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압승 거둔 민주당, 04년 열우당 실패 넘어서야
차·포 다 뗀 통합당, 차기 당권 다툼·노선 경쟁 본격화
20석에서 0석으로…원외정당 전락한 민생당의 앞날은
정의당, 원내 진보정당 명맥은 이었지만 巨與와 관계는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21대 총선은 여당의 압승으로 마무리됐다. 미래통합당은 121석이 몰려있는 수도권에서는 단 16석을 얻는 데 그치는 등 영남을 제외한 전국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기세에 속수무책이었다.

21대 총선의 결과, 다당제는 다시 양당제로 회귀했다. 전체 지역구 253석 중 247석은 거대양당의 차지였다. 남은 6석 중 4석은 통합당 복당이 유력한 보수계열 무소속의 차지다. 결국 지역구에서는 단 2석만이 제3세력의 몫이었다. 비례의석에서도 이 같은 경향은 이어졌다. 민주당과 통합당의 비례위성정당들은 전체 47석 중 36석을 나눠 가졌다.

이로 인해 제3의 원내교섭단체로 영향력을 발휘하던 제3당도 사라졌다. 거대양당을 제외하고 제3세력의 의석수를 모두 모아도 교섭단체 구성에 필요한 20석을 채울 수 없는 상황. 이번 총선의 결과로 큰 변화가 불어 닥칠 향후 정국에 대해 살펴봤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이낙연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당 개표상황실에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이낙연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당 개표상황실에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정국 주도권 장악한 민주당

역대급 승리로 지역구 당선만으로도 과반을 넘겼다.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까지 더하면 180석을 얻었다. 게다가 정의당과 열린시민당, 진보계열 무소속까지 더하면 190석의 범여권을 형성했다.

개헌에 필요한 200석을 얻진 못했지만, 재적의원의 5분의 3인 180석은 국회선진화법을 피할 수 있는 의석수다. 즉, 민주당 단독으로도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한 법안 강행처리가 가능하다. 또 전체 국회 상임위원회 16개 중 5분의 3에 해당하는 10~11개의 상임위원장을 가져올 수 있고, 모든 상임위에서 야권에 수적 우세를 점할 수 있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 후반기의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한 토대는 충분히 마련됐다.

이는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집권 하반기에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 집권 전반기였던 20대 국회 내내 정부·여당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정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이제 21대 국회에서는 단독 과반을 넘어 180석이라는 거대여당 체제를 구축하면서 정부·여당은 더 이상 야권의 발목잡기를 거론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앞서 지난 2004년 17대 총선에서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152석으로 단독과반을 얻은 바 있다. 그러나 ▲국가보안법 폐지 ▲과거사 진상규명법 ▲사립학교법 ▲언론개혁법 등 이른바 4대 개혁입법에 실패하는 등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한 채 2007년 17대 대선에서 패배하고, 이후 치러진 18대 총선에서도 당시 한나라당에 과반을 내주며 81석으로 참패한 과거가 있다.

이번 압승으로 향후 국정 운영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짊어져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민주당 지도부는 역대급 대승에도 연일 몸을 낮추고 있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당 선거상황실에서 사퇴 입장을 밝힌 후 자리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당 선거상황실에서 사퇴 입장을 밝힌 후 자리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내부투쟁 전망되는 통합당

1987년 민주화 이후 보수정당으로서 역사상 최대의 패배를 당했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 2017년 19대 대선, 2018년 7회 지선에 이어 4연패 중이다.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포함해 103석으로 개헌저지선을 간신히 지켰다. 복당이 확실시되는 보수계열 무소속 의석 4석을 더하더라도 107석에 불과한 상황.

