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관련 연재를 시작하며

▲ 이종우 칼럼니스트▸철학박사​​​​​​​▸상지대학교 조교수
▲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조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필자는 이번 학기에 “한국 종교의 흐름”이라는 과목을 개설했다. 이 과목을 개설하는 과정에서 과목의 이름을 지어야 됐는데, “한국 종교의 역사”와 “한국 종교의 흐름” 사이에서 과목의 이름을 고민했다. 단과대학 학장과의 상의 과정에서 학장이 교양 과목의 특성상 “한국 종교의 흐름”이라는 과목이 더 낫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그 과목의 이름은 “한국 종교의 흐름”으로 정해졌다. 과목이 개설된 후 강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흐름”이라는 말의 정의를 찾아봤다. 그런데 “흐름”이라는 말의 뜻 가운데 “역사”라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 발견됐고, 필자는 이것을 매우 흥미롭게 생각했다. 

옳은 말이다. 역사는 흐름이다. 흐름의 일반적인 정의가 “액체나 기체가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역사가 액체나 기체와 같이 모양이 자유롭게 변하고, 모이거나 흩어질 수 있으며,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의 또 하나의 특징은 현재의 모습을 비춰 볼 수 있는 “거울”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이 지면을 처음 시작했을 때 지면의 제목을 “역사거울”이라고 지은 이유에 대하여 설명했던 적이 있다. 그리고 그 때 카(E. H. Carr)의 그 유명한 말인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말을 인용한 적이 있다.

역사가 흐름과 같은 뜻이라는 것과 역사가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두 가지 특징은 미묘하게 부딪히는 지점이 있다. 그 지점은 흐름이라는 것이 그 모습이 자유롭게 변한다는 특징을 내포하는데, 현재의 모습을 과거를 통해 비추려면 과거의 모습이 현재와 같아야 되기 때문에, 과거에서 현재가 변하지 않아야 가능하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사람이 거울에 본인을 비출 때는 본인의 원래 모습에서 왜곡이 생긴다. 방향도 반대방향이고 거울의 굴곡에 따라 길이나 넓이가 달라 보일 수 있다. 무엇보다도 비춰지는 존재는 3차원이지만, 그 존재가 거울에 비춰지는 모습은 2차원으로 구현된다. 이것을 역사에 대입한다면, 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매우 좋은 거울이지만, 지금과 완벽하게 대입될 수 없다는 결론이 도출될 것이다.

한국 사회를 비롯해서 전 세계에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다. 이것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역사는 현재를 대처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참고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조선 시대에 역병이 돌 때 지배층과 백성들이 대처했던 자세는 현재를 살고 있는 정치인과 시민들에게 시사점을 제공한다. 또한 수레바퀴, 종이, 나침반, 화약을 비롯해 증기기관, 인터넷, 휴대전화 등 당시에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것들이 발명되었을 때 이 세상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기억한다면,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현 시점에서 세상이 변할 것이라는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변화 속에서 인간은 위대한 문화유산들을 만들어내고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도 했지만 정복, 전쟁, 인권 유린 등 폭력적인 모습도 보이기도 했으며, 이것에 대한 반성과 변화도 있었다.

실제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것을 계기로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예상들이 끊이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필자도 강의실에서 학생들의 얼굴을 보면서 강의하던 것에서 흰 벽을 보고 영화 포스터 속의 배우들의 얼굴을 학생이라고 생각하고 강의를 하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그런데 필자가 전공한 종교사에서도 중요한 변화와 변치 않는 모습이 모두 감지되고 있다. 정기적인 의례가 중단됐고, 이제는 랜선과 와이파이를 거쳐 화면에 펼쳐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정기적으로 참여해야된다고 믿는 사람들의 의무사항을 대체하고 있다. 또한 특정 종교의 신자라면 반드시 수행해야 되는 것들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상황에서, 알지 못했던 새로운 근거들이 제시되면서 면제되고 있다. 반면, 종교적 행위가 치병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던 시절처럼, 예배를 통해서 코로나 바이러스를 이겨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전문종교인의 주장이 등장하고, 주술적인 힘으로 코로나 바이러스를 극복하기를 기원하는 모습도 여전히 보인다.

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다. 그러나 역사가 흐른다는 것은 현재가 계속 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변화의 주체는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다. 그렇다면 우리가 현재 어떠한 변화를 겪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그 변화의 근거는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일 것이다. 향후 코로나 바이러스가 완전히 없어지길 바라는 주술에 기대는 마음으로, 그리고 다음을 준비하는 의미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현 상황에서 변화의 내용, 지향하는 방향의 근거를 종교를 중심으로 제시해보고자 한다.

(이전까지 연재하던 “역사 속의 의외의 인물”은 잠시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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