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 : 부실판결 규탄 긴급 기자회견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이 20일 서울지방법원 앞에서 가해자에 관대한 판결을 내린 사법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이 20일 서울지방법원 앞에서 가해자에 관대한 판결을 내린 사법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한관우 인턴기자】 n번방 가해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이 성범죄에 대한 그간의 솜방망이 처벌을 규탄하는 집회를 벌였다.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은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그간 성범죄 가해자들에게 부실한 판결을 내려온 사법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사회자의 발언을 시작으로 참가자들의 자유 발언이 이어졌다.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 부실판결 규탄 긴급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투데이신문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 부실판결 규탄 긴급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투데이신문

사회를 맡은 활동명 ‘은혜’는 “사회에 뿌리 깊은 여성혐오와 성폭력을 규탄하기 위해 모였다”며 “책임자들의 빠르고 올바른 대처를 촉구한다”고 집회 이유를 밝혔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기관이 앞장서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발언을 이어받은 활동명 ‘단오’는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 포르노 사이트 ‘웰컴투비디오’의 운영자였던 손정우가 징역 1년6월만을 선고 받은 점을 지적하면서 “이런 판결들을 먹고 범죄자들이 ‘이 정도 범죄는 가볍구나’라고 학습한 것이다. n번방은 판결을 먹고 자랐다”라고 그간 사법부가 디지털 성범죄에 얼마나 관대했는지를 지적했다.

다음 발언자로 나선 활동명 ‘리아’는 n번방 사건을 만들어 낸 것은 재판부의 판결이라며 ‘피해자를 폭행·협박하지 않았다’, ‘초범이다’,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로 가해자들에게 낮은 형량을 내려온 재판부의 부족한 성인지 감수성을 비판했다.

또한 이런 재판부의 가해자 중심적 판결 경향을 미리 파악한 가해자들이 성범죄 감경 지식을 서로 공유하고 있으며, 감형을 위해 반성문을 온라인 거래 중이라고 지적했다.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이 20일 서울지방법원 앞에서 가해자에 관대한 판결을 내린 사법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이 20일 서울지방법원 앞에서 가해자에 관대한 판결을 내린 사법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은 집회를 마치면서 “사법부는 사법부의 판결로 인해 더 큰 성폭력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책임져야 한다”며 “지금처럼 피해자의 고통을 고려하지 않는 판결이 계속된다면 재판부 역시 공범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없을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그간 성범죄 가해자들에게 낮은 형량을 판결해왔던 사법부의 행태가 성범죄를 용인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법원으로 들어가는 길을 따라 각자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진행했다.

n번방의 일종인 ‘고담방’ 운영자로 알려진 와치맨의 경우, 지난달 19일 검찰에 의해 징역 3년6월을 구형받았다. 충분하지 못한 구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검찰은 급히 변론재개 신청을 해 추가 조사에 나선 바 있다.

한편, 대법원은 이날 디지털 성범죄 처벌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양형위원회를 개최한다. 이를 통해 강력한 처벌 규정이 마련될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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