여당에 180석을 내주면서 견제의 역할 역시 한정적일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제1야당으로서 법안 본회의 상정을 위해 거쳐야 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사수하겠지만, 민주당은 단독으로도 패스트트랙을 통해 법사위를 패스하고 본회의 표결을 강행할 수 있다.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할 수 없다. 180석을 얻은 민주당은 국회법에 따라 필리버스터의 종결 동의도 단독으로 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20석을 얻은 미래한국당을 원내교섭단체로 만들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절대적 수에서는 밀리지만 원내교섭에서 2:1 구도를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이 역시 민주당이 시민당+a로 별도 교섭단체를 구성해 효과를 상쇄시킬 수 있다. 또 총선을 앞두고 일었던 한국당 공천 파동 등 위성정당에 대한 100% 제어를 확신할 수 없고, 통합당 만으로 개헌저지선을 확보하지 못하는 등 1석이 아쉬운 상황인 것도 부담이다.

이처럼 21대 국회에서 통합당이 거대여당에 어떻게 맞설지도 문제지만, 우선 당장에 닥칠 당권 다툼이 최우선 문제다. 황교안 대표가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가운데, 유승민·홍준표·김태호·원희룡 등 이번 총선의 책임론에서 자유로운 대권잠룡들을 중심으로 당권과 향후 노선을 두고 치열한 내부투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통화에서 “홍준표, 김태호 후보는 이번에 영남색이 너무 짙어졌다”며 “원희룡 지사도 외곽에 오랫동안 머물러있어서 차기 주자로 부각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유 의원은 탄핵 이후에 탈당·창당을 되풀이하면서 정치적 자산이 많이 고갈된 상태”라며 “영남권에 가면 배신자 프레임이 기저에 깔려있는 등 당내 반감도 여전히 많아 전면에 나서기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왼쪽부터 민생당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 정의당 심상정 대표 ⓒ뉴시스
왼쪽부터 민생당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 정의당 심상정 대표 ⓒ뉴시스

‘충격의 0석’ 민생당…명맥은 이어간 정의당

원내 3당인 민생당은 이번 총선에서 통합당의 참패에 가려졌지만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기호 3번으로 선거에 나서 단 1석도 건지지 못한 채 원외정당으로 전락했다. 텃밭이라 생각했던 호남에서 다선 중진의원들은 맥없이 쓰러졌다. 비례대표 선거에서는 봉쇄조항인 3%조차 넘기지 못하며 의석을 배분받지 못했다.

애초에 바른미래당 잔류파와 민주평화당, 대안신당까지 3당이 총선을 앞두고 급하게 통합하면서 화학적 결합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총선 준비에 있어서도 선대위 구성에서 잡음이 계속 흘러나오며 선거를 2주 앞둔 이달 1일에서야 선대위가 공식 출범했다. 이후에도 지역구, 비례대표 공천을 두고 계속해서 파열음이 나온 바 있다.

총선을 위해 뭉쳤으나 총선 참패로 더 이상의 구심점은 없어진 상황이다. 민생당은 다음달 전당대회를 개최해 새 지도부를 꾸린다는 방침이지만, 거대양당 체제로 재편된 21대 총선 결과로 사실상 와해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이번 총선에서 정의당은 20석 이상을 얻어 단독 교섭단체 구성을 목표로 잡았다. 그러나 거대양당의 비례위성정당들이 난입하면서 9.7%의 득표율로 5명의 비례의원을 배출하는 등 총 6석을 얻었다.

지난 20대 총선과 비교했을 때 수치상으로는 제자리걸음이다. 그러나 지역구에 도전한 현역 의원 가운데 심상정 대표만 생환하며 20대 국회에서 경험을 쌓은 의원들을 잃었다.

지역구에 도전한 현역 의원들은 민주당과의 단일화가 난항을 겪으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인천 연수을에 도전한 이정미 전 대표는 18.4%, 전남 목포에 출마한 윤소하 원내대표도 11.9%, 충북 청주 상당에 나선 김종대 의원도 6.9%, 경기 안양 동안을로 출마한 추혜선 의원은 3.2%로 모두 3위에 그쳤다. 경남 창원 성산에 출마한 여영국 의원만 34.9%로 2위를 기록했다. 심 대표 역시 3자구도 하에서 힘든 승부 끝에 21대 국회에 입성했다.

