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4시 8분께 현대중공업 울산본사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가 사망한 가운데 사고구역이 통제돼 있다ⓒ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21일 오전 4시 8분께 현대중공업 울산본사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가 사망한 가운데 사고구역이 통제돼 있다ⓒ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현대중공업 현장에서 4월 한 달 사이에만 노동자가 중태에 빠지고 심지어 숨지는 사고가 연달아 발생했다. 지난 2월 발생한 사망사고 까지 더하면 올해에만 3건의 중대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노조가 사고로 중태에 빠진 사측이 안전을 위한 근본적인 개선 없이 사건을 은폐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까지 발생하면서 현대중공업의 안전관리 부실 문제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지부에 따르면 21일 새벽 4시경 울산 현대중공업 도장 7공장에서 작업을 하던 노동자 정모씨가 운행 중이던 도장공장에서 작업 중 협착사고를 당했다. 회사 측은 사고를 접수하고 재해자를 인근 병원 응급실로 옮겼지만, 후송 도중 사망했다.

현재 경찰과 고용당국은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해당 작업장은 가동이 중지된 상황이다.

사망한 정씨는 현대중공업에서 ‘기장(사무직 과장급)’으로 재직 중이었다. 이번 사고는 고용노동부가 지난 20일부터 현대중공업 전사업장을 대상으로 정기 안전점검을 진행 중인 가운데 발생했다.

이에 앞서 지난 16일에 특수선 961호선 잠수함 북쪽 센터장에서 어뢰발사관 덮개 유격 조정 작업을 하던 김모씨는 어뢰발사관 덮개와 선체 유압도어 사이에 몸체가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급히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현재까지 의식을 찾지 못하고 산소호흡기에 의존한 체 중태에 빠져있다.

지난 2월 22일 하청노동자 김모씨가 15m 아래로 추락해 숨진 사고를 포함하면 올해 들어서만 현대중공업에서 3건의 사망·중상 등 중대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노조는 잇따른 현대중공업의 무리한 작업 강행 등 부실한 운영 문제를 지적했다.

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지난 2월 22일 고(故) 김태균 하청노동자 추락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 채 두 달도 되지 않아 참사가 반복되는 끔찍한 사태가 현대중공업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노동자의 죽음을 방치하는 살인자 현대중공업 사업주와 부실한 사업장 감독과 잘못된 중대재해 관련 규정을 고집하고 있는 노동부 본부와 울산지청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노조는 지난 16일 김씨가 중태에 빠지게 된 것도 사측의 무리한 작업 강행이 배경이라고 보고 있다.

노조는 “기본적인 작업지시서, 안전작업표준서 등도 갖추지 않은 채 공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미숙련자를 투입해 작업을 진행했다”며 “생산을 최우선으로 하며 안전하게 작업하기 위한 기본 조치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작업을 강행해 발생한 사고”라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사측이 작업 관련 서류 조작해 사고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노조는 “사측 관리자는 작업 전에는 작성하지도 않았던 작업지시서에 사고 작업 내용과 작업자 서명 등을 허위로 작성했다”며 “표준작업지도서도 원본에는 적시하지 않았던 ‘도어 설치 작업 시 유압으로 인한 끼임 사고 위험’ 내용을 추가해 자신들은 사전에 위험을 인지하고 작업자에게 알렸다는 식으로 사측의 잘못을 면피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고가 난 지 닷새가 지나도록 사고 현장을 비롯해 작업장 개선 조치는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사고 원인을 은폐하기 위해서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노동자에게 사고의 책임을 떠넘기려 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현대중공업 사측에 엄중히 경고한다”며 “사고의 본질을 훼손하고 다치고 죽은 노동자를 모욕하는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 중대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앵무새처럼 떠들어대는 거짓된 ‘안전 최우선 경영’ 구호 속에 죽어가는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목숨에 대한 대가를 철저히 치러야 할 것”이라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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