 직후에 아버지랑 한 번 통화를 하고 그 다음에는 전화 연결이 안 됐어요. 아버지께서 하셨던 말씀 중에 아직도 기억에 남는 건, ‘이 큰 배가 한 번에 넘어가는 것도 아니고 상당한 시간이 걸릴 텐데, 구조하러 온다고 했으니 걱정 마라’ 이렇게 말씀하셨거든요. 그런데 아버지 말씀과는 정 반대로 한 시간여 만에 바로 세월호가 가라앉았죠.”

전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일상이 완전 달라졌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뿐만 아니라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모두 같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참사 이후 일상이 180도 바뀌었어요. 참사 이전에는 일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 사는 것처럼 똑같이 살았죠. 그런데 사고 이후에는 모든 포커스가 세월호에 맞춰지고, 그러다보니 전에 하던 일은 할 수 없게 됐어요. 저뿐만 아니라 일반인희생자 가족 대부분 생활이 달라졌어요. 참사 이후 직장을 그만뒀다가 다시 일을 하지 못하시는 분들도 있고, 사업을 접게 된 분들도 많아요. 참사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간 분들이 거의 없다고 보면 돼요. 이건 일반인희생자 유가족뿐 아니라 단원고희생자 유가족도 마찬가지고요.”

전 위원장은 일상을 잃게 된 희생자 유가족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정부가 이런 부분을 잘 파악해서 유가족들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기반을 형성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긴급생활지원금으로 잠깐 버틸 수는 있지만, 사회복귀는 멀어지게 되거든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제반을 마련해줘야 해요. 그런데 세월호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회적 재난에 대해 이 같은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요.”

세월호 참사 일반인희생자 추모관 내부 모습. 사진제공 = 전태호 위원장
인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 세월호 참사 일반인희생자 추모관 내부 모습. <사진제공 = 전태호 위원장>

세월호 참사는 단원고 학생들의 희생으로 엄청난 국민적 관심을 받게 됐다. 하지만 일반인희생자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전 위원장은 시민들이 학생들의 희생을 안타까워하고 마음을 모으는 것을 이해하면서도 언론의 태도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세월호 참사는 보통 단원고로 이해가 돼요. 세월호 참사의 포커스가 단원고에 맞춰져 있으니 언론에서도 일반인보다는 단원고 기사를 더 많이 보도했죠. 또 일반인희생자 추모제 등 행사 출연을 몇몇 연예인들에게 요청했는데, 출연 섭외가 확정된 후 단원고 희생자 행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갑자기 취소한 적도 있어요.”

그는 일반인희생자에 대한 정부의 관심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치인들도 단원고 추모제에만 얼굴을 비추고 일반인희생자 추모제에는 참석을 안 해요. 현 정부 들어서는 더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아요. 지난해 5주기 일반인희생자 추모행사를 할 때 각 정당 대표에게 참석을 요청했는데,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참석을 했어요. 욕먹을 걸 뻐니 알면서도 참석한 거죠. 또 이정미 당시 정의당 대표도 참석했어요. 그런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손학규 당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당시 민주평화당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어요. 또 일반인희생자 유가족 3명이 있는 인천 부평구을이 지역구인 홍영표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참석하지 않았고요. 그런데 다들 같은 날 안산에서 열린 5주기 기억식에는 참석을 했더라고요. 객관적으로 볼 때 세월호 참사에는 관심이 없고 단원고 행사에 가서 얼굴도장만 찍겠다는 것밖에 되지 않아요. 문재인 대통령도 이 곳(일반인희생자 추모관)을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어요. 화환은 보냈죠. 화환이 왔다는 건 일반인희생자 추모관이 있는 걸 알고 있다는 건데, 인천을 몇 번 방문하면서도 들리지 않더라고요. 그럼 더 이상 할 말 없는 것 아닌가요. ‘대빵’이 안 오는데 누가 오겠어요.”

정치권의 관심은 부족하지만 전 위원장은 시민들의 관심이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9년 한 해 동안 약 20만명 정도가 일반인희생자 추모관을 방문했어요. 평소 하루에150명 정도, 학교나 단체에서 방문할 경우 300~400명 정도가 찾아주세요. 주말이나 명절에는 1000명이 넘게 방문하기도 하고요. 일반인희생자 추모관이 마련됐다는 게 점차 알려지면서 방문객이 점차 늘고 있어요. 다만 지난 2월 말부터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무기한 휴관하고 있어요.”

인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 세월호 참사 일반인희생자 추모관 내부 모습. 사진제공 = 전태호 위원장
인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 세월호 참사 일반인희생자 추모관 내부 모습. 사진제공 = 전태호 위원장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6년이 지났으나 아직까지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세월호 진상규명을 바라는 시민들의 촛불이 모여 탄생한 현 정권에서도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정부의 의지에 의문을 표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때문에 전 위원장은 대통령이 합동수사본부를 설치해 진상규명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한다.

“유가족들은 처음부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해왔어요.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검찰에서도 국정원이나 기무사, 군에 대해서는 수사권을 갖고 있지 않아요. 현재로서는 한계가 많기 때문에 대통령이 군·검을 아우를 수 있는 합동수사본부를 설치한다면 진상규명이 가능할 거라고 봐요.”

그는 진상규명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해 크게 조타장치의 일부인 솔레노이드 밸브가 고착돼 사고가 발생했다는 ‘고착설’과 외부의 충격으로 사고가 발생했다는 ‘외력설’이 존재한다.

전 위원장은 고착설과 외력설을 주장하는 양측 모두 자신들의 주장이 맞다고 가정하고 상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 침몰원인을 밝혀내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말한다.

“자신의 관점에 매몰돼 팩트를 못 보고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이들을 공격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아요. 각자의 주장에 매몰돼 서로를 ‘은폐하는 세력’, ‘거짓말쟁이’라고 공격하고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고요. 그런데 양쪽 모두 상대의 시나리오를 깰 수 있는 근거를 찾지는 못했어요. 스스로 결론을 내려놓고 짜맞추는 거죠. 이는 진상규명이라고 할 수 없어요. 여러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고 팩트를 찾아야죠. 그래서 사람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생각해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6년이 지난 만큼 세월호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줄어드는 것도 사실이다. 진척 없이 시간만 흐르다보니 국민적 피로도가 높아지고, 점차 관심을 두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 위원장은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지 않으려면 반드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월호에 대해 국민적 피로도가 높아진 것이 사실이에요. 하지만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어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이 제대로 돼야 같은 참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될 것 아닌가요. 국민 여러분께 단 한 가지만 부탁드린다면, 세월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질 때까지 함께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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