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OCI그룹 계열 삼광글라스가 계열사 흡수합병을 두고 잡음이 거듭되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합병비율을 문제 삼으며 사실상 이복영 회장 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꼼수라며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까지 합병 신고서를 반려하고 나서 삼광글라스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광글라스는 회사를 투자회사(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고 비상장사인 군장에너지와 코스닥 상장사인 이테크건설의 투자사업 부문을 흡수 합병키로 했다. 이를 위한 증권신고서를 지난 1일 제출하고 본격적인 합병 작업에 나섰다.

삼광글라스 흡수합병, 합병비율 두고 소액주주 갈등

현재 삼광글라스는 이복영 회장(22.18%)과 두 아들 이원준(8.84%) 삼광글라스 전무, 이우성(6.10%) 이테크건설 부사장 등 특수관계자가 45.30%의 지분으로 지배하고 있다. 삼광글라스와 오너일가 이테크건설 지분을 보유하고 다시 이테크건설이 군장에너지 지분을 보유하는 방식의 순환출자 구조로 지배하고 있다.

이번 흡수합병이 마무리되면 새로 설립되는 지주회사를 정점으로 삼광글라스와 이테크건설 등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로 전환된다.

문제는 합병비율이다. 삼광글라스 일부 소액주주는 합병 비율이 불리하게 적용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삼광글라스 측이 제시한 합병비율은 삼광글라스와 군장에너지가 1대2.54, 이테크건설 투자부문과 분할합병 비율은 1대3.88이다. 이 비율대로라면 군장에너지 주주의 경우 현재 보유한 주식 1주당 신주 2.54주를 받게 된다.

하지만 삼광글라스 일부 소액주주들은 삼광글라스 가치가 너무 낮게 평가됐다고 보고 있다.

삼광글라스의 경우 최근 주가를 바탕으로 산출한 기준시가에 근거해 합병가액을 2만6460원으로 결정했지만 이는 회사 1주당 자산가치 3만6451원보다 27.5% 낮은 수준이다.

사실상 삼광글라스가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으면서도 합병 과정에서 소유 지분에 대한 자산가치는 전혀 반영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삼광글라스가 이 같은 불합리한 합병을 추진하는 배경에 오너일가 승계 목적이 숨어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흡수합병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 최대 수혜자는 삼광글라스 이복영 회장의 두 아들인 이우성 이테크건설 부하장과 차남 이원준 삼광글라스 전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합병안대로 진행되면 이복영 회장의 삼광글라스 지분은 당초 22.18%에서 합병 후 삼광글라스 투자회사(지주사) 및 사업회사 각각 8.65%로 크게 줄어든다.

반면 이우성 이테크건설 부사장은 6.10%에서 합병 후 지분이 20.57%로 증가하며 최대주주에 오른다. 차남 이원준 삼광글라스 전무 또한 8.84%에서 18.35%로 증가한다.

이복영 회장의 별도의 증여 없이도 두 아들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효과를 거두게 된 것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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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그룹, 삼촌 기업 계열분리 숙제…승계 위한 편법 합병?

소액주주로부터 이 같은 의심을 사게 된 것은 OCI그룹이 처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 OCI그룹은 이수영 회장이 작고한 이후 장남인 이우현 OCI 부회장 체제로 경영 승계 전환이 이뤄졌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부회장 체제가 확고한 상황은 아니다. 이 부회장은 삼촌인 이복영(5.02%) 삼광글라스 회장, 이화영 (5.43%) 유니드 회장과 지분을 나누고 있는 상황이다. 유니드 이화영 부회장이 이우현(5.04%) 부회장의 지분을 앞지른 것도 최근의 일이다.

업계에서는 두 삼촌과 이우현 부회장의 경영권 다툼 보단 삼촌들의 계열분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독립경영의 주체 또한 2세에서 3세로의 전환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번 삼광글라스의 흡수합병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도 그 일환으로 보고 있다. 삼광글라스와 이테크건설, 군장에너지 3개사의 분할합병이 예정대로 성사될 경우 의도와는 무관하게 오너 3세로의 경영권 승계는 자연스럽게 이뤄지게 된다.

이에 일부 주주와 연합한 투자자문사는 금감원에 분할·합병 비율을 재산정하도록 조치해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적극 반발했다. 또 삼광글라스 측에는 새로운 분할합병안을 추진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삼광글라스 측은 재무구조 안정화를 위한 합병으로 경영 승계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삼광글라스는 소액주주들이 제기한 주장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주주들의 주식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필연적 조치이고, 승계 구도와는 무관하다”고 일축했다.

삼광글라스 측은 “이번 합병 건은 삼광글라스 사업 부문의 최근 3년간 실적 부진으로 인한 주주 가치 하락을 차단하고, 우량한 사업 부문 중심의 사업지주회사를 출범시켜 계열사 전체의 재무구조를 안정화하고 각자 본업에 집중해 기업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삼광글라스의 가치가 낮게 평가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합병 비율은 외부평가기관인 삼일회계법인이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라 객관적이고 독립적으로 산정한 것”이라며, “회사가 임의로 조정하거나 의견을 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소액주주에 이어 금융당국도 문제제기에 나서면서 흡수합병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9일 삼광글라스에 합병 증권 신고서에 대한 심사 결과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금감원은 공시를 통해 “심사 결과 증권신고서 형식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거나 중요사항에 관한 거짓 기재 혹은 누락 등이 있어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 판단을 저해하거나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합병 시 투자자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기재하라는 금감원의 요구다.

이에 금감원의 반려로 상반기 완료될 것으로 예상됐던 합병 작업에 차질이 빚어 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도 삼광글라스 측은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삼광글라스 관계자는 “금감원의 정정제출 요구는 통상 있는 일이고, 합병 관련해서 금감원의 정정 제출요구가 한 번도 없는 경우는 약 10% 정도에 불과하다”며 “통상 2번 정도의 정정 제출 요구는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임시 주주총회 날짜를 잡은 것이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정정신고서를 제출, 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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