지난 20대 국회의 ‘노심초사(노회찬, 심상정과 초선 4인)’에서 ‘노’는 사라지고 ‘초’는 다섯으로 늘었다. 결국 진보 최초 4선 의원에 오른 심 대표를 구심점으로 초선 5인이 원내에서 얼마나 두각을 드러낼 수 있을지가 정의당의 관건이다.

왼쪽부터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열린민주당 정봉주 최고위원 ⓒ뉴시스
왼쪽부터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열린민주당 정봉주 최고위원 ⓒ뉴시스

3석 얻은 국민의당-열린당, 나아갈 길은?

20대 총선에서 불었던 국민의당 열풍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지역구 공천을 포기하고 비례정당으로 총선에 나서는 고육책을 썼지만, 목표했던 20% 득표는 이루지 못했다. 최종 득표율은 6.8%로 3석을 얻었다.

끝까지 안 대표를 따른 친안계 이태규 전 의원과 권은희 의원은 각각 재선과 3선에 성공했다. 반면 바른미래당 셀프제명 이후 통합당으로 자리를 옮긴 친안계 인사들은 모두 낙선했다.

결국 국민의당은 낮은 득표로 독자세력화에 실패한 상황에서 거대양당을 제외하고는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할 수도 없는 21대 국회 지형을 맞이했다. 2년 뒤 차기 대선을 생각한다면 3석에 불과한 소수정당은 큰 힘이 못 된다. 때문에 통합당과의 통합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 이에 국민의당 이태규 선거대책본부장은 “무조건 합친다고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게 아니다. 얼마만큼 혁신을 통해 누가 정부·여당을 뛰어넘는 대안세력으로 거듭나는지를 보여드리는 게 중요하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투표 전 높은 지지율로 돌풍을 예고했던 열린민주당도 5.4%를 득표하며 3석에 머물렀다. 앞서 7~8번까지 당선권으로 생각했던 열린당은 전혀 다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당장 정봉주 최고위원은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열린당 역시 국민의당과 마찬가지로 독자세력화도, 다른 군소정당들과의 연합도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당과의 통합이 활로가 될 수 있겠지만, 단독으로 180석을 확보한 민주당은 열린당의 합류가 급한 상황이 아니다. 또 열린당과의 관계 설정에서 계속해서 선을 그어온 민주당이었다.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은 1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지금 의석을 늘리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지, 그래서 열린당 문제는 지금 논의할 계제는 아닌 것 같다”며 “선거과정에서 무소속 당선돼 돌아오는 분들 안 받겠다, 열린당과 통합은 없다고 얘기를 계속 했다. 그 메아리가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식언할 순 없는 것 아닌가”라고 거듭 열린당과의 관계에 대해 일축했다.

다만 통합당이 한국당을 제3교섭단체로 만들 경우는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시민당은 17석으로 원내교섭단체 구성까지 3석이 부족한 상황에서 열린당은 이를 채워줄 수 있는 카드다. 그러나 지난 총선과정에서 민주당의 위성정당 자리를 두고 치열한 적통 경쟁을 벌인 시민당과 열린당이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할 경우의 시너지도 고려해봐야 할 문제다.

엄 소장은 국민의당과 안철수 대표와 관련해 “(통합당과) 쉽게 통합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또 통합당에 들어가서 정권을 쥔다는 보장이 없지 않고, 오히려 일시적으로 소모될 우려도 있다”며 “상당한 시간 권토중래의 시간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제3의 길을 잘 개척하면서 통합당에 어떤 리더십이 형성될지, 그 변화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열린당에 대해서는 “(민주당·시민당과) 통합이 안 된다면 당분간 독자노선 고수하면서 활로를 모색하지 않을까 싶다”며 “건별로 민주당·시민당과 연대하면서 관계를 쌓아나가 역할 확대를 추구하지 않을까 싶지만, 3석이라는 한계가 뚜렷해 얼마나 성과가 날지는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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