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뉴시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뉴시스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롯데그룹과 수장인 신동빈 회장의 처한 상황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롯데쇼핑 등 주요 계열사가 극심한 부진에 대규모 구조조정을 예고하는 등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신 회장을 둘러싸고 고액연봉, 일본으로의 자금유출 등 책임경영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한 달이 넘도록 일본에 체류하며 롯데그룹 원격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달 7일 부친인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49재를 치룬 후 출국한 뒤 한 달째 일본에 머물고 있다.

롯데그룹은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회장 취임을 위해 출국했다가 코로나19로 인한 입국 제한 돌발 변수가 발생해 예정보다 체류기간이 길어지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달 24일 일본에 머물며 황각규 부회장 등 국내에 있는 그룹 경영진을 화상 회의로 긴급 소집해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 상황이 예상된다”며 “완전히 새로운 전략을 준비해야한다”고 전 계열사의 사업 전략 재검토를 주문하기도 했다.

일본 체류 중에도 세세하게 경영을 챙기고 있다지만 위기 상황에 리더의 부재로 인한 경영 공백의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다.

이 같은 우려는 위기에 처해있는 롯데그룹의 상황과 신 회장의 최근 행보가 대비되면서 책임경영 문제로 비화되는 분위기다.

현재 롯데그룹은 신 회장의 걱정대로 위기에 몰려있다. 최근 몇 년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후폭풍에 중국 사업에 타격을 입은데 이어 올해 일본 불매운동으로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올해 초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침체까지 더해지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이 같은 위기에 대규모 구조조정 요구를 피하긴 어려웠다. 이에 롯데그룹은 마트와 슈퍼, 백화점 등 점포 700여 개중 200여 개를 정리하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롯데호텔과 롯데시네마 등 계열사에선 자진 급여 삭감에 들어갔다.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고통분담 차원에서 롯데 쇼핑 등 일부 계열사 임원들은 임금 반납에 나서기도했다.

롯데시네마를 운영하고 있는 롯데컬처웍스는 지난 2월부터 임원들이 임금의 20%를 자진 반납했다. 롯데호텔은 지난 2월 급여의 10%를 자진반납하고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1인당 7일씩 무급 휴가를 권장했다.

인력 구조조정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다. 실적 부진에 허덕이던 롯데하이마트는 창사 20년 만에 첫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일찌감치 인원 감축 행보에 나섰다.

최근에는 롯데마트가 70세까지 고용을 보장했던 실버사원 38명을 일괄 퇴사 조치한데 이어 유니클로 운영사인 에프엘알코리아 배우진 대표가 실수로 직원들에게 발송한 이메일에 인적 구조조정 계획 등의 내용이 담기면서 물의를 빚기도 했다.

특히 배 대표의 이메일에 담긴 ‘구조조정에 관심이 많은 회장님’이 신 회장이라는 추측이 나오면서 롯데그룹의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 또한 커졌다.

롯데그룹 구성원들의 희생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작 신 회장은 이와 대비되는 개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올해 재계 연봉 킹 자리를 되찾으며 막대한 보수를 받았지만 별도의 임금 반납 계획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2019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신 회장은 지난해 롯데지주를 포함한 7개 계열사에서 총 181억78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이는 지난해 주요 대기업 총수가 받은 보수 중 가장 많다.

배당도 적지 않다. 신 회장은 구조조정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는 롯데쇼핑에서만 지난해 106억원의 배당금을 가져간다.

앞으로 전망도 밝다. 신 회장은 이달부로 일본 롯데홀딩스 회장으로 취임, 한국과 일본 롯데의 경영권을 모두 장악하게 됐다.

특히 롯데물산이 최근 유상감자 추진 계획을 발표하면서 신 회장과 일본 롯데로의 자금 이동도 주목받고 있다.

이달 초 롯데물산은 594만4888주(보통주)를 유상감자하기로 결정했다. 감자비율은 10%로 소각되는 1주당 주주에게 지급되는 액수는 5만6249원이다. 감자 총액만 3344억원에 이른다. 이번 유상감자는 이달 29일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거쳐 오는 6월 1일 마무리 지을 방침이다.

롯데물산의 주주구성은 일본 롯데홀딩스(지분율 56.99%), 호텔롯데(31.13%), 기타(11.88%) 등이다. 지분율대로 감자에 참여했을 때 롯데홀딩스 1906억원, 호텔롯데 1041억원 등을 확보한다. 기타 일본투자회사(L)와 신동빈 회장 일가 등이 11.88%의 지분을 가져 397억원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일본 롯데홀딩스 등을 포함 신 회장 일가에 직간접적으로 1000억원대가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신 회장이 자금을 확보하는 것 뿐 아니라 일본이 롯데홀딩스와 투자회사로 자금이 돌아가는 것을 두고 국부유출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물산 유상감자는 주주총회 등 진행 과정을 지켜봐야한다”며 “신 회장과 계열사의 참여 계획도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 회장의 일본 체류는 코로나 사태 등으로 불가피하게 길어지고 있지만 세세하게 경영을 챙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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