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실사 외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아”
KDB노조 “성과급 차별·구조조정 해결하라” 주장

KDB생명보험 전경 [사진=KDB생명]
ⓒKDB생명보험

【투데이신문 이세미 기자】 KDB산업은행(이하 산은)의 오랜 숙원이었던 KDB생명 매각이 본격화되면서 기업 내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KDB생명 헐값논란에 이어 10년만에 지급한 성과급에 차별이 더해졌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 이어 매각 이후엔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고 있어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22일 산은에 따르면 지난 12일 사모펀드(PEF)인 JC파트너스가 KDB생명에 대해 실사를 끝낸 상태다. 이에 산은은 KDB생명 매각을 위한 본입찰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절차를 시작할 방침이다.

JC파트너스는 향후 글로벌 PEF칼라일과의 협업을 통해 KDB생명을 일반 생명보험사에서 공동재보험사로 바꾸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재보험은 보험사가 고객에게 받은 저축 보험료의 일부를 재보험사에 넘겨서 운용하는 제도다.

JC파트너스 외 유력후보에 대한 가능성도 제기된 상황이다. 이에 산은 관계자는 “현재 잠재매수자 실사 진행중으로, 본 입찰 및 우협대상자 선정 등 추후 절차에 대한 일정은 미정”이라고 말했다.

산은은 지난 2010년 당시 금호생명이었던 KDB생명을 품었고 같은 해 9월, KDB생명 유상증자를 실시해 3700억원을 투입했다. 2018년 1월에도 KDB생명 유상증자에 3000억원을 추가하며 KDB생명 재무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을 금융당국 규제 수준(150%)이상으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산은은 2014년부터 3차례에 걸쳐 시도한 KDB생명 매각에 모두 실패하며 고배를 마셨다.

KDB생명이 M&A 시장에서 외면받는 이유는 새 회계처리기준(IFRS17)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보험사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가 2021년 예정대로 시행되면 보험사들이 의무적으로 쌓아야 할 돈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산은이 KDB생명 매각에 집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산은입장에선 법적인 문제도 안고 있어 부담일 수 밖에 없다. 현재 KDB생명의 최대주주는 산업은행과 칸서스자산운영이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는 케이디비칸서스밸류유한회사다. 현행 공정거래법과 금융지주회사법상 금융지주사가 아닌 사모펀드가 금융회사를 지배할 수 있는 최대 허용 한도는 10년으로 산은입장에선 당장 KDB생명을 매각하거나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으면 법 위반으로 금융당국 제재를 받게 된다.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KDB생명 매각에 대해 “시장에서 매각가격을 2000억원~8000억원으로 보고 있다”라며 "좀 더 받겠다고 안고있는 것 보다 파는 게 도움되고 비용 최소화라고 생각해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실제 JC파트너스는 KDB생명 지분 92.73%를 약 2000억원에 사들인 뒤 3000억원 가량의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것을 두고 KDB생명이 급하게 ‘헐값’에 팔리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있었으나 산업은행 관계자는 “우협대상자를 비롯 매각금액, 일정, 투자구조 등 구체적인 사항은 정해진 바 없다”고 일축했다. 산은이 지금까지 KDB생명에 투자한 돈은 총 1조2500억원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가운데 매각을 앞둔 KDB생명 내부에선 일반직원과 임직원간의 성과급 차별지급은 물론 매각 이후에 벌어질 대규모 구조조정 의혹이 해결되지 않아 홍역을 앓고 있다.

이와 관련 KDB생명은 10년 만에 344억원 흑자를 기록하면서 지난 17일 전체 임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했다.

그러나 정작 KDB생명 노조는 이를 탐탁지 않아 하는 모습이다. 일반직원과 임원·부서장 간 지급된 성과급의 차이가 크다는 이유다.

KDB생명 노조 관계자는 “전체 조직원에 일반직원의 비율은 90%에 해당하지만 성과급은 38%밖에 지급되지 않았고 관리자급 이상에겐 60%이상 가량이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이에 KDB생명 관계자는 “당기 순이익이 발생해 임직원들에게 돌아간 성과급이며 사내규정상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또한 매각 이후 고용안정과 근로조건 등 직원들이 궁금한 부분들이 해소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반발했다.

KDB생명 노조 관계자는 “직원 모두가 KDB생명이 좋은 주인을 찾는 것을 바란다”라며 “다만 매각 이후 있을 구조조정이 제일 염려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매각 과정에서 회사 가치가 훼손된다면 반대하겠다”라며 “과거에도 여러 구조조정이 있었고 그때마다 노조가 투쟁해 왔다”고 덧붙였다.

실제 KDB생명은 지난 2018년에 200여명의 대규모 인원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낸 바 있다. 이는 전체 임직원의 약 25%에 달하는 숫자다. 전속 설계사지점 90여개도 폐쇄하는 한편 독립보험대리점(GA) 시책을 전면 중단하기도 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구조조정에 관해 정해진 건 없으며 인수한 회사가